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박지원 회담, 일본 총리 관저의 오산" 마이니치

김예진 입력 2020. 11. 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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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당초 여론 반발 우려에 회담 공개에 신중
정보 관리 부실로 회담 전 언론에 보도돼
박 원장, 회담 후 기자 취재에 응하는 등 표면화
총리 관저 내에선 "박 원장 약삭빠르다" 불만도
[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일본 스가 총리를 만나고 돌아온 박지원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11.11. mani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예방한 가운데, 양측의 회담이 결국 일본 총리 관저의 오산이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12일 마이니치 신문은 박 원장이 최근 방일해 스가 총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집권 자민당 간사장 등과 잇따라 회담했다면서 "스가 정권 발족 후 첫 한국 정부 고위 관리의 방일인 만큼 주목을 모았으나 (총리) 관저에게는 오산이었다"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우선 스가 총리와 박 원장의 회담이 어떻게 세상에 표면화됐는지 주목했다.

박 원장은 지난 10일 도쿄 소재 총리 관저에서 스가 총리를 만났다. 회담 후 박 원장은 기자들 앞에 스가 총리 저서인 '정치가의 각오'를 들고 나타나서는 "(스가 총리에게) 사인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마이니치는 그가 생글생글 웃었다(相好を崩した)고 전했다.

회담 후에는 박 원장이 스가 총리에게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한일 관계의 미래 방향성을 담은 새 정상 선언을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한일 양국 언론에서 나왔다.

그러나, 당초 일본 정부는 스가 총리와 박 원장의 회담을 밝히는 데 대해 신중했다. 보통 정보기관 부분의 접촉은, 외교 과제 정보 공유와 해결을 위한 물밑 조정을 도모하기 위해 접촉 사실 자체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

[도쿄=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29.

게다가 스가 총리와 박 원장의 회담 일인 10일은 때 마침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심문서 공시송달 전달 효력이 발생하는 날이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만일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에 도달할 경우 심각한 상황을 부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까지 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한일 정세가 긴박한 가운데, 스가 총리와 박 원장의 회담이 표면화 될 경우 여론의 반발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또한 일본 외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스가 정권과 접촉을 꾀했던 한국 정부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가토 관방장관은 사전에 스가 총리와 박 원장의 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답변을 피했다.

일본 총리 관저는 박 원장이 스가 총리와 회담을 위해 관저를 찾았을 때 기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뒷문으로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정면의 현관으로 들어갔으며 회담 후에는 기자들의 취재에도 응했다. 가토 관방장관은 회담 후 "박 원장이 스가 총리를 예방했다"고 회담 사실은 인정했으나 문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양 측의 회담 사실을 발표한 배경에는 "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리는 박 원장의 방일 전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왜 이 단계에서 보도되는가"라며 의아해 했다.

박 원장이 지난 8일 니카이 간사장과 회담했던 것도 이후 스가 총리와의 회담이 표면화되는 요인이 됐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 9월 스가 총리의 탄생을 위해 힘쓴 니카이 간사장은 박 원장과 오랜 기간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지적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주변에 "여기까지 마음이 맞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고 박 원장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 정부가 당초 여론 등을 우려해 박 원장의 스가 총리와의 회담 일정을 신중히 다루려 했으나, 정보 관리 부실과 박 원장이라는 변수로 회담이 대대적으로 여론에 알려지게 됐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총리 관저의 오산이었다는 지적이다.

신문에 따르면 총리 관저 내에서는 박 원장의 붙임성 있는 모습에 "약삭빠르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가토 관방장관도 10일 박 원장으로부터 "새로운 공동 선언의 작성을 포함해 한일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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