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위?"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갸우뚱'한 이유는

윤한슬 2020. 11. 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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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들 TBS 라디오 인터뷰
윤희웅 "선택지에 국민의힘 인사 빠진 건 문제"
윤 총장, 야권 조사서 22.6%→전체 조사서 24.7%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전지검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24.7%를 기록했다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윤 총장의 상승세는 분명하면서도 여론조사 설계 자체가 윤 총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 센터장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야권에는 뚜렷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혼자 독식할 수 있는 구조여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게 가능하다"면서도 "(윤 총장 지지율) 상승폭이 상당히 빨리 나타나 조사 결과를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센터장은 질문에 제시된 선택지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앞서 한길리서치는 지난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한길리서치는 범여권 후보와 범야권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각각 물은 뒤 여야 전체 후보 중 6명을 추려 다시 선호도를 물었다.

범여권 후보만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국무총리가 포함됐다. 범야권 후보 중 진행된 조사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등이 포함됐다.

여야 후보 중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심상정 의원, 안철수 대표, 윤석열 총장,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 홍준표 의원, 기타 인물, 없다, 잘모름 및 무응답 등 총 9개의 선택지가 제시됐다.

범야권 조사에서와 달리 여야 후보를 종합한 조사에서는 범야권 후보 조사에서 각각 9.0%, 4.5%, 2.8%를 차지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은 아예 빠졌다. 윤 총장은 이 조사에서 지지율 24.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윤 센터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한 명도 없는 선택지가 문제"라며 "보기에 있냐 없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윤석열 총장으로 모아지는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여권 후보와 야권 후보를 따로 물은 항목에서 윤석열 총장이 22.6%로 (야권 후보) 1위를 했다"며 "그런데 거기에 '(지지 후보) 없다'는 응답이 33.5%나 나왔으며, 여야 다 합쳐서 물었을 때 (모른다는 응답자가) 다 거기(윤 총장)로 간 거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한길리서치는 이날 뒤늦게 자사 홈페이지에서 여야 전체 후보 선정 기준에 대해 "이전 조사에서 여권과 야권 각각 3위까지 총 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며 "일부 후보는 매월 조사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야 각각 1~3위를 차지한 후보가 이번 조사의 선택지로 제시됐다.


유선 전화 비중·응답자 세대 쏠림도 물음표

윤석열 총장이 한길리서치가 7~9일 진행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 24.7%를 기록했다. 한길리서치

조사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윤 센터장은 "일부는 보수적 응답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실시됐다"며 "집 전화 즉, 유선 전화의 비중도 최근에 나온 다른 조사들에 비해서 큰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길리서치는 유선 전화면접 23%, 무선 ARS 77%의 비중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유선 전화 면접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집(혹은 가게) 전화로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방식인데, 집 전화로 조사하는 비율이 높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 응답자가 많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다른 여론조사보다도 유선 전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유선 전화(자동응답) 조사 비율이 20%였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집 전화 조사 비율이 15%였다.

윤 센터장은 "요즘은 이사를 가도 집 전화를 놓지 않고 대부분 휴대전화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한다"라며 "집 전화를 쓰는 것은 해당 주소에 상당 기간 살았다는 것이고 아무래도 젊은층 보다는 노년층이 많이 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로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시간 대에 집이나 가게로 전화를 걸었을 때 받는 사람들은 전업주부, 자영업자, 무직자 등인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22명 중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이 311명, 50대가 213명으로 조사됐다. 특정 세대의 의견만 반영되지 않도록 가중치를 적용했다 하더라도 5060세대(524명)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점은 눈에 띈다.

그러나 조사 방식 자체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상일 캐이스탯컨설팅 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반대로 무선 전화 방식만 이용하면 노년층의 답변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 진보 성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라며 "때문에 휴대 전화와 유선 전화를 섞어서 조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세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가중치나 샘플링 등에 문제가 있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전에 공표를 못하게 하니 현재 통용되는 방법에 크게 어긋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사 방식과 관계 없이 야당에 대항마가 없어 윤 총장 쏠림현상이 불가피했을 거란 해석도 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 이슈가 계속 정국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다 보수 쪽에 대안이 될 만한 유력주자가 없기 때문에 쏠림현상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총장은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4.7%를 기록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2%, 이재명 경기지사는 18.4%로 조사됐다.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 5.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2%, 심상정 정의당 대표 3.4% 순이었다.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3.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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