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녹취록 "김영춘·기동민 억대 로비"..당사자들은 부인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억대 로비를 실토하는 녹취록이 시사저널에 의해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거명된 로비 대상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바꾸고 있어 녹취록을 사실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김영춘 현 국회 사무총장과 기 의원이 나란히 로비 사실을 부인했다.
11일 시사저널이 보도한 녹취록에 의하면 김 전 회장은 체포되기 전인 지난 3~4월 측근과 통화에서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그때 그거"라며 “형은 2억5000 줬으니까. 누구냐면 부산. 그 해수부 장관 김영춘이야. 그때 당시는 완전히 XX이었거든. 그때 울산에서 김영춘한테 직접 형이랑 가서 돈 주고 왔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허위주장이다. 김봉현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과 사무총장 비서실을 통해 공지한 입장문에서 이같이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현직 국회사무총장의 명예를 극심하게 훼손한 보도와 관련해 즉시 김봉현 및 해당 언론사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할 것"이라며 "아울러 해당 언론사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봉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며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 갔어. 한 세 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 의원은 2016년 총선 전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양복을 받은 건 인정했다. 하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기 의원은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김 전 회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김 전 회장 또한 "기동민 의원에게 돈 준 사실이 없으며 증거 또한 없다"고 녹취록과 다른 말을 했다.
김 전 회장은 녹취록에서 '폰타나 모임'을 언급한다. 라임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필리핀 폰타나 리조트를 간 사람을 뜻한다. 여기엔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비례대표 의원도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강세가 주축이야. 필리핀 폰타나 리조트. 그 비행기 탄 근거들이 다 있어. 뭔 말인지 아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최근 공개된 옥중편지에서 "2016년경 만났던 일이고 라임펀드 관련해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바꿨다.
녹취록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얘기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그리고 이강세가 강기정 만나러 직접 청와대까지 들어갔다가 왔고, 청와대 출입기록 보면 알겠지?"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법정에 나와 "이강세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서 5000만원을 쇼핑백에 넣어줬다. (이 전 대표가)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간다고 해서 (돈이) 전달된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강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이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지 않았다"며 "(돈을 받았다고 모는 건) 완벽한 사기, 날조"라고 항변했다.
김 전 회장은 옥중편지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기동민도좋지만 강기정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러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보석 재판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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