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배출 의사 2700명 부족.."내·외·산·소 인력난 발등의 불"

편광현 2020. 11. 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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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86%가 미응시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이 지난 10일 종료됐다. 응시대상 3172명 가운데 446명만 시험을 치렀다. 대학병원 등 의료 현장에서는 "내년 3월에 배출할 의사 수가 평소보다 2700여명 적다"며 "인력 부족이 눈앞인데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신규의사 부족으로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곳은 인턴 의사들이 교육을 받는 대형 수련병원이다. 12월 초부터 새로운 교육 계획을 짜야 하는 수련병원 관계자들은 "문제점은 예상되지만 대책은 고민도 못 해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의료진. 뉴시스


생명 연관 내·외과 공백 우려
전문가들은 "생명과 관련된 의료과목의 인력난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준호 교육수련부장은 "인턴 의사가 가장 많이 필요하고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은 '내ㆍ외ㆍ산ㆍ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라며 "보통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과는 원래도 경쟁률이 낮아 문제였다"며 "이번을 계기로 젊은 의사 공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응진 수련병원협의회장은 "인턴 의사의 역할 중 하나는 전공의와 교대근무를 서며 중환자를 응급처치하는 일"이라며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돌볼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 관련해 모인 병원장들. 뉴시스


병원 응급실도 고민이 많다. 김수진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서는 전문의와 전공의(인턴 포함)들이 당직을 서며 24시간 환자를 본다"며 "당장 내년부터 전공의 당직 인력의 50%가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진이나 심전도 촬영 등 의사들만 할 수 있는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다"며 "또한 심폐소생술, 수술 등 팀으로 하는 의료행위에도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방 병원 "우리가 가장 큰 문제"
비수도권 병원들은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원주 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부장인 김성훈 교수는 "원래도 신입 의사들은 서울의 ‘빅5’(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수련병원으로 가려고 한다"며 "지방의 경우 인턴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강원도의 경우 유일한 3차 병원인 원주 세브란스에서 인턴들을 교육해 중소 의료원으로 보낸다"며 "지역 의료원으로 보낼 인력이 아예 사라진다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망했다. 그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작은 의료원은 응급실 운영에서 수련의가 큰 역할을 한다"며 "그런 곳에 대책이 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역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수급 문제도 지적했다. 안 소장은 "우선선발하는 군의관과 달리 공중보건의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시골 보건소에 갈 신입 의사 150여명이 사라질 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2년 뒤에는 의사들이 들어갈 수련병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2022년에는 신입 의사가 2배로 쏟아져 나온다"며 "그때는 반대로 지방 병원에서도 수련을 받지 못하는 의사가 2000명이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 어렵다면 대책이라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시 재응시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 여론을 근거로 추가 시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료공백 문제에 대해선 '차질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의료수급 문제로 상당히 고민되는 면이 많다'고 바꿨다. 지난 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턴 대신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할 수 있다"며 "국고 지원이나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한다면 의료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고 밝혔다.

수련병원 측은 "재응시가 어렵다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신응진 수련병원협의회장은 "공정성 논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국민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급작스러운 의료공백 대처를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금껏 거론된 입원전담전문의 활용이나 공공의료 확충 방안은 당장은 현실성이 없는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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