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집회 전 차벽부터 쌓더니..10만 진보집회 침묵하는 정부

허정원 2020. 11. 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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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전국 10만명 운집 ‘전국민중대회’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전농·전여농 등 민중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민중생존권 보장과 사회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실현,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2020 전국민중대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중고를 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4일 노동·사회단체가 전국에서 10만명 규모의 전국민중대회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대응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는 전국민중대회 외에도 진보당대회·전국노동자대회 등 곳곳에서 진보 성향의 집회가 열린다.

12일 서울시와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말집회는 주최 측이 현행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키로 한 만큼 별도의 금지조치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주최 측이 정부의 ‘100인 이상 집회금지’ 방역수칙을 고려해 99명까지 인원을 제한하고 광화문 일대 등 집회금지구역은 피하겠다고 알려와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서울시나 경찰 등이 취해온 조치를 고려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천절 집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0인 이상 집회까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경찰버스 300대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을 봉쇄해온 것과는 전혀 상반된 조처여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127.4명으로 개천절 직전 일주일 평균(71명)보다 79%(56.4명)나 많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만 놓고 보면 광복절, 개천절 집회보다 방역 상황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광복절 집회 일주일 전인 8월 8일~14일 코로나19 일평균 확진자 수는 50.6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달 6~12일엔 하루 평균 56.4~76.8명의 확진자가 더 나오고 있는 셈이다.


평균 확진자 127.4명…광복절보다 심각

각 집회 직전 일일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러나 이번 집회를 고려한 별도의 조치는 12일(오후 6시 기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서울시는 8·15 광화문 집회 나흘 전인 지난 8월 11일과 12일 집회취소 공문을 보낸 데 이어 13일에는 26개 단체에 대해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집회 강행 시 주최자 및 참여자를 특정해 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강경 대응도 언급했다.

이어 개천절 집회 닷새 전인 지난 9월 29일에는 “집회 원천 차단을 위해 서울경찰청과 공동대응하고 있다”며 참여자 고발·손해배상 청구를 재차 언급했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찰 측은 14일 집회에 대해서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확진자 수는 늘었지만 당초 10인 미만으로 제한했던 집회 금지조치는 100인 미만으로 완화된 상태다. 집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2일에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서면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역관련) 변경이 있을 경우 브리핑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8·15집회 이틀 전 주최자 고발을 언급했던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이날 브리핑에선 집회 관련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개천절땐 강경…경찰 “금지조치 없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9월 1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도 “광화문 등 집회 자체가 전면 금지된 지역이 아니라면 99명까지는 집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이 방역당국 고시(100명 이상 집회 금지)에 따라 행사를 진행키로 한 만큼 별도 금지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천절 집회 때 경찰 버스 300대를 동원해 광화문 일대를 포위한 '차벽' 등의 조처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의 입장과는 달리 집회 참여 인원이 99명 이상인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일단 주최 측이 참가자 명부 작성과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잘 지키는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원이 과다해져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현장에서 해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일단은 주최 측이 자체 질서유지인을 통해 인원을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고발·구상권 청구” 언급하더니

주요 집회 이전 확진자 수 및 방역 조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앞서 전국민중대회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 상황을 고려해 수도권은 서울 집중, 전국은 동시다발로 민중대회를 진행하고 서울에서는 100곳에서 99명씩 분산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비위에 따르면 서울과 강원, 경북, 대구, 대전, 충북, 전북, 울산, 광주, 경남, 부산, 전남, 제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집회가 열린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민중대회는 오후 3시부터 여의도공원에서 99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민중대회 종료 후에는 민주노총이 '전태일 50주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사, 국민의힘 당사 등 서울 내 5개소에서 각각 99명이 참석한다.

이 외에도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는 빈민대회가,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는 진보당대회와 6·15 남측위원회 청학본부 대학생분과가 주최하는 대학생대회 등이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혹은 서울역 일대에서는 농민대회가 열린다.


코로나19 브리핑도 서면 대체
주최 측에서 인원을 99명으로 제한한 건 지난달 12일 서울시가 종전의 10인 이상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100인 이상으로 완화하면서다. 서울시는 11월 초 바뀐 '5단계식 거리두기' 중 1단계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100인 이상 집회금지 조치(2단계 기준)를 적용한 건 방역조치를 강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금지는 다른 집합에 비해 참여자 추석 조사가 어렵고 비말 등 위험성이 높아 상위 단계 조치를 선제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현재 거리두기 1단계에 따르면 500인 이상 행사의 경우 핵심 방역 수칙을 의무화하고 지자체에 신고 및 협의하게 돼 있다”며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마스크 착용이나 이용자 간 거리두기 등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집회 주최 측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허정원·위문희·황수연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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