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언제 닫을지" 겨울이 두려운 거리 위사람들

구자윤 2020. 11.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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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자들이 모여 앉아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역 인근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는 A씨는 다가오는 겨울이 불안하다. 코로나19로 시설이 폐쇄되면 당장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생활만 10년인데 이런 류의 긴장감은 처음"이라며 "열이 나면 노숙인 병원으로 이동시켜준다 하니 (노숙인 시설) 폐쇄 상황이 오면 차라리 내가 아프면 좋겠다"고 말했다.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노숙인 등 '거리 위 사람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몸을 녹일 공간이 더욱 필요해졌지만 각종 시설들은 코로나 사태로 축소 운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설은 언제 폐쇄될 지 모르는 상황에 몰려있다.

12일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자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 코로나로 복지인원·규모 모두 축소돼
12일 서울역 인근 노숙인 무료급식소 앞에는 오후 1시가 넘자 '마감' 안내판이 세워졌다. 뒤늦게 급식소를 찾아온 노숙인들은 커피가 담긴 종이컵만을 손에 쥔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 급식소는 원래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거리두기를 하느라 그 인원이 120명으로 줄었다. 아침 배식도 없어져 추워진 날씨에 배를 곯고 돌아서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보호시설 수용 인원도 축소됐다. 서울역 인근 한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은 최대 수용인원을 기존 72명에서 52명으로 줄였다. 시설에선 매일 발열체크를 하는 등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혹시라도 시설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폐쇄가 불가피하다.

복지센터 운영 자체도 어려워졌다. 감염 우려로 자원봉사가 끊긴 데다가 경기가 어려워져 후원도 줄어든 것이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추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기적인 봉사와 후원이 중요한 복지센터에는 코로나19의 타격이 크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니 도움의 손길이나 관심이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지금으로선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의 한 노인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11월 중에 어르신들께 점퍼를 나눠주려 하는데 올해엔 400벌에서 200벌로 줄었다"며 "후원이 20% 정도 감소했다"고 털어놨다.

12일 서울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노숙인들 모습.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지난해 보다 추운 겨울 될 듯.. “복지 서비스 계속 유지해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저체온증 등 한랭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명에 그쳤다. 지난해 겨울은 평균 기온 3.1도를 기록했을 정도로 따뜻했기 때문이다.

반면 혹독한 한파가 지나갔던 2018년엔 무려 11명이 '추워서' 사망했다. 사망자의 55%가 65세 이상 노년층이었고, 노숙인 등 무직자 비율은 80%에 이르렀다.

다가오는 겨울은 어떨까. 기상청은 올겨울이 지난해처럼 따뜻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기상청은 지난 10월 '3개월 전망 발표'에서 "이번 겨울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겠다"며 "북쪽 찬 공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이달 15일부터 '한파 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경로당, 마을회관 등 전국 4만2000여개소가 쉼터로 지정됐다. 하지만 수용 인원은 방역을 위해 예년의 절반으로 축소된다. 또 이 시설들은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폐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증가하면 운영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한파 쉼터도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다른 시설과 똑같이 운영된다"며 "그럴 경우엔 가능한 한 실내에서 머물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필수적인 복지시설인데)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현장들을 선택적으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방역 흐름 자체를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대해선 방역을 철저하게 하면서도 서비스를 계속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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