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전국에서 쓰레기가 모이는 도시

염규현, 남형석 2020. 11. 1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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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지난번 구미 편에서는 지방의 일자리 문제 살펴봤는데요.

구미 시민들은 수도권과 멀어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과 가까워 혜택을 받고 있다는 충청권 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이곳 청주에 며칠 머물면서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 리포트 ▶

(청주 흥덕구 지나는 길)

대기업들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LG화학 있고, LG생활건강 있고, 그 건너편은 SK하이닉스.

(기업뿐 아니라 유엔 기구·방사광가속기까지 유치)

시내에 여기 공실이 별로 없어요, 지금 보면. 일산 킨텍스나 송도 신도시 같아요.

(지방인데도 최근 부동산 가격까지 ‘껑충’)

방사광 가속기가 대규모 투자가 확정이 됐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그 현장에 가보고 있습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방사광가속기가 어디 지어지는 거예요? (이 너머예요, 이 너머.)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러 잠시 하차)

[이대복·조선옥/청주시민] "공장에서 냄새나고, 공기가 보통 나쁜 게 아니야. 쓰레기차 맨날 들어오잖아."

(방사광가속기보다 쓰레기차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주민들)

[이대복·조선옥/청주시민] "저거에요. 저런 게 한 40대씩 다니는 거야."

(그렇다면 먼저 인근 매립지부터 가보기로)

저거 같아요. 쓰레기 실은 차가. 와, 여기는 무슨 UFO 같습니다.

(도심 외곽에 들어선 거대한 매립장)

[김병우/청주시민] "시 매립장. 제2매립장이라고. 여기에는 (쓰레기가)전국적으로 올 거예요."

[김병진·박연숙] "계속 들어와. 한 100대는 오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 XX들이 왔다가 (쓰레기를)다 붓는 거 같아." (에이, 욕하시면 안 되고...) "욕할 건 해야지! 여기 완전 버렸어요, 동네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방사광가속기 부지에 도착)

[김춘연/청주시민] (방사광 가속기가 여기 생기는 게 맞나요?) "네, 여기 맞아요." (주민들은 좋으십니까, 어떠십니까?) "득 되는 건 일단 고용 창출이라든가 수익이 늘어난다는 것. 나쁜 점은 오염되고, 주변 땅값이 너무 급상승해서." (땅값 오르면 주민들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땅 소유자들 보면은 한 40% 정도는 외지인들이에요." (소각장도 들어온다고 주변에?) "교통도 발달돼 있고 중심지가 되다 보니까 서울에 있는 모든 산업 폐기물들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서 처리하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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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주민마다 쓰레기 얘기부터 꺼내기에, 소각장으로 가봤습니다.

(쉴새 없이 오가는 쓰레기 트럭들 / 그런데 대부분 ‘경기도’ 트럭?)

[쓰레기 트럭 운전기사] (이게 경기도에서 온 건가요?) "서울 도봉동에서요." (뭐 싣고 온 건지 여쭤봐도 돼요?) "과자 싣고 왔어요. 유통기한 지난 거."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요?) "네. 옛날에는 서울에 소각장이 있었는데. 다 이리로 이사 왔어요. 전국에서 다 여기로 와요."

(전원이 꺼진 환경 수치 전광판)

[소각장 직원] (환경 전광판에는 원래 수치가 안 나와요?) "지금 뭔가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 (여기 사시사철 이런가 좀 어떤가 궁금해서요.)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공기가 뭐 냄새가 날 때는 나고, 또 안 나는 이럴 때는 좀 저기 하고." (어머니, 전형적인 충청도식 답변을!) "저기 커다란 차는 여기 못 오게 돼 있는데 매일 와! 저놈의 차가 와서 내가 아주 잔소리를!"

(또 다른 소각장 가는 길)

[로드맨] 저희가 조금 더 가까이 와봤거든요?

