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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회용 포크는 분리수거하면 안된다고?" 이대로면 2년 전 '쓰레기 대란' 보다 더 큰 위기

남수현 입력 2020.11.11. 21:01 수정 2020.11.1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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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ㅂㅈㅇ] 내가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이 오히려 방해된다고?

과일망 / 일회용 포크 / 아이스팩 / 컵라면 용기 이 중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물건은 몇 개일까요?
전부 다 분리배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정답은 0개입니다. 과일망은 스티로폼, 일회용 포크는 플라스틱, 아이스팩은 비닐, 컵라면 용기는 종이로 분리배출해야 한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물품들은 각각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려워 분리배출하는 대신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쓰레기로 분류됩니다.


25년이나 했는데…아직도 헷갈리는 분리배출
환경부는 지난 9월 '분리배출 대상'으로 오해하기 쉬운 품목들을 정리한 안내문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 안내문을 공유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게시물에는 “지금까지 일회용 포크 열심히 씻어서 플라스틱으로 버렸는데 재활용 안 되는 거였다니…”, “분리수거 너무 어렵다”,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서 배포해줬으면 좋겠다” 등 반응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가 1995년 한국에 도입돼 올해로 25주년이 됐지만,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선 여전히 혼란이 남아있는 상황인 거죠.

환경부가 9월 25일 '재활용되는 척하지만 종량제 봉투로 가야 할 쓰레기 6가지'라는 제목으로 SNS에 게시한 카드뉴스 형식의 안내문. 환경부 페이스북
환경부가 9월 18일 배포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 컵라면 용기, 과일망, 아이스팩, 고무장갑 등 오해하기 쉬운 분리배출 대상 품목이 정리돼 있다. 환경부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해 2018년과 같은 ‘쓰레기 대란’이 다시 닥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는 지금, 그동안의 분리배출 방식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어떻게 하면 분리배출을 ‘제대로’ 잘할 수 있을까요? 또 분리배출을 정확하게 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최근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다룬 책을 각각 출간한 두 전문가의 설명을 바탕으로 분리배출 관련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분리배출은 최대한 많이 하는 게 미덕?
“지금까지 해온 분리배출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열심히’만 한 것이다.”

일명 ‘쓰레기 박사’라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말입니다. 홍 소장은 11년 동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활동하는 등 쓰레기 문제 관련 다양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근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는데요. 홍 소장은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25년간 ‘분리배출을 많이 하는 게 미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3일 서울 환경운동연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


홍 소장은 “분리배출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많이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재활용품을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것만 지적하고 재활용 안 되는 물건을 분리배출하는 것에 대해선 눈을 감아왔다”며 “양쪽 모두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소장 말처럼 ‘정확한’ 분리배출이 중요한 이유는, 재활용이 안 되는데도 마구잡이로 분리배출된 쓰레기가 선별 작업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재활용 공정에 쓰이는 기계를 망가뜨리고, 재생원료(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원료) 품질을 떨어뜨리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재활용률 통계에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통계로 잡힌 재활용률에 비해 '실제로' 재활용되는 양은 적기 때문입니다. 2018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활용률은 62%에 달해, 67%인 독일 다음으로 세계 2위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일단 재활용 시설로 반입된 쓰레기양을 기준으로 산출된 것입니다. 실질 재활용률은 이보다 낮은 50% 수준일 거라는 게 홍 소장의 분석입니다.


‘비행분석’ 원칙이 기본

분리배출 할 때 '비행분석'(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 4가지 원칙을 기억하면 좋다. 환경부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그렇다면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의 비효율을 줄이고 실질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대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법을 50가지 질문으로 정리한 책 『잘 버리면 살아나요』를 펴낸 손영혜 새봄커뮤니티 대표는 “‘비행분석’(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다)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기억하면 좋다”고 추천했습니다.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는 물품은 최대한 깨끗이 세척하고, 여러 재질이 혼합된 물품은 재질 간 분리를 시켜서 재활용품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이게 어렵다면 그냥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기사 서두에 예시로 언급한 아이스팩과 컵라면 용기의 경우도 각각 재질이 비닐과 플라스틱(내부 충전물), 종이·비닐·플라스틱 등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운 겁니다.

