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고객 없었으면 벌써 가게 망했당게"

글·사진 박용근 기자 2020. 11. 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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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이전 군부대와 상생 모델 일궈낸 전북 임실군

[경향신문]

지난 9일 오후 전북 임실군 임실읍내로 외출을 나온 육군 35사단 장병들이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위 사진)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르고 있다.
군청버스가 외출장병 실어와
텅 빈 편의점·식당 금세 ‘북적’
상인 “자식·손자 같다” 반색
장병 “상인들에 도움 돼 뿌듯”
매달 장병에 지역상품권 제공
상생 넘어 동반자 관계로 발전

지난 9일 오후 전북 임실군 임실버스터미널 앞. ‘임실군’이라고 쓰인 군청버스 한 대가 터미널 앞에 멈춰 섰다. 버스 안 승객은 군공무원이 아닌 50여명의 장병이었다. 읍내에 위치한 육군 35보병사단 장병들의 외출시간에 맞춰 군청버스가 가서 싣고 온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장병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흩어졌다.

버스에서 내린 20여명의 군인들은 터미널 건너편 2층에서 영업 중인 PC방으로 몰려갔다. 텅 비어 있던 가게는 군인들로 순식간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PC방 업주 이주희씨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군인들이 가게를 찾아주지 않았다면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코로나 때문에 사단 외출이 금지돼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지난달부터 외출이 허용돼 숨통이 조금 트였다”고 말했다.

터미널 주변 편의점과 카페, 식당 등에서도 군인들이 목격됐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선자씨는 “임실읍내는 사단이 이전해오기 전만 해도 사람 발길이 끊어져 문을 닫는 점포가 하나둘이 아니었다”면서 “군인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출이 늘어나고, 거리도 예전보다 활기차졌다”고 전했다.

이날 외출을 나온 박진병 병장은 “상인분들이 자식, 손자 같다며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장병들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영준 일병도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인데 우리가 지역 상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니 마음에 위안이 되고 뿌듯하다”고 거들었다.

35보병사단은 2013년 전주시에서 임실군으로 이전했다. 애초에는 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있었으나 지금은 군부대와 지역사회가 상생을 일궈낸 모델로 자리 잡았다. 임실군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되는 사단병력이 둥지를 틀자 연간 15억원가량의 지방재정 수입이 생겼다.

임실군은 사단을 거쳐가는 훈련병이 연간 6000여명, 가족 방문객이 3만여명, 면회객은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임실군이 군부대 지원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임실군은 전국 최초로 외출 장병들에게 매월 2회 2000원권 임실사랑상품권을 준다. 신병에게도 5000원권 한 장을 준다. 장병들에게는 영화 상영시간을 맞춰주고, 할인도 해준다. 이런 군부대 지원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2월에는 주요 포털에서 수십만명의 공유와 댓글이 쏟아졌고,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단도 부사관급 이상 간부들이 월 2회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고, 식당 재료는 지역산품을 구매하고 있다. 또 재난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도 장병들이다.

심민 임실군수는 “사단이 옮겨온 지 7년째 접어들면서 부대와 임실주민들은 상생을 넘어 존중하고 아끼는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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