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자기 집 시세도 모르냐" 일산 주민들 '5억 발언'에 분노

진중언 기자 2020. 11.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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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대출로 충분히 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왕따’가 될 상황에 처했다. 김 장관이 국회에서 자신의 집을 ‘5억원 이하’ 아파트의 예로 들자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 집 시세도 제대로 모르느냐”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장관이 거주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10일 밤 온라인 카페를 통해 김 장관의 국회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입주민들은 성명에서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한 것을 사과하라”며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희 집은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

문제가 된 김 장관의 발언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입씨름을 벌였다.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은 정부가 지원하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상품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최대 7000만원인 무주택자가 전용면적 85㎡ 이하, 평가액 5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저렴한 금리로 최대 2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김 의원은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10억원”이라며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이용 가능한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10억원 이하 아파트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다시 “5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있다. 수도권에도 있고”라고 했다. 김 장관은 도리어 김 의원을 향해 “의원님은 (일산 주엽동) 문촌마을 사시죠? 문촌마을은 얼마 합니까”라고 되물었고, 김 의원은 “지금 7억~8억쯤이죠”라고 답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저희 집보다 비싼데요.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습니다”라고 받아쳤다.

김 장관은 자신의 집값이 5억원을 밑도는 것처럼 얘기한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김 장관이 보유한 하이파크시티 1단지 전용면적 146㎡은 지난 9월 12층 매물이 5억7900만원에 거래됐다. 김 장관은 올해 3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게재한 재산 공개에서 총 9억2465만원을 신고하면서, 해당 아파트를 5억3083만원이라고 밝혔다. “자기 집 시세도 제대로 모른다”는 주민 반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 문제는 김 장관의 집이 5억원 이하라고 하더라도 전용 면적 85㎡가 넘기 때문에 디딤돌 대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디딤돌 대출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면적 기준도, 가격 기준도 해당되지 않는 자기 집 사례를 갖다 붙여 엉터리 반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웃 주민들 “열 받아 잠이 안 온다”

김 장관의 국회 발언이 알려지자 하이파크시티 주민 연합회는 “주민의 자산 가치를 조롱 내지 폄하한 국토부 장관의 부적절하고 개념 없는 발언을 엄정히 규탄한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입주민들의 단체 채팅방에는 “그렇게 (집값이) 싼데 일산은 왜 조정지역이냐” “열 받아서 잠이 안 오네요” “김현미 장관이 얼마나 이곳을 무시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네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일산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 장관이 올해 초 고양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항의하는 주민을 향해 “그동안 동네 물이 나빠졌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3선 의원이었던 김 장관은 19대·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양 지역구에서 당선됐지만, 올해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국토부 장관에 취임해 “본인이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며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다주택자를 압박하던 김 장관이 2주택 보유자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김 장관은 2018년 초 남편 명의의 경기도 연천 단독주택을 처분했다. 이후 연천 단독주택을 사들인 사람이 김 장관의 친동생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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