손 대표는 “예컨대 투명한 페트병 하나만 제대로 분리해 모아도 원사(原絲)나 자동차 내부 재질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비닐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거나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이 담긴 채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 재생원료의 질이 떨어진다”며 “기본적인 원칙부터 하나씩 지켜나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페트병을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수경


그러나 ‘비행분석’을 기억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재질 자체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알기 어렵거나, 선별 작업 구조상 재활용이 힘든 물건까지 어떻게 소비자가 일일이 가려낼 수 있겠느냐는 거죠.

홍수열 소장은 이에 대해 “소비자에게 분리배출과 관련된 세세한 정보를 모두 알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며 “재활용 가능 품목에 새기는 분리배출 표시가 지금은 분리배출하지 말아야 할 품목에도 붙어있는 등 일관되지 못하다. 관련 제도를 신뢰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소장은 또 “제품 표면에 디지털 워터마크나 QR코드를 부착해 소비자가 이를 휴대폰으로 인식하면 분리배출 관련 정보가 제공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는 현재로써는 환경부가 관계기관 등과 협력해 만든 ‘내 손안의 분리배출’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헷갈릴 때마다 참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은 시작일 뿐”
이쯤 되니 ‘분리배출 너무 복잡한데 나 하나쯤은 대충 버려도 상관없겠지?’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 수도 있습니다. 분리배출을 ‘정확하게’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8년 4월 1일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분리배출장에 '플라스틱을 수거해 가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우상조 기자


지금은 기억에서 조금 흐릿해졌지만, 지난 2018년에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한 영향으로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었죠. 홍 소장은 “당시 쓰레기 대란은 위기의 시작에 불과했고, 현재 재활용 시스템은 훨씬 더 근본적인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합니다.

2년 전 쓰레기 대란은 폐지 가격 하락으로 영세한 수거 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발생했습니다. 홍 소장은 “그때처럼 민간업체가 수거를 중단하면 공공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해 수거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재생원료를 다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쓰레기는 넘쳐나는데 새로운 자원으로 순환되는 양은 적은 상황인 셈이죠. 결국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자원 순환의 첫걸음인 분리배출부터 제대로 해 재생원료 품질을 높여 수요를 촉진해야 합니다.

물론 기업이 알아서 재생원료를 많이 사용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생산하는 것도 쓰레기 문제 해결에 중요합니다. 하지만 홍수열 소장과 손영혜 대표 모두 기업을 움직이는 힘이 결국 소비자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홍 소장은 “분리배출을 정확하게 하는 ‘소비자 실천’은 물론이고, 재활용이 안 되는 구조에 대한 개선을 생산자에게 요구하는 ‘소비자 행동’도 함께 이뤄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 대표 역시 “기업은 이익추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환경 문제를 고려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올바른 분리배출 교육을 통해 시민의식과 생활습관을 다지고 이를 기반으로 목소리를 내야 기업도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쓰레기와 '공존' 위해 필요한 분리배출
결국 인류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쓰레기와 공존하기 위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두 쓰레기 전문가들의 결론이었습니다. 홍 소장은 “쓰레기를 ‘쓸모없다’고 낙인 찍는 게 아니라, 쓸모있는 자원으로 순환해 인간과 '화해' 시켜야 한다”고 했죠. 손 대표는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단순히 OX 퀴즈처럼 외우는 대신, 그 뒤에 있는 구조를 이해한다면 분리배출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 분리수거? 분리배출?

「 분리수거의 사전적 정의는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린 쓰레기 따위를 거두어 감'으로, 분리수거는 수거업체에서 하는 일이다. 따라서 개인이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해 버리는 행위는 '분리수거'가 아니라 '분리배출'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 ㅈㅂㅈㅇ(정보좀요)

「 'ㅈㅂㅈㅇ'는 시사 이슈를 접하다가 드는 의문점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지식형 영상' 시리즈입니다. 'ㅈㅂㅈㅇ'는 '정보좀요' 초성을 연결해 만들어진 신조어로 정보를 알려달라고 할 때 댓글란에 다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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