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시시각각] 측은한 추미애, 문 대통령이 구해야

전영기 입력 2020. 11. 16. 00:39 수정 2020. 11. 1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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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보내서 더 큰 재앙 막기를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장관
언제까지 광인 소리 듣게 할 건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월 2일 임기를 시작한 추미애 장관은 이제 관둘 때가 되었다. 다만 스스로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잘라주는 게 최선이다. 우선 추미애 본인을 위해 그렇다. 알량한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하다. 추 장관의 언행에서 헌법 정신도, 인권의 수호자라는 본연의 역할도, 내각과 정권의 일원으로서 균형감도, 문 대통령의 지속 가능한 집권을 위한 신중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날만 새면 페이스북 추다르크(추미애를 지지하는 모임) 댓글에 뜨는 “추 장군님, 검찰개혁 마무리하시고 대통령 되시어 사법부도 청소해 주십시오” 같은 정신 나간 소리들을 진짜로 알아듣고 안하무인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성찰 능력이 떨어지거나 브레이크가 없기 일쑤다.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자신과 주변을 해치는 일을 벌이곤 한다.

그뿐이 아니다. 지위가 높은 데다 행사하는 권한이 커서 모시는 대통령을 망치고 정권과 나라마저 들어먹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 모든 폭정의 위험으로부터 추미애를 구해 주길 바란다. 그를 해임해 일개 시민으로 돌아가게 하시라. 당장은 가슴이 아플 수 있다. 길게 보면 추미애한테 영혼의 안정을 찾아주는 길이 될 것이다. 어쩌면 직무 중 취득한 비밀을 무기로 안 나가겠다고 버틸지 모른다. 그렇다면 더더욱 추미애를 내보내야 한다. 위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추미애의 후임으로 더 이상 이상한 인사만 앉히지 않는다면 임기 말 치명적인 재앙은 피할 수 있으리라.

사실 추미애는 측은한 사람이다.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상태가 심하다 보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광인 전략을 쓰느냐”고 쏘아붙였다. 추 장관의 존재 이유는 검찰개혁인데 그 요체는 시민의 인권 보호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시민의 인권이라면 휴대전화를 자유롭고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휴대전화가 털리면 영혼이 털리는 세상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비밀번호 해제의) 이행을 강제하는 법 제정을 검토”(11월 12일 법무부 발표)함으로써 인권을 파괴하는 길에 들어섰다. 시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검찰개혁을 시작했는데 그 끝이 인권 파괴라니 이로써 추미애는 길을 잃었다. 친정권 단체인 민변과 참여연대가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 “사생활 비밀보장이라는 헌법 취지에 역행”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할 정도다.

추미애를 이해해 줄 만한 구석이 아주 없지는 않다. 추 장관인들 처음부터 인권을 파괴하는 검찰개혁을 하려 했겠나. 나름대로 검찰개혁의 숭고한 소명이 있었지만 감정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싹튼 윤석열과 한동훈에 대한 미움이 개혁의 숭고함을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그는 소명을 앞세우고 미움을 감춰야 했다. 감정이 소명을 삼킨 순간 개혁의 목표가 증발했을 터. 검찰개혁을 한다며 인권 파괴 법안을 구상한 법무장관을 보노라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측은지심이 저절로 생긴다. 검찰개혁의 대의와 지속을 위해 문 대통령은 슬픔을 참고 추미애를 물리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정치인 추미애는 성취가 컸다. 반면에 장관 추미애는 실망투성이다. 사기꾼들의 말만 믿고 멀쩡한 검사들을 수치스럽게 했다. 검찰개혁을 적극 지지해도 검사를 감방의 범죄자보다 더한 악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국민이 많을 것이다. 본인과 자식이 연루된 군복무 비리 혐의 수사가 측근인 서울동부지검장에 의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난 것에 대해선 셀프 면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고검장이 이 문제를 수상하게 여겨 재수사를 할지 여부를 곧 결정할 텐데, 행여 추 장관이 주어진 인사권이나 감찰권을 악용해 서울고검장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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