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로운 정당 만들어 보수·중도·합리적 진보가 힘 합쳐야"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2020. 11.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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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지지층 확장 제역할 못해
여전히 '기득권' 이미지 갖고 있어
구심점 기능할 '혁신 플랫폼' 시급
신당창당론 계기 활발한 논의 기대
서울시장 불출마 입장엔 변화 없어
내 시간표 정권교체에 맞춰져 있어
전세난 등 경제문제 악화 정책 책임
선거에 이용하려는 '사면' 절대 안 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신당 창당론’을 들고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6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참여한 ‘국민미래포럼’ 강연 후 비공개 간담회에서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 마침 그날 오후 진행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신당창당론과 관련해 한층 더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제1 야당이 지지층 확장을 못 하고 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야권의 혁신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혁신 플랫폼에는 보수와 중도는 물론 합리적인 진보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선 여전히 불출마 입장을 고수했다. 일부 언론이 ‘서울시장 출마 시사’라고 보도했지만, 그는 “표현을 달리했을 뿐, (불출마)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나의 모든 시간표는 정권교체에 맞춰져 있다”면서도 ”혁신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제가 앞에 나서서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인터뷰는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회의실에서 진행됐고, 9일 오후 추가로 전화통화를 했다.
 
―서울시장 출마 시사라는 기사가 났던데.

“(기자) 본인들 희망사항을 적은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몇 번 더 들으면 백 번째가 된다. (같은 얘기 반복하기가) 하도 지겨워 표현을 다르게 한 것뿐이다. 강연 끝나고 나서 다시 명확하게 (출마하지 않는다고) 정리를 했다.”

―야권에서는 안 대표에게 강권하는 상황 아닌가.

“자격이 되는 다른 좋은 분들이 많다.”

―당내에서도 서울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나.

“여러 사람에게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당연한다. 예산국회가 끝나면 저희 당도 서울시장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논의할 것이다.”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대선 승리도 어려워지지 않나.

“그래서 야권의 혁신 플랫폼을 탄생시켜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면 야권이 다시는 못 일어난다. 내년 재보선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돼야 한다.”
―혁신 플랫폼이란 무슨 뜻인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합리적인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 보수와 중도뿐만 아니라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진보까지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갇혀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당 창당론에 부정적인데.

“같이 고민해 보자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플랫폼에는 느슨한 연대부터 신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다. 신당창당론이 하나의 계기가 돼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확실한 입장차가 보이는데, 이게 논의의 시작 아닌가.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저는 어떤 궂은일이라도 하겠다. 혁신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제가 앞에 나서서 할 생각은 없다.”

―서울시장 선거부터 혁신 플랫폼을 구성하자는 말인가.

“저는 모든 시간표를 정권교체에 맞춰 얘기를 한 것이다.”

―결국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뜻인가.

“정권교체가 돼야 망해가는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다. 거기에 제가 힘을 보태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안 대표는 9일 전화 인터뷰에서도 “제1 야당인 국민의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합리적인 개혁을 원하는 모든 세력이 모여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윤석열 신드롬’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나마 야권 지지층이 마음을 줄 곳을 찾은 것이다. 윤 검찰총장이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것이고, 거기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윤 총장을 선의의 경쟁자라고 표현했던데.

“정치를 하신다면, 정권교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 관련해 목표가 같다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낙연·이재명 중 누가 여권 대선후보가 될 것 같나.

“대선이 1년 4개월 남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정도 남은 기간의 여론조사 선두가 대통령 후보가 된 적이 없다.”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에 대한 입장은.

“상식적으로 봐서 당연히 유죄다. 드루킹은 이미 대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드루킹이 혼자서 자의적으로 (댓글 조작을) 했겠는가. 김 지사가 부탁한 정황이 다 나오지 않았냐. 김 지사 말도 계속 바뀌었다. 선거법 위반 여부는 무죄라고 했는데, 선거에 관계없이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보러 갔다는 말인가.”

―독일 체류하며 마라톤을 했는데.

“얼마나 괴로우면 마라톤을 했겠는가. 달리는 시간이 저에게는 명상의 시간과 비슷하다. 그래서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40㎞, 한 달에 150㎞ 정도 달린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평가하면.

“김 위원장이 노력을 많이 하셨다. 그러나 결과로 평가하면 갤럽조사 기준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6월 초 18%, 지난주 20%, 그 전 주 17%다. 통계학적으로 2%는 오차범위 내에 있어 똑같은 것이다. 효과가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야권의 혁신 플랫폼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야당인데도 아직도 기득권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나마 유능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버틴 거다. 그러나 지난 탄핵 때 유능하다는 이미지마저도 잃어 버렸다.”

―현 정부에 대한 안 대표의 비판 수위가 높은데.

“현 정권이 처음 경험해 보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무능한 데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위선적이다. 무능과 위선의 정권이다. 거기에 비례해 비판하다 보니 수위가 올라간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어떻게 보나.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에게 있다. 이런 지경까지 빠지지 않도록 대통령이 인사권을 발휘해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모든 국민이 분열하고 싸우게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문제다.“

―부동산 문제도 심각한데.

“경제문제 제대로 푼 게 하나도 없다. 코로나19 이슈에 다 묻혀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 나라 경제는 악화될대로 악화돼 있었다. 그건 다 잘못된 경제정책 책임이다. 부동산도 전·월세가 이렇게 오른 것은 20년 만에 처음 아니냐. 일부러 올리기로 작정하고 정책을 고안해도 이렇게까지 못 올릴 것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사과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야권의 혼란을 획책하기 위해 선거에 임박해서 단행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만약 사면을 한다면 진정으로 국민을 통합시키겠다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선거에 이용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대통령 혼자 결정하기보다는 일반 국민 의견을 구하는 사면심사위를 한번 가동해 봤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국민통합을 원하고 그 목적으로 해야 의미가 있다.”

―정치 입문 8년 됐는데 ‘안철수 신드롬’은 왜 사라졌는가.

“몇 년 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해준 얘기가 생각난다. 그 사람이 ‘처음 총리가 됐을 때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근데 아는 게 없어서 뭘 결정해 달라고 하면 겁부터 났다. 그런데 총리를 10년 정도 하고 총리 마칠 때가 되니 뭘 가져와도 바로바로 판단이 되더라. 그런데 그때는 인기가 땅바닥이라 쫒겨났다’고 하더라. 이게 정치인의 숙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수업료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정치입문 당시 저는 인기는 굉장히 높았어도 정치 경험은 전혀 없었고 사명감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사명감이 정치하는 데 동력으로 작용하나.

“그렇다. 제가 정치를 하지 않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회사 경영·대학교수·의사 모두 다 익숙한 일이다. 작가도 가능하다. 사명감 내지 소명의식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런 나라를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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