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이승만·박정희는 미래 바라봤다, 과거 갖고 그만 싸워야"

원선우 기자 2020. 11. 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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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온라인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박상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의원은 12일 “정치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 정치는 미래 세대의 것”이라며 “선동, 대립, 갈등이 아니라 통합, 설득의 길로, 그리고 문제 해결과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연세대학교 학부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워크숍’ 온라인 강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래지향적 정치인의 사례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들었다. 두 전직 대통령을 ‘친일’ ‘독재’의 장본인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민주당에선 이례적인 평가다.

박 의원은 “이승만 대통령은 초가집으로 학교 지을 돈도 없던 나라에서 교육이 국민의 의무이고,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걸 교육법에 명시했다”며 “이는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은 물론 여러 과오가 많은 분이긴 하다”면서도 “한글을 가르치고 학문을 가르치려는 일에 전력했던 계몽가로서, (이 대통령이) ‘교육 입국’이라는 자기 생각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군사 독재, 반 인권은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가 ‘산업 입국’의 길을 닦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깔았다”고 했다. 이어 “그때 대한민국에 바퀴 달린 자동차가 수천 대밖에 안 됐다”며 “(고속도로 필요성을) 국민이 이해 못하고 야당도 반대했다. 그러나 그 고속도로가 깔렸기 때문에 대한민국 수출, 물류 대동맥이 만들어져 10~20년 뒤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승만(왼쪽), 박정희 전 대통령./조선일보DB

박 의원은 미래지향적 지도자의 사례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한 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적 반대를 예상하고도 대연정을 제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통합과 화해의 대표적 리더십으로 미국 워싱턴 초대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박 의원은 최근 타계한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사례를 이야기하며 “외롭고 힘들고 욕을 먹더라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또박또박 잘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김대중(왼쪽), 노무현 전 대통령./조선일보DB

박 의원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에 대한 과가 있더라도 한국전쟁에서 그가 세운 공을 인정해서 현충원에 잘 모시면 된다”며 “'박용진 너는 친일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냐'는 식의 조롱도 있었는데, 정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70년 전 (친일 등) 문제는 그것대로 평가하고 기록하면 되는 것”이라며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과거가 발목을 잡거나 과거 문제로 서로 다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가 아등바등 싸움만 하고 있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못하고 있다”며 ‘토착 왜구다!’ ‘신종 적폐다!’ ‘내로남불한다!’ 면서 서로 싸우고만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 걸린 역대 대통령 초상화. 오른쪽부터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조선일보DB

박 의원은 “그래서 저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로남불 하지 말고 역지사지하는 정치인의 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야당이 하면 잘못됐고, 여당이 하면 잘못됐고, 이런 식으로 서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하는 박 의원은 “재벌 개혁에 앞장서다 보니 사회주의자냐 공격받는 일도 많다”며 “유치원 3법 앞서서 하다 보니 또 유치원의 한유총과 같은 이익집단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내에서 비판적인 언급을 할 때마다 ‘또 너는 내부 총질하냐?’ 하는 비판도 들을 때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가운데) 의원 등이 지난 8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박 의원은 “그러나 정치의 리더, 공동체의 리더는 그 바르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것이 맞는다”며 “(리더는) 기득권, 주류 질서로부터 자유롭고, 포섭되지 않은 사람이어야 된다. 그래야 더 자유롭게 미래 질서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또 자기의 생각과 소신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기존 질서를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쓸데없는 짓 한다!’ ‘빨갱이 아냐?’ 라고 욕하게 돼 있는데, (지도자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뚫고 나갈 용기와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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