[단독] '라임' 김봉현 "야당은 빼고 여당만 다 조져버릴 테니까" 체포 前 녹취록 입수

유지만 ·조해수 기자 2020. 11. 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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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측근에 여당 로비 정황 언론 노출 지시

(시사저널=유지만 ·조해수 기자)

시사저널은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로 구속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체포되기 전 최측근과 통화한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통화 녹취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올해 3월20일과 체포되기 3일 전인 4월20일에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공개한 옥중편지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 녹취록은 체포 전 김 전 회장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녹취록에는 △체포 전 여당 정치인에 대한 선택적 폭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도주 중 검찰 측에게 도움을 받은 정황 및 검찰 로비 △산업통상자원부 로비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저널은 이를 연속 보도한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최근 자신의 입장문을 통해 "여당 정치인에 대한 진술을 검찰 측에서 요구했다"는 취지로 폭로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 전 회장 체포 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적극적으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폭로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회장의 체포 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3월20일 최측근 A씨에게 야당이 아닌 여당과 관련한 로비 정황만 언론에 흘릴 것을 지시했다.  

김봉현 : 야당은 빼고 여당만 다 조져버릴 테니까.

김봉현 : 일단 여러 개가 있다 하면서 기자한테 던져줘. 

 A씨 : 예.

김봉현 : 그래갖고 그 빨리 얘기하라고 해. 너무 뜸들이지 말고. 밥 타니까. 아끼다 똥 된다.

A씨 : 알겠습니다, 예.

김봉현 : 응, 기자가 그럼 스토리 만들 거 아니냐.

김봉현 : 그러면 이제 지 ○○○ 걔가 지네 팀이 만들어졌으니까 팀이 돼갖고 파트를 나눌 거 아니냐? 취재파트를. 그러니까 너무 뜸들이지 말고 던져주라 하라 이 말이야, 형 얘기는. 지금 시간 싸움이니까.

김 전 회장은 수감된 현재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0월16일 옥중편지를 통해 "(이주형 변호사가) 여당 정치인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 잡아주면 윤석열(검찰총장) 보고 후 조사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 함"이라면서 "협조하지 않으면 본인(김 전 회장) 사건 공소 금액 엄청 키워서 구형 20-30년 준다고 협박함"이라고 밝혔다. 협박에 의해 여당 정치인 관련 진술을 검찰에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장관은 10월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 정치인에 대한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왔다. 반면 야권 정치인과 검사에 대한 향응제공 진술이 있었지만, 지검장 대면 보고에 그쳤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흘린 반면 야당 정치인은 숨겼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10월19일 "검찰총장이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 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의혹은 김 전 회장 측근을 통해 이미 지난 3월경 언론에 유출됐다. 이는 옥중편지가 아닌 통화녹취록의 내용과 일치한다. 실제로 시사저널은 지난 3월23일 김 전 회장의 측근 B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단독] '라임 사태' 주범 지목된 김 회장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는 기사(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97571)를 보도했다. 당시 B씨는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만 진술했을 뿐 야당 정치인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도 이와 같은 입장이다. 박순철 당시 서울남부지검장(10월22일 사퇴)은 10월19일 국감에서 "김봉현씨가 도피 중에 언론에 흘렸던 얘기들이 뒤에 나오면서 (여당 정치인 로비 내용이)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윤 총장 역시 10월22일 국감에서 같은 답변을 했다.

김 전 회장은 여당 정치인들과 관련한 로비를 폭로해 자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로비 주범'으로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지목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사자금 192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라임 감사 무마를 위한 청탁을 한다는 명목으로 김 전 회장에게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김봉현 : 2016년 초까지인가 돈이 수억대로 왔다 갔다 했다고.

김봉현 : 그(이강세) 계좌로. 계좌로만. 뭐 그것도 뭐 있을 거라고 (언론에 얘기) 해.

A씨 : 예, 예, 예 알겠습니다.

김봉현 : 일단은 그 계좌에 그 XX 계좌로 막 넣어줘 버렸으니까, 형이. 쓰라고. 뭔 말인지  알지?

A씨 : 예.

김봉현 : 어 그런 거 실제적으로 (계좌를) 까버리면 된다고.

A씨 : 예, 예 알겠습니다.

김봉현 : 그라고(그리고) 그 창구가 저기 이강세 고대 동문들이라고 얘기해.

김봉현 : 그러니까 이강세가 꾸준히 관리해 온 걸로 해.

김봉현 : 해외출국기록 따져보면 저 특히 ○○○ 리조트를 많이 가는 걸로 나와. 거기에 이강세가 이제 로비하러 가는 거야. 뭐, 뭐 있는지. 저 고려대 인맥들 동원해 가지고 일을 볼려고(보려고) 해.

김봉현 : 그리고 이번에 광주 MBC 잘리고 나서 오갈 데 없다 해갖(해가지)고 여기 지금 서울에 데려다가 지금 자리 다 해 준 거고. 집이랑 다 해 준 거고. 지금 잠실 몇 백만 원짜리, 월세 나가는 몇 백만 원짜리 아파트에, 차량 고급세단에, 봉급 600(만원)에 법인카드 500(만원)짜리에 비용을 해 줄 건 다 해 준 거지. 이해됐지?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로비의 대상·방법·액수 등은 물론 이런 유착을 통해 어떤 비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여당 정치인은 오래 된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을 '라임 게이트'가 아니라 '김봉현 게이트'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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