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와인' 인기 끌자 가격 슬쩍 인상..대형 유통업체의 '변심'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바꾼 이마트 "8개월 숙성해 가격도 달라"
"같은 판매처서 값 제각각" "마니아 아니면 맛 구별 어려워" 비판
[경향신문]
코로나19 장기화에 홈술족이 증가하며 초저가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은근슬쩍 가격을 올려 받거나 프리미엄 꼬리표를 달아 비싸게 팔고 있어 편법상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부 김모씨(53)는 최근 롯데슈퍼에서 평소 즐겨 찾던 초저가 와인을 구입하려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블록 건너편 롯데슈퍼에서 3900원에 파는 똑같은 상품을 4500원에 팔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가성비가 좋아 슈퍼에서 와인을 사서 마셨는데 같은 동네에서도 가격이 600원씩이나 차이 나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7월 3900원대 파격적인 초저가에 ‘레알 푸엔테’ 와인을 선보였다. 이 와인은 가격 대비 맛을 인정받으면서 출시 2주 만에 처음 준비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리는 등 하루 평균 1만병씩 판매되고 있다. 이 상품은 롯데슈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롯데마트는 예상보다 일찍 완판을 기록하자 지난 10월 추가로 50만병을 수입해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판매 채널별로 가격이 일부 다르다”며 “가격 책정에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36)는 지난 주말 이마트를 찾았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에 사서 먹었던 4900원짜리 초저가 와인 ‘도스코파스’가 입맛에 맞아 다시 구입하려고 보니 ‘도스코파스 리제르바’로 라벨이 조금 바뀌어 가격이 8900원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가격이 2배 정도 비싼 프리미엄급이라는데 로고와 크기가 같았다”면서 “어차피 저가 와인인데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점포에서는 기존에 팔던 4900원짜리 초저가 상품은 아예 매장에 없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 선보인 ‘도스코파스’는 지금까지 총 263만병이 팔리는 등 인기를 얻었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 7월 말 프리미엄급으로 ‘도스코파스 리제르바’를 높은 가격에 새롭게 선보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1만원 미만 와인 중 오크 숙성한 와인을 찾기 어려운데 프리미엄급인 도스코파스 리제르바는 8개월간 숙성을 거쳐 풍미를 높였다”며 가격이 높아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마트가 7900원에 내놓던 ‘G7’ 와인도 이마트의 슈퍼체인인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는 프리미엄 꼬리표가 달려 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와인 마니아가 아닐 경우 프리미엄과 일반 와인의 맛을 쉽게 구별하기 어려워 소비자들로서는 유통업체를 믿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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