[소각장 직원] (혹시 저 전광판은 고장 난 건가요? 여기도?) "점검 중입니다."

(보는 전광판마다 우연히 고장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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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맨]

왜 유독 청주에 쓰레기가 몰려드는 걸까요?

인구 84만 명의 청주에 전국 쓰레기의 18%가 매일 소각되고 있습니다.

반면 전국의 폐기물 발생량을 볼까요?

서울·경기도·충남이 42%가 넘습니다.

한 마디로 수도권에서 쓰레기를 청주로 내보내고 있다는 건데요.

이게 왜 그렇냐면, 17년 전에 수도권의 환경 규제가 법적으로 크게 강화되면서 수도권과 가까운 지방으로 소각장이 몰려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청주가 큰 피해를 입은 거죠.

전국에서 폐기물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들도 대부분 지방입니다.

폐기물 처리법을 보면, 민간 기업이 특정 지역에 소각장을 계속 늘리는 데 대한 제한이 없습니다.

하루 처리 용량이 100톤 이하라면, 업체가 ‘소각장 짓겠다’고 하면 지자체가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로드맨이 가본 청주 북이면에도 이미 소각장 3곳이 있는데, 지금보다 몇 배 더 큰 규모의 소각장이 들어설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업체 측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러는 사이 주민들 건강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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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맨]

이곳은 소각장 인근 마을인데요.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해서 와 봤거든요.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선영/북이면 주민] (최근에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방광암으로 수술을 좀 받았어요. 저기 ’O환경’ 굴뚝이 보이잖아요? 몇 달 전엔 6명인가 7명인가 돌아가셨어요."

[김균순/북이면 주민] "이 옆에 사는 젊은이가 암 환자. 올해 4기야. 그래서 나는 저것만 보면 환장하는 거야. 우리 동네가 저것 때문에 이렇게 피해를 보나 이런 생각에."

(또 다른 집에도 가보니)

[이계순/북이면 주민] "그때(소각장 건설) 당시에도 왜 주민들이 말리긴 말렸지만, 그래도 강제적으로 했으니까. 어떡할 수가 없지. 주민들이 무슨 힘이 있어?"

(결국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나선 환경부)

[김용대 교수/충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지역 주민들이 소각장 때문에 건강영향이 있는지 (본격 조사 전)간이조사를 했었거든요. 폐암 같은 경우는 남자 같은 경우가 전국에 비해서 33%정도가 더 많이 발생되는 걸로."

[로드맨] 폐암뿐 아니라, 식도암은 전국 평균에 비해 2배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간이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 마을 인근에 또 소각장을 증설한다는 겁니다.

[박종순/청주시 환경운동연합 연대사업팀장] "‘O환경’ 같은 경우 지금 4배 가까이 규모를 키우려고 증설 신청을 해놓은 상태고요. 하루 100톤 정도 태우겠다는 업체가 또 신규로 들어오려고 해요. 만약 서울에 소각장을 짓는다고 하면 서울시민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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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소각장까지 잇따라 건설되며 지난해 ‘전국 미세먼지 1위’의 오명을 쓴 청주.

[이천순/청주 시민] "옛날에는 청주가 맑았는데, 공장이 많으니까 미세먼지가 요즘이 더 심하다는 게."

[김천수/청주 북이면 이장단 협의회장] "서울·경기 지역은 지정 폐기물을 소각할 수 없는 지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는 지정 폐기물 유해가스를 마시지 않고, 누구는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대도시에서 생산된 지정 폐기물 및 산업 폐기물 소각, 미세먼지 및 다이옥신을 맡고 살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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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맨] 저희는 지금까지 지방의 열악한 의료 교육, 주거여건, 일자리 그리고 환경 문제까지 두루 살펴봤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지방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들일 겁니다.

특단의 조치 없이 이대로 계속 가다보면 우리 지방 도시들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편에는 이곳 군위에서 지방 도시들의 미래를 예측해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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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남형석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974806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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