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방일 지켜만 본 강경화, 이번엔 '대일외교 패싱' 논란

이유정 입력 2020. 11. 15. 17:03 수정 2020. 11.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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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는 물론 남북, 북·미 관계를 풀 적기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 수장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또다시 이런 흐름에서 '패싱'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은 13일 SBS 8 뉴스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의 최근 방일과 관련,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풀어가려는 구상 등에 대해 외교부와 협의가 있었는지를 묻자 “외교부나 안보 부처 사이에 충분한 협의가 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박 원장이 귀국 후 언론에 설명한 내용에 대해서도 “정보 당국 수장의 말씀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설명에 정부가 중요한 외교 모멘텀으로 보는 내년 도쿄올림픽 구상에서 외교부 장관이 제외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방일한 박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쿄올림픽의 성공과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한ㆍ일, 한ㆍ미ㆍ일 공조는 필요하다"는 점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도 전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에 앞서 강 장관은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이 일어난 후 9월 23~24일 청와대가 소집한 긴급관계 장관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회의 참석 요청을 받지 못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후 이에 항의했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강 장관은 스가 총리가 취임한 지 두 달 가까이 대일 외교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스가 총리 취임 2주 뒤부터 방일을 추진해왔다. 일본 NHK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10월 초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 등의 일정 때문에 11월로 조정됐다.

왕이(王毅, 왼쪽)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달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지지통신은 "왕 부장이 이달 24일 또는 25일 방일이 유력하며, 스가 총리와 면담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일 간 소통은 외교부 실무라인에서도 막혀 있다.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8개월 만에 대면 협의로 진행된 한·일 국장급 협의는 각자 입장만 확인한 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일본통인 조세영 전 외교부 1차관은 일본 외무성의 실세 차관인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사무차관과 직통 라인이 있었지만, 올해 8월 이후론 이마저도 끊겼다. ‘조세영-아키바 라인’은 지난해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사태 때도 공식, 비공식 협의 채널로 활발히 가동됐다.

8월 중순 취임한 최종건 1차관은 취임 3개월 만인 지난 12일에야 아키바 사무차관과 첫 통화를 했다. 아키바 차관은 스가 신(新)정부의 외교 실세로 급부상했음에도 오히려 외교부는 패싱한 채 청와대와 아키바 차관이 직통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서울=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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