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보유세 폭탄' 상상도 못할 美 캘리포니아

김재후 2020. 11. 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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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전 산 가격에 세금 부과
집값 급등해도 부담 크지 않아
고가주택 '징벌적' 세제도 없어"
김재후 실리콘밸리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당선인의 득표율은 65%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33%)의 두 배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는 세금, 환경, 종교, 인종, 낙태 등의 이슈에서 가장 진보적 색채가 강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주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13.3%로 미국 내 최고수준이다.

민주당이 장악해온 주의회와 주지사는 재산에 대해 높은 세율을 부과하도록 세법을 만들었다. 주택용 부동산(집)만 따져보면 집값의 1.1~1.3%를 매년 재산세(property tax)로 내야 한다고 세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 당국의 재산세는 보통 1%이며, 나머지 0.1~0.3%는 도시마다 도로나 학교, 공원 등 공공시설을 지을 때 추가로 부과(supplemental property tax)하는 구조다.

집값이 세계 최고 수준인 실리콘밸리는 이 같은 기본 세율을 적용하면 집주인들이 이론적으론 매년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너무 가혹한 세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많은 재산세를 내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

주의회는 재산세의 세율을 규정하면서도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일단 재산세의 부과 기준을 매입 당시 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 본사가 위치한 쿠퍼티노에서 시세 270만달러(약 30억1000만원)인 차고 2개, 방 4개짜리 주택이라면, 시세의 1.2%인 3만3600달러가 아니라 집주인이 과거에 산 가격에 부과하는 금액이 된다는 얘기다.

현재 집주인은 이 집을 1996년 54만1500달러에 매입했다. 따라서 집주인이 내는 재산세는 어림잡아 6540달러 수준이 된다. 주정부가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매년 재산세를 2%씩 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재산세가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 수준이다. 더욱이 캘리포니아는 재산세 납입금액과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에 대해선 소득세를 낼 때 공제해주는 제도를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오른 집값 때문에 재산세 부담을 느껴 은퇴자들이 이사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세법으로 대책을 마련해주고 있다. 55세 이상의 집주인이 비싸진 집을 팔고 그 집과 비슷한 혹은 더 낮은 가격의 집으로 이사할 경우 재산세를 종전 집값에 맞춰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 두고 현지 시민들은 재산세의 지향점이 세수 확보보다는 시민의 주택소유를 장려하고 장기 거주를 유도하며 거래를 활발히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재산세는 매매가격이 아니라 시세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시세의 65% 수준이라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년 부과된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공시가격을 인상해 비싼 아파트(15억원 이상)는 5년 뒤, 나머지는 10년 뒤 시세의 90%에 도달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되면 올해 재산세로 1080만원을 내는 서울 반포자이 84㎡(34평형)를 보유한 가구주는 거주 기간과 상관없이 5년 뒤 3200만원의 제산세를 내야 한다. 올해 170만원인 서울 상도동의 더샵 84㎡의 재산세도 10년 뒤엔 651만원이 된다. 반포 아파트의 재산세가 쿠퍼티노에 있는 대저택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한국의 집주인은 그렇다고 집을 팔고 떠나기도 힘들다. 더 강화된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이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집의 규모에 상관없이 2년간 살던 집으로 확인되면, 양도소득세를 사실상 면제해준다. 1997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제도로, 매도 시점에 살고 있지 않아도 적용된다. 대부분이 이 혜택을 받아 실리콘밸리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부의 확산도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주택 투기를 없애고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은 좋지만, 고가주택에 대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한국의 재산세는 투기라고 말하기 어려운 1주택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근 몇 년 새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집값도 크게 올랐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 ‘급등한 집값을 때려잡겠다’는 내용은 없다. 그 대신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최대 1만50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실리콘밸리 집값 평균 106만 달러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곳은 남쪽 새너제이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지역을 말한다. 스탠포드대학이 위치한 팰로앨토도 그중 한 곳이다. 지난해 거래된 팰로앨토의 집값 평균은 236만달러(약 26억4000만원)를 넘는다. 팰로앨토 바로 아래에 있는 로스앨토스의 평균 집값은 287만달러, 쿠퍼티노는 106만달러에 이른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면 크게 비싸지 않은 것 같지만, 미국은 일반 주택 위주여서 정형화된 가격이 아니라 평균 가격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스튜디오(원룸)도 포함돼 있다.

월세는 더 비싸다. 팰로앨토의 평균 월세는 3800달러, 쿠퍼티노는 4600달러로 집계된다. 로스앨토스는 5145달러로 한 달 월세만 600만원에 육박한다.

이러다보니 실리콘밸리에선 룸메이트를 구해 스튜디오에서 같이 살거나, 일반 주택을 쪼개 각각 월세를 주는 사례가 흔하다. 차고 2개짜리 주택에 벽을 세워 월세 4500달러, 4000달러, 3000달러 등의 집 세 개로 만드는 식이다.

캘리포니아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도시권역 중 유일하게 실리콘밸리 지역의 9월 집값이 한 달 전보다 하락(-0.7%)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엔지니어 이민자 유입이 줄어든 때문이다. 그래도 평균 집값은 106만달러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비싸다.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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