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900만명..안전사고·오염·남획 심각한데 규제 '구멍'

신재희 2020. 11. 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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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언택트 레저' 그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나홀로 레저’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동시에 낚시인 증가에 따른 안전·해양오염 문제, 남획 등 부작용은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낚시 문화가 발달한 국가에서 시행하는 낚시 면허제 등의 도입은 요원하다. 자유로운 취미활동을 국가가 규제하는 것으로 여기는 전국 900만명 낚시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낚시에 대한 국민 인식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언택트’ 열풍 타고 인기 얻는 낚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언택트) 시대가 일상화되면서 ‘나홀로’ 자연에서 낚시나 차박(차+숙박)을 즐기는 ‘언택트족’이 늘고 있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카카오내비’에 나타난 전국 이동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야영장·캠핑장(77%), 실외낚시터(39%)로 이동이 크게 늘었다.

특히 낚시는 낚싯대 등 최소한의 장비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나 비교적 쉽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낚시 관련 TV 예능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채널도 낚시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낚시인구는 9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부의 제2차 낚시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연간 3회 이상 낚시를 즐기는 인구는 2000년 500만명에서 2010년 652만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8년 850만명까지 증가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올해 921만명, 2024년에는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낚시를 둘러싼 풀리지 않는 문제들

낚시산업 성장의 이면에는 낚시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단 안전문제부터 살펴보면 구명조끼 미착용과 영해 외측 불법조업, 출·입항 허위 신고 등 각종 규정 위반 사례가 매년 증가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낚시 사고는 272건, 인명피해 인원은 총 267명에 달했다.


우리나라 낚시어선들이 불법으로 배출하는 선저폐수, 분뇨, 폐기물 등 해양오염 물질도 상당하다. 지역 해경들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어선과 낚시객을 대상으로 점검·단속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어선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전에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 낚시객이 연간 배출하는 오염물질량은 2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인과 어업인 간 갈등, 어업인과 낚시어선업자 간 갈등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우선 낚시인들이 무분별하게 조획하는 과정에서 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어민들과 갈등이 발생한다. 관련 지적이 잇따르자 해수부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전국 낚시어선의 조획량이 전체의 몇 %를 차지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해수부는 한 해 어획량의 10% 정도를 낚시인들이 걷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업인들과 낚시어선업자의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낚시어선업은 당초 어한기 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최근에는 낚시어선업자들이 전업화하면서 어장 이용 등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낚싯배는 원래 어한기 때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허가해준 것인데 최근 낚시어선업을 우선으로 하는 어업인들이 늘어나는 등 본말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낚시로 포획한 수산물을 SNS를 통해 불법 판매하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헐거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불법 행위를 하는 낚시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정부 관리 필요 있어”

정부는 무분별한 낚시 행위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하지만 추진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의 관리를 무조건 규제로 받아들이는 전국 낚시인의 반발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예전부터 낚시면허제 등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다. 하지만 낚시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2018년에는 낚시면허제 대신 ‘쿠폰제’를 도입하고, 특정 어종에 대해 어획량 상한제를 두는 방안 등을 추진하려 했지만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규제 측면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낚시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낚시 공원’ 등 쾌적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낚시 관리 구역을 시범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낚시 문화가 발달한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낚시 행위를 관리 중이다. 이들 국가는 수산자원과 해양환경 관리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연간 일정 시간의 교육과 시험을 통과해야 낚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면허증을 발급받은 뒤에도 매년 낚시 이용료를 내야 한다. 캐나다와 호주, 일본에서도 낚시 쿠폰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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