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관리비 2만원 더 내겠심더~" 경비원 해고 막은 주민들
"경비원을 8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것은 얼핏 보면 그냥 줄이는구나 싶어보여도, 경비원 50%를 해고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일터를 없애는 일은 그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기에 가능하면 조심하고,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이달 초 부산 해운대구 좌동 삼환아파트 주차장 통로와 엘리베이터 등엔 이 같은 호소문이 붙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감축' 안건을 입주민 투표에 부치자,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결국 이 아파트의 '경비인원 감축'이 부결된 사실이 13일 알려졌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총 356세대를 대상으로 '경비원 감축' 찬반투표를 벌였고, 반대가 48.6%(173세대)로 찬성(38.2%·136세대)보다 많았다.
이 아파트가 경비원 감축 카드를 꺼낸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다른 아파트 단지보다 경비용역 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안건이 통과되면 가구당 월 2만원가량의 관리비를 줄일 수 있었다.
호소문을 붙인 입주민은 "(찬반투표를 통해) 다시 한번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 마련되면 좋겠다"며 "다른 아파트와의 관리비 비교를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사람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아파트에 사는 어린아이들이 오고 가며 경비아저씨와 인사하는 모습이나 아저씨들이 꽃잎과 낙엽을 쓸어담으며 주민들의 발밑을 돌봐주시는 모습은 결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다시 한번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천천히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손글씨로 "함께 삽시다" "조금씩 도와서 한 사람의 일자리를 줄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닐까요?" 등 동의 의견을 밝혔다. 결국 주민 투표에서 경비 인원 감축안이 부결됨에 따라 경비원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최근 전국에서 아파트 경비인력 감축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이어, 경찰이 지난 6월부터 아파트 용역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 분리수거나 주차단속 등의 업무를 못하도록 단속을 시작하자 관리비 부담이 가중돼서다. 아파트 측은 경비 인력을 줄이고, 분리수거·주차단속 인력을 별도로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선 경비원에게 '경비인력 감축 동의안'을 세대별로 받으러 다니게 한 사실이 지난 11일 알려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 대학생이 엘리베이터 등에 "동의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경비원 아저씨들이 '나를 이곳에서 자르는 데 동의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부끄러웠고 차마 서명을 할 수 없다"는 게시물을 붙이며 언론에 알려졌고,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입주자대표 등은 이러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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