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한국 11조, 미국 7조, 스웨덴 0원..정의로운 나라는?

심재현 기자 2020. 11. 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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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막는 상속세](상)상속세로 벌주는 나라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대주주 상속세율(60%)이 가장 높은 나라 대한민국. 직계 비속의 기업승계시 더 많은 할증 세금을 물려 벌주는 나라. 공평과세와 부의 재분배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국민의 3%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세이면서도 전체 세수에서의 비중은 2%가 채 안되는 상속세.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봤다.

상속세 11조원이 현실이 됐다. 이른바 '삼성 상속세'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18조원의 60% 규모다.

내년 4월 말 이뤄질 총수 일가의 자진신고 절차가 남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상속과 세금 납부 외에 마땅한 방도가 없다. 납부액이 확정되면 국내 연간 상속세 총액의 3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액으로 기록된다.

상속세 논란 배경엔 국가경제 손실우려
삼성 상속세는 사실 해묵은 이슈다. 1950년 상속세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줄곧 고액주식 상속자에 대한 최고세율은 상속지분의 45%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2000년 들어 상속세법이 마지막으로 개정되고 삼성그룹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을 때 이미 현재 논란이 되는 규모의 상속세가 사실상 확정됐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자산이 최대주주 지분일 경우 20%를 할증 평가하고 △30억원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50%를 과세한다. 할증평가를 반영한 실질 최고 상속세율은 60%다.

20년 전부터 예고됐던 사안을 두고 새삼 재계뿐 아니라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것은 현실이 된 천문학적인 상속세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해외 사례에 비해 과세액이 징벌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하다는 점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 배경에는 세금에 치여 경영권을 포기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상속세를 내지 못해 지분 상속을 포기하고 경영권을 넘긴 사례(2017년 락앤락·유니더스, 2013년 농우바이오, 2008년 쓰리세븐)가 이미 드물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삼성 총수 일가의 상속이 미국에서 이뤄진다면 상속세는 7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영국에서라면 3조6000억원만 낸다. 호주나 스웨덴은 상속지분을 팔지 않는 한 상속세를 한 푼도 물리지 않는다. 세금은 지분을 팔았을 때 자본이득세를 물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에서 삼성 총수 일가가 적용받을 수 있는 상속세율은 미국 40%, 독일 30.0%, 영국 20.0%다. 호주, 스웨덴 등 13개국은 0%다. 한국에서는 자진신고 세액공제 등을 반영해도 상속세율 57%가 적용된다. 상속세를 기간 안에 신고하면 세액의 10%를 깎아주던 데서 3%만 빼주는 것으로 2016년 혜택을 축소했다.

이중과세도 문제…살아서 내고 죽어서 또 내고
물론 한 국가의 세금 체계가 사회문화와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소득세·법인세·재산세·양도세 등 과세 부문별로 차이를 두고 각각의 과세율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에서 상속세만 따로 떼 내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이를테면 상속세가 낮은 나라에서는 높은 수준의 소득세로 조세형평성을 맞춘다. 상속세가 없는 스웨덴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개정분(57% 구간 폐지)을 반영해 52%에 달한다. 한국의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42%.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신설되는 10억원 초과구간의 최고세율을 반영해도 45%다.

과세표준을 비교하면 스웨덴에서는 6876만원 이하 소득에 대해 32%, 6876만원 초과 소득에 대해서는 52%의 2단계 소득세율을 매긴다. 총 7단계로 나뉘는 한국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서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소득에 대한 세율은 24%에 그친다. 유럽 복지국가 모델로 평가되는 스웨덴에 비해 국내 소득세율이 현저하게 낮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소득세+상속세'의 합산세율이다. 한국의 합산 최고세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2위인 일본이 100%, 한국은 102%(상속세 60%+소득세 42%)다. 정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05%가 된다. 부의 세습 방지, 부의 재분배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내고 죽어서 또 내는' 이중과세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다.

일본을 포함해 OECD 16개 회원국이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부과해 상속세 부담을 낮추려고 하는 것도 이를 의식한 조치다. 전체 상속자산의 규모가 아니라 상속인이 받는 자산의 규모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상속세법에 대입하면 전체 상속자산이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30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유족 여러 명이 나눠 각자 30억원 이하를 물려받으면 최고세율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재분배 위해 상속세 폐지…"상속세가 오히려 탈세 조장"
스웨덴을 포함해 OECD 주요국이 잇따라 기업 최대주주의 상속세 폐지 또는 인하에 나서는 더 직접적인 이유는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국가경제와 부의 재분배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2005년 상속세를 없애기 전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준비했다. 세계적 제약회사 아스트라AB와 가구업체 이케아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스웨덴 의회가 만장일치로 상속세를 폐지하자 본사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 최대주주들이 상속받는 주식 지분은 엄밀한 의미에서 가처분소득은 아니다. 100억원을 상속받으면 60억원을 세금으로 내고 40억원만 가져가도 되는 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학계 한 인사는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상속받는 지분은 지분대로 유지하면서 상속세를 내려면 기업 총수로 올라서는 순간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비롯해 빚쟁이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은 상속세가 오히려 탈세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자본이득세 고민할 시점…"세금도 국가별 경쟁"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본다면 현행 상속세제는 말 그대로 거침없이 역주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1월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스웨덴처럼 기업승계에 한정해 상속주식을 처분할 때 차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주식을 처분하면 피상속인과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스웨덴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세금도 국가별로 경쟁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상속세 역시 세계적인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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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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