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군도 비사관학교 출신 내라" 장군 인사 늦춰진 이유

박용한 2020. 1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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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에게 삼정검 수치 수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이달 말 예정했던 장군 진급 및 보직 변경 발표를 다음 달 초로 늦추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사’ 출신 장군의 숫자를 늘리려는 의도에서다. 군에선 육ㆍ해ㆍ공군 사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장교(3사ㆍ학군ㆍ학사)를 ‘일반’ 또는 ‘비사’ 출신이라고 부른다.

11일 관련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장군 인사의 초점은 ‘비사’ 출신 장성의 비율을 늘리는 데 있다. 한 소식통은 “사상 첫 비사 출신 해군 투스타(소장)를 내는 것을 포함해 종전보다 더 많은 비사 출신 장군 진급자를 발탁하는 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며 “장군 진급자의 후보군을 많이 늘려서 인사 검증에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군 내부의 사관학교 출신의 기득권 타파를 추진했다. 지난 9월 비육사 출신 남영신 육군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에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그간 비육사 출신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은 나왔지만, 육군총장 임명은 전례가 없었다.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3기 졸업 및 임관식이 끝난 뒤 새로 임관한 소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비사 출신 장성 인사의 표적은 해군이라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해군에 비사 출신 소장을 발탁하라는 여권의 요구가 워낙 강해 해군 지휘부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과 달리 해ㆍ공군 장성단은 사관학교 출신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학군장교(ROTC)와 학사장교(OCS)가 장군으로 진급하거나, 고위 장성이 된 사례가 많지 않다.

현재 해군 소속 장성 중 비사 출신은 4명, 공군은 단 1명뿐이다. 해군의 경우 모두 준장인데, 정부는 이 중 한명을 소장으로 진급시킨다는 방침이다. 해군에서 지금껏 비사 출신 소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대구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앞을 지나며 사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군에선 이미 비사 출신 소장이 배출됐다. 주인공은 지난 2018년 소장으로 진급한 이동원 방공유도탄사령관으로, 육군 출신(학군 27기)이다. 1991년 방공유도탄사령부는 육군에서 공군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해·공군은 사관학교 출신의 독점 현상은 구조적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비사 출신 장교가 워낙 적고, 고위 장성에 오를만한 경력을 갖추지 못해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직 공군 고위 장성은 “비사 출신 전투기 조종사는 의무 복무를 마치면 대부분 민간 비행사로 많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장성급 인재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직 해군 고위 장성은 “최근 해군은 비사 출신 장교도 고위 장성에 진급하는 데 필요한 경력을 갖추도록 관리 중”이라며 “현재 중령급 장교가 장성 진급을 할 때쯤이면 다양한 후보군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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