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前부총리의 주목받는 행보, '제2의 노무현 신화' 꿈꾸나

송창섭 기자 2020. 11.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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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설립 재단법인 '유쾌한 반란' 행보에 촉각
"국가적 어젠다 해법 마련 고심 중"

(시사저널=송창섭 기자)

관가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전설로 통한다. 김 전 부총리는 경기고·서울대 등 화려한 스펙이 난무하는 경제부처에서 상고(덕수상고)와 야간 대학(국제대·현 서경대)을 졸업한 뒤 행시(26회)를 패스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2년 입법고시(6회)에도 합격했지만 행정부처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그는 엘리트 관료들의 산실인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재부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공직 생활 동안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꿈의 장학금으로 불리는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뽑혀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에서 2002년부터 3년간 선임정책관으로 활동하기도 있다. 이때 함께 근무한 이가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의원이다.

ⓒ연합뉴스

상고·야간대 나와 경제수장 오른 입지전적 인물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맡은 뒤 대학(아주대)으로 가 총장을 지낸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 기용되면서 화려하게 관가로 컴백했다. 화려함은 딱 거기까지였다. 2018년 말 공직에서 물러난 뒤 모교인 미시간대에서 초빙교수를 지내던 그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러 차례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았다.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시와 경기도 과천 등 구체적 후보지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일언지하에 모두 거절했다.

그런 그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 김동연'이 가진 성장 이력이 남달라서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금수저'와 '사다리 걷어차기'가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다. 여야 모두에게 구미가 당기는 인생 스토리다. 특히 이른바 '있는 집안 사람'이 적지 않은 보수진영에선 더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아픈 곳인 소득주도성장의 실효성을 놓고 진보 성향의 청와대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들과 갈등한 끝에 관직을 떠났다. 훗날 경제 실정을 놓고 격돌을 펼칠 때 여권으로선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

군불은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피는 양상이다. 차기 대선주자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내건 기준으로는 몇 가지가 있다. 내후년 대선전에선 경제가 최대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에 경제 사정에 밝은 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속내가 알려진 후 여의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김 전 부총리로 모아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운동권 출신들이 경제를 망쳐놓았다는 프레임을 가장 잘 만들 사람이 누구겠는가. 그들과 싸우다 쫓겨난 김 전 부총리 아닌가. 진보진영에서 상고 출신 노무현을 키워냈다면 보수에선 같은 상고 출신 김동연을 성공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자 김 전 부총리는 꽤나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김 전 부총리가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는 것은 왜일까. 진짜 아니 땐 굴뚝인데도 연기가 나는 걸까. 최근 사정만 보면 꼭 그렇게 볼 건 아니다. 김 전 부총리는 올해 1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세웠다. 6월30일에는 국세청에 기부금 단체로 등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고유목적사업 부분이다. 여기에는 '공공·민간·사회문제와 관련한 봉사 및 자문 지원 사업'이라고 적혀 있다.

법인 소재지는 친구인 박계신 디아센스코리아 회장의 회사로 돼 있다. 다이아텍코리아와 디아센스 대표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은 김 전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덕수상고와 국제대를 졸업했다. 바이오 제약업계에서는 김 전 부총리 못지않게 성공신화를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이 나온 덕수상고(현 덕수고)는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한 수재를 많이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김종인이 말한 '경제 전문가+성공신화' 제격

법인명인 '유쾌한 반란'은 김 전 부총리가 가장 즐겨 쓰는 말이다. 아주대 총장 시절 펴낸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의 부제는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이다. 책에서 그는 "유쾌한 반란은 남이 낸 문제, 내가 낸 문제, 세상이 낸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지낸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와 청와대 농수산식품 비서관 출신인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 총장 외에 김 전 부총리가 공직 시절 자주 만났던 기업인, 관료 출신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쾌한 반란'이 다루는 주제는 굉장히 폭넓다. 하나같이 국가적 어젠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싶지 않아 총선이 끝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사단법인의 활동을 보면 사실상 정치행위로 볼 만한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와 가까운 A씨는 "비주류로 시작해서 그런지 공직에 있을 때부터 사회 개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진중한 성격이기에 조용히 국가 개혁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9일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에서 열린 '굴 양식 어민과의 토론회'에서 김 전 부총리는 영화 《광해》에서 "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나는 백성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禮)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라는 주인공(이병헌 분) 대사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도자에겐 최소한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비전이고, 둘째는 실력이다. 영화 속에서 왕이 된 광대가 궁중에서 가장 비천한 사람에게까지 따뜻한 마음을 품었듯이 우리 사회 지도층들도 이제까지 만들어진 틀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반성을 하고 솔선해서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김 전 부총리의 또 다른 지인 B씨는 "일련의 문제를 '정치'로 푸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며 만약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 맞다면 바로 정치판에 뛰어들 것"이라면서 "화려한 스펙으로 새바람을 일으킨 '안철수식(式) 새 정치'와는 접근 자체가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최재형 감사원장·금태섭 전 의원도 비슷한 처지

최근 최재형 감사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처지가 비슷하다. 2018년 1월 최 원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는 "법관으로서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법조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회가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폐쇄 타당성 조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언론을 통해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감사원으로부터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넘겨받은 검찰은 11월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한국수력원자력을 압수수색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때만 해도 민주당의 대표적인 소장파로 분류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여러 현안을 놓고 당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금 전 의원은 21대 총선 지역구(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초선 현역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패했다. 배신자라는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금 의원은 10월21일 민주당을 뛰쳐나왔다. 현재 금 전 의원은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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