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못잡고 신뢰 잃었나..매매·전세불안에 들끓는 민심

문제원 2020. 11.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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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전세난→매매가 상승
김포·부산 풍선효과..주거 불안↑
靑청원, 커뮤니티에 정부비판 속출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새 임대차법과 저금리로 인한 전세난이 매매시장 불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매매·전세가격 급등 현상이 더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규제지역 확대와 전세난 해소대책 등을 검토 중이지만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서민들의 고통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매년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산업의 날을 맞아 주는 표창을 올해 처음으로 거절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일 비판이 쏟아진다.

전세난 이어 매매시장 불안까지…고통받는 서민

14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조사 시계열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9일 기준 105를 기록해, 2015년 11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0~200 사이 숫자로 표시되며 100을 넘을수록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의 경우 매매수급지수가 아직 100 이하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4주 동안 96.0→97.6→98.0→98.7로 꾸준히 상승하며 매수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수도권도 106.0에서 이번주 106.3으로 올랐고, 2015년 12월 이후 5년 가까이 100 이하였던 지방 매매수급지수도 103.5까지 올랐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는 이유는 전세난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차라리 아파트를 사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매수세가 중저가 단지에 집중되다 보니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노원구나 중랑구 등 외곽 지역에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규제 부작용으로 인한 '풍선효과'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자 부산과 김포 등 일부 비규제지역으로 투기자본이 이동하고 있다.

부산은 최근 3주간 아파트값이 0.30%→0.37%→0.56%로 올라 상승폭이 커지는 분위기다. 수도권 주요 지역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비규제지역인 김포도 지난 6월8일 이후 한주도 빠지지 않고 집값이 오르고 있으며, 최근 2주간 상승률만 4%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투기자본이 규제를 피해 지방광역시로 이동하는 것을 통계로 확인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장에선 그동안 정부가 특정지역의 집값이 오를 때마다 '핀셋규제' 방식으로 대처해온 것을 지적하며, 이번에도 김포와 부산 등의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난 이후에야 뒷북 대책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장관상' 거절한 중개사들…정부 비판 청원 빗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윤동주 기자 doso7@

잇따른 규제로 시장의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전셋값과 매맷값도 반등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정부에 대한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매년 11월11일 '부동산산업의 날'을 맞아 받아온 국토부 장관 표창을 올해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6년 부동산산업의 날이 제정된 이후 협회가 장관 표창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임대인-임차인간 수많은 갈등을 야기한 김 장관의 상을 받지 않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시간이 부족해 후보자를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협회 핵심 관계자는 "포상 안건을 부결시킨 첫번째 이유는 김현미 장관이 주는 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본인이 사는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를 5억이면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싼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비해 디딤돌 대출 한도가 낮다는 야당 의원 지적에 "수도권에 5억원 이하가 있다.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김 장관 아파트 입주민들은 성명을 내고 "자기 집 시세도 모르고 국토부 장관을 하느냐. 입주민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반발했다. 실제 해당 아파트 평형대는 지난 2일 6억4500만원에 실거래돼 김 장관의 말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청원인은 "돈이 없는게 죄가 된 세상이 됐다. 성실하게 살면서도 여태 집 하나 장만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이 현실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정부만 곧 괜찮아 질 거라고 한다. 서민들은 고통은 눈에 안보이시나"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청원인도 "무주택 국민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며 "국민의 주거가 불안정해진 것은 이 정권이 계획하고 집행한 집값 정책의 결과라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님은 어떤 변명을 내놓으시겠나"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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