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투여한 덱사메타손, 당뇨 환자엔 코로나 치료 효과 떨어져

코로나19 중증환자서 효능 일부 인정된 값싼 스테로이드제
美 정부 지원 연구결과, ‘위험 기저질환’ 당뇨 환자엔 효능 한계
"높은 혈당이 약물 전달하는 몸속 물질 역할 방해하기 때문"

영국 런던의 한 약국에서 판매 중인 덱사메타손./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기대받는 약물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 진행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기저질환인 당뇨를 앓는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는 버지니아대 연구팀이 이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국제결정연구학 저널(IUCrJ)’ 11월호에 게재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밝혔다. 연구는 ANL과 미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덱사메타손은 염증 억제를 위해 쓰이는 스테로이드제다.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이 약물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춘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후 우리나라 포함 여러 나라 보건당국은 일부 사례에 한해서 이 약물이 코로나19 치료 보조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19 감염 후 덱사메타손을 투여받았다. 국내에서는 부광약품(003000), 유한양행(000100)등이 0.75㎎ 한알당 17~33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일반인보다 중증 진행과 사망 위험이 높아 치료제 투여가 더 시급한 당뇨 환자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버지니아대 연구팀은 혈액 속의 당(糖)이 덱사메타손의 치료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혈액 속에는 ‘혈청 알부민(serum albumin)’이라는 단백질이 섞여있다. 혈청 알부민은 각종 약물 성분과 결합해 온몸을 돌아다니며 약물을 치료표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당은 혈청 알부민과 결합하는 ‘당화반응’을 일으켜 혈청 알부민의 약물 결합력과 전달력을 떨어뜨린다. 혈액 속 당(혈당) 수치가 높은 당뇨 환자는 정상인보다 몸속에서 덱사메타손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측정한 코로나19 사망자(빨간점)와 생존자(파란점)들의 혈청 알부민 수치. 왼쪽은 성별, 오른쪽은 연령에 따라 조사한 결과다. 사망자가 생존자보다 혈청 알부민 수치가 대체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IUCrJ 캡처

연구팀은 올해 초 중국 우한시 등에 소재한 병원들에 입원했던 코로나19 환자 373명의 생존율과 혈청 알부민 수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사망자(174명) 집단의 혈청 알부민 수치는 생존자(199명) 집단이나 정상인보다 대체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몸속에 혈청 알부민이 부족해지는 저알부민혈증을 앓는 경우나, 덱사메타손 입장에서는 혈청 알부민과 결합할 기회를 두고 경쟁해야 할 상대인 다른 약물들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위험인자인 당뇨를 앓는 환자를 위한 덱사메타손 치료 전략, 복용법이 연구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9일 강동경희병원이 여러 나라의 코로나19 환자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중증 진행과 사망 비율이 모두 일반 환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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