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

[인터뷰] 마스크 쓰긴 썼습니다.."누구든 이 사진에 답을 해보라"

최원형 입력 2020. 11. 12. 15:36 수정 2020. 11. 13. 08:56

기사 도구 모음

 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를 앞두고, 한 장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그를 포함한 마스터시스템 소속 노동자 12명은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엔진을 제작하기 위한 주물 모래 등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의 보수·유지 업무를 맡고 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해령씨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마스크를 쓰고도 분진을 마시며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모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노했던 평화시장의 창문 없는 봉제노동 현장과 무엇이 다릅니까?’

 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를 앞두고, 한 장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 속 노동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사내 하청업체 마스터시스템에서 일하는 최해령(32)씨다. 마스크를 썼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코와 입 주변이 온통 새카많게 변해 있다. 또다른 사진은 마스크 안쪽까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최씨는 12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쇳가루, 유리가루 등 분진을 모아주는 집진기를 정비하기 위해 들어갔다 나온 직후의 모습”이라고 사진 속 상황을 설명했다. 그를 포함한 마스터시스템 소속 노동자 12명은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엔진을 제작하기 위한 주물 모래 등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의 보수·유지 업무를 맡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도 함께 일하고 있지만, “집진기 정비처럼 분진이 많이 일어나는 일, 높은 곳에 있는 장비를 조작하거나 회전체 컨베이어벨트를 다루는 등 위험한 일은 하청 노동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최씨는 “분진이 계속 날리는 곳에서 마스크 한장으로 버텨야 하고 대기(혹은 휴식)하는 공간 바로 옆에도 분진 배출 시설이 있다. 전주공장에 정규직 친구가 있는데, 공장 안에 이런 곳이 있다고 했더니 못 믿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고 김용균씨가 일하던 작업환경과 비슷해서, 2년 전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의 동료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원래 쓰리엠(3M) 방진 마스크를 지급해오다가 최근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마스크로 교체하면서,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지난 10일부터 쓰리엠 방진 마스크를 다시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씨의 사진은 마스터시스템 소속 노동자 40여명이 지난 9일부터 파업을 벌이면서 알려지게 됐다. 공장에 상주하는 업체인데도 통근버스를 탈 수 없고 출입증도 발급해주지 않아 매일 방문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사진과 함께 알려졌다. 전면 파업을 벌였다가는 아예 공장 출입을 제한당할 수 있어서, 이들은 하루 7시간50분씩 파업을 벌이고 있다.

 최씨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대우(33)씨는 “하루 종일 분진을 그대로 들이마시다 보니 숨 쉬는 게 답답할 뿐 아니라 눈까지 뻑뻑해져 잠도 못 잘 지경이다. 작업장 환경 개선을 요구한 지 2년이 다 됐는데, 회사에서는 그저 ‘알았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인 하청업체는 ’권한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두 노동자는 “최소한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보장해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검진 때 호흡기 질환 검사를 철저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개선 조처가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이 사진을 담은 전태일 50주기 관련 논평을 내어,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에 훈장을 추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묘소 참배를 하며 ‘친노동’을 부각하려 하는데, 이 사진에 대한 답을 해보라”고 촉구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노동 현실이 1970년 평화시장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주장이다.

최원형 선담은 기자 circle@hani.co.kr

마스크에 따라 분진 흡입량이 달랐다. 가운데 가장 까맣게 된 마스크가 현재 하청업체가 지급한 마스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소재부 작업 모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