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집 사는 게 제일 바보짓, 집착 버려라" [강영연의 인터뷰 집]

강영연 2020. 11. 14.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월세는 버리는 돈 아니다
부동산 투자는 자신과 나라 둘다 망하는 것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지난 3월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를 이어갔다. 개인투자자들은 달랐다. 삼성전자 등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을 사들였다. 이들은 외국인으로부터 한국 주식시장을 지키는 '동학개미'로 불렸다. 선두에는 '존봉준'으로 불리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있었다. 

존리 대표는 지난 13일 전화인터뷰에서 부동산에 전체 자산의 80~90%를 투자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은 없다고 했다. 투자해야할 자산은 집이 아니라 주식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집을 사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것이 훨씬 싸다"며 "기회비용을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기자가 코로나19 자가격리 중인 탓에 전화로 이뤄졌다. 

 ◆'일하는 자산'에 투자하라 

존리 대표는 집을 사지 말라고 주창하는 투자자로 유명하다. 그의 논리는 명료하다. 주식은 기업을 사는 것이다. 기업은 스스로 일을 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어떤가. 일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자산에는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삼성전자 주식과 서울 아파트, 전국 아파트를 연말에 사서 3년 만기 보유했을 때 수익률을 매년 도출하는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삼성전자 평균 수익률은 47.64%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수익률 9.65%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시장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6.18%에 불과하다. 존리 대표가 시장이 아니라 종목에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집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전체 자산에 주식은 거의 없고 80%이상이 부동산인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존리 대표는 "더구나 그 중의 대부분이 빚"이라며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의 특징을 고려하면 경기가 어려워질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은 일본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지방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말이죠. 출산률도 낮아지고, 인구가 줄면서 집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월세를 버리는 돈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오히려 집을 사서 생기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집에 묶어둘 돈으로 주식을 하라"는게 존리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5%룰'을 말했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원일때 1년 월세가 5% 미만이면 월세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달에 월세 400만원은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10억원에 대한 대출이자, 세금 등 유지비, 기회비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바로 '금융문맹'이라고도 지적했다. 

그 역시 월세에 살고 있다. 그의 집은 회사와 가까운 서울 사직동에 있는 아파트다. 아내와 강아지 2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사직동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환경도 고려됐다. 그는 오를 것 같은 집을 고르느라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사는 집 주변은 강아지를 산책시킬 수 있는 길이 있고, 시내만큼 번잡하지 않다"며 "술집도 많지 않고, 공기도 좋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절대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미국에 있을때 집을 샀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금 집 값은 너무 비싸다는게 그의 평가다. 그는 "1990년대 초 미국 집 값이 폭락했었다"며 "집이 안 팔리고 장사가 안 될 때라면 매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국영수 대신 금융교육 시켜라 

그는 한국의 사교육이 집에 대한 집착을 부르는 요인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불필요한 것이 없다고도 했다. 존리 대표는 "한국 부모들은 솔직해져야한다"고 꼬집었다. "공부를 시키는 이유가 뭔가요?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 얻어서 부자가 되길 바라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 공부를 잘하라고 합니까. 부자가 되라고 해야죠."

그는 부자가 되는 교육은 '국영수'가 아니라 금융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에 한달 월급을 다 쓰는 부모들에게 '차라리 그 돈으로  펀드를 사주라'고도 했다. 그는 "유치원부터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대학교 졸업때면 10억~20억원의 자금은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게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도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은 막아야한다고 했다. 일하지 않는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집값이 올라간다고해서 나라가 발전하는 건 아니란 설명이다. "자본이 일하게 해야합니다. 창업이 잇따르고, 거기에 돈이 들어가야 테슬라, 애플 같은 기업이 나옵니다. 일본처럼 부동산에만 투자하면 이런 혁신 기업이 안나옵니다. 일본을 보세요. 소니 이후 어떤 혁신이 있습니까."

 ◆부자처럼 보이려 말고 부자가 돼라 

젊은이들에게는 '집에 집착하지 말라'고 여러차례 조언했다. 그는 "집에 최대한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며 "월급이 적으면 외곽으로 나가서 살고, 출퇴근 시간을 투자하라"고 했다.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 좋은 동네에서 무리하게 살다보면 결국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부자처럼 보이려 하지말고 부자가 되세요."

그가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의 황금비율은 전체 자산의 20~30%다. 주식은 30~40%, 나머지는 현금이나 보험을 가지라고 했다. 그는 "자산이 100억원이라면 20억원짜리 집에 사는게 문제가 없다"며 "5억원 있는데 빚내서 20억원 짜리 집을 사는게 제일 바보"라고 말했다. 

월세로 산다면 이 역시 소득의 20~30% 정도를 사용하라고 했다.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해서 노후를 준비하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만큼 월세가 저렴한 곳이 없다"며 "주식을 단기적으로 보지 않고 5~10년으로 생각하며 투자하면 연평균 6% 수익률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집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야한다고 했다. 집을 가꾸며 시간을 보내고, 그것에서 편안하게 쉬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그런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집은 잠 잘 곳, 편안함을 주는 곳입니다. 월세를 살건 집을 사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젊었을 때부터 집을 사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집에 내 돈이 묶이는 것을 의미하고, 평생 그 빚 갚다가 자기 노후 준비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집에 꼭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세가지는 햇빛, 바람, 비데였다. 집은 쾌적하고 따사로운 환경이면 족하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답변이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경 고품격 뉴스레터, 원클릭으로 구독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