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윤석열 여론조사, 언론은 잘못없나

노지민 기자 2020. 11. 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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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여론 '조사' 아닌 '조성'? "미디어의 과장된 해석이 여론 왜곡"…보도의 기본 지켜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윤석열 검찰총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 총장이 1위를 했다는 조사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는 결과가 나와 정치권과 언론을 뒤흔들었다. 조사 방식이 극단적 차이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대권 후보를 띄우는 방식, 이를 키우는 언론 책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이 1위를 한 조사와 3위로 나타난 조사들은 여론조사 방식과 설계, 기관 모두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1위 조사의 경우 여야 3명씩 6명에 대한 객관식, 3위 조사는 제시된 선택지가 많았거나 주관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우선 '윤석열 1위' 조사는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진행해 11일 공표했다. 여권 후보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야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을 제시했다. '귀하가 지지하는 후보는 누구인가' 물었더니 △윤석열 24.7% △이낙연 22.2% △이재명 18.4% 등으로 집계됐다. (11월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1022명, 유선 전화면접 23%·무선ARS 77%, 95% 신뢰수준 ±3.1%p)

한길리서치는 앞선 조사에서 여·야 각각 3위까지 총 6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10월 정기조사에서 야권 후보 지지도는 윤석열(11.4%), 안철수(10.4%), 홍준표(9.4%), 오세훈(5.1%), 유승민(8.1%), 원희룡(3.7%), 황교안(3.6%) 순이었으며 기타 10.5%, 없음 33.5%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3인을 고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실제 대권 의지를 드러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제외됐고,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이 모두 빠지면서 극단적인 쏠림 효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10월 10~13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 유선전화면접 21%·무선ARS 79%, 95% 신뢰수준 ±3.1%p)

▲ 11월11일 공표된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결과(위)와, 11월13일 공표된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결과.

선택지를 다양화하거나 제약 없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달랐다. 13일 한국갤럽 정기조사는 “다음번 대통령감으로는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주관식 질문으로 이뤄졌다. '없음·응답거절'이 42%인 가운데 △이낙연 19% △이재명 19% △윤석열 11%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CBS가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는 △이낙연 21.1% △이재명 20.9% △윤석열 11.1% 순이다. 이낙연·이재명·윤석열·홍준표·안철수·오세훈·유승민·원희룡·심상정·김경수·김종인·황교안·정세균 등 13인의 후보를 제시한 결과로 '지지후보 없음'은 23.3%다.

※한국갤럽(자체의뢰): 11월 10~12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 휴대전화 RDD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RDD 1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 ※KSOI·CBS: 11월 10~12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9명, 유선 19.9%·무선 80.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1%p

대선 후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여론 '조사' 아닌 '조성'?

윤석열 총장 본인은 여러차례 '나를 여론조사에서 빼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야권에서 윤 총장의 지지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지울 수 없다. 여권에서도 윤 총장을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윤 총장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사퇴하고 정치하라” 했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본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되레 유력 후보군이 없는 야권에서 윤 총장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윤 총장의 첫 대권주자 등판은 올해 1월 세계일보가 의뢰한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다. 12월 26~28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7명 대상 조사에서 △이낙연 32.2% △윤석열 10.8% △황교안 10.1% 순의 결과가 나왔다. 야권 대표 주자였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 것이다. 세계일보는 미디어오늘에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꼽은 답변이 나온 바, 그 부분에 대한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윤 총장을 예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어떤 이유에서든 차기 대선후보군 여론조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윤석열 총장 본인을 위해서나 검찰을 위해서나 검찰개혁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며 “윤석열 총장이 대선후보군으로 굳어진다면 정치적 혼란은 물론이고 '정치검찰'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윤 총장도 당시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와 관련해 본인을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 1월31일자 세계일보 5면 기사.

올해 6월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윤 총장을 처음 포함시킨 이래 윤 총장은 꾸준히 대권주자 선호·지지도 조사 3위권 안팎에 올랐다. 그 사이 갈등구도에 있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직무 지지도 조사에서도 윤 총장이 우세를 보였다. 그러다 10월22일 국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면서 그의 정치권 진출 가능성이 더 활발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2019년 12월 26~28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7명 대상, 유선 15%·무선85% RDD, 95% 신뢰수준 ±3.1%p / ※오마이뉴스·리얼미터: 2020년 6월 22~26일 전국 만18세 이상 2537명 대상, 무선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자동응답 혼용, 무선80%·유선20% 임의전화걸기, 95% 신뢰수준 ±3.1%p)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13일 통화에서 “최근 1년 반 동안 검찰이 정치를 덮는지, 정치가 검찰을 덮는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윤 총장을 대권후보로 보는 여론조사는) 여론을 추동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군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도 최소한의 원칙을 견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컨대 과거 대선에 출마했던 인물들 가운데 현역 정치인으로 남아있는 경우, 정치적 행보가 대권에 염두를 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대권에 두각을 나타낼 만한 경쟁력이 있는 정치인 등이다.

“미디어의 과장된 해석이 여론 왜곡”…보도의 기본 지켜야

실질적 대권주자가 아닌 인물이 유력 후보로 소환되는 '여론조성'은 되레 혼란을 조장한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차기 대권주자 1, 2위로 줄곧 소환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있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해 언론사들의 신년 여론조사를 기점으로 범여권 유력 주자에 올랐다. 지난해 1월2일 MBC는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유 이사장이 대권주자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조사결과는 △유시민 10.5% △황교안 10.1% △이낙연 8.9% 순으로 집계됐다. (2018년 12월 27~28일 전국 성인 1009명 대상, 유선24%·무선76% RDD, 95%신뢰수준 ±3.1%p)

MBC 외에도 여러 언론사와 기관의 여론조사가 이어지면서 만들어진 '유시민 대세론'은, 유 이사장이 조만간 정계진출 입장을 밝힐 거라는 보도로 이어졌다. 유 이사장은 당시 “일부 언론이 가만 있는 저를 자꾸 괴롭힌다”고 호소한 데 이어 “(대선 출마) 하지도 않을 사람을 넣으면 여론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물론 여론조사 후보로 누구를 넣느냐는 규제의 영역이 아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본인을 대권 조사에서 제외하게 해달라는 유 이사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윤 총장을 포함한 대권주사 조사에 대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설문구성을 편파적으로 하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만 누구를 넣고 빼는 것에 대해선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1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박찬진 사무차장)라고 밝힌 바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민중의소리

다만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 유권자에게 전달할지는 언론의 책임이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미디어의 과장된 해석이 여론의 왜곡을 자아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의 오류 뒤에 숨기보다 잘못된 보도를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13일 미디어오늘에 “이른바 '윤석열 현상'은 일종의 판타지일 수 있다. 일부 미디어가 이를 증폭시킨 당사자로 보인다”며 “대선 여론조사 데이터에 대해 미디어가 보다 엄격한 해석을 했다면 빚어지지 않았을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언론은 대선 여론조사에 대해 드라마틱한 해석의 유혹에 빠지기보다는 객관적, 실증적 접근에 힘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기본에 충실한 보도'를 당부했다. 오차범위 내의 후보군에 '선두'를 가려선 안 되고, 전혀 다른 여론조사를 중계하기보다 해당 기관의 데이터 추세를 분석할 것 등이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은 “여론조사는 과학성이 생명이다. 미디어는 대표성과 신뢰성이 의심되는 여론조사를 기획하거나 의뢰하지 않는다”며 “미디어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정확성, 객관성, 신뢰성을 충족한 과학적 해석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안 대표는 “언론이 독자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항상 반성하지만 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사에서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각 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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