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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웹툰 작가가 부리고..매출 90% '통행세'로 뜯긴다

박준용 입력 2020. 11. 16. 05:06 수정 2020. 11. 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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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50년, 여기 다시 전태일들]
2부 청년 전태일, 세밀화로 보다 -프리랜서 웹툰 작가들의 삶
③이익독식의 고리와 해법

“결국 한 회사에서 작가에게 수수료를 두번이나 떼는 꼴 아닌가요?”

웹툰 작가 오현영(가명·29)이 대뜸 이런 말을 던졌다. 부조리에 대한 강한 항의가 담긴 말투였다. 오현영의 말은 웹툰 플랫폼이 이중 구조를 만들어 웹툰 작가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

오현영을 비롯한 동료 작가들이 그린 웹툰으로 나온 매출 가운데 10~20%가 작가의 몫으로 돌아온다. 작가의 몫이 이렇게 쪼그라든 이유는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통상 두 군데에서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지 등 웹툰 플랫폼에서 한번, 작가 관리와 기획·제작 및 플랫폼과 소통 등을 맡는 웹툰 에이전시가 또 한번 수수료를 받는다. 플랫폼은 통상 매출의 30~50%를 가져가고, 에이전시는 플랫폼의 몫을 뺀 나머지 금액에서 다시 30~70% 가까이 가져간다. 이런 이중 구조는 최근 몇년 새 웹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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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과 작가 사이에 끼어든 웹툰 에이전시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웹툰 산업의 매출 규모는 올해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만에 10배 늘었을 정도로 고속 성장이다. 그중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플랫폼이 75%라는 압도적인 방문자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국외에서 ‘케이(K)-웹툰’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그룹 유료 콘텐츠(웹툰, 웹소설, 기타 저작권 수익 등) 국내외 거래액의 합이 1조원을 넘겼다. 네이버 웹툰은 100개국에서 만화 애플리케이션 수익 1위를 기록했고, 카카오(카카오재팬)가 일본 시장을 겨냥해 세운 웹툰 플랫폼 ‘픽코마’ 애플리케이션은 통합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정작 몸과 마음을 깎아가며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의 수익 구조는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이 이중 구조까지 만들어 이익의 상당 부분을 거둬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0년 이후 웹툰 제작·유통 구조에는 크게 두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째, 웹툰을 기획하고 소속 작가와 웹툰의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하는 에이전시 기업들이 증가하고 성장했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웹툰 작가들은 대부분 플랫폼과 직접 계약했다. 플랫폼 내 편집부가 기획과 작가 관리를 하고 유통도 함께 맡는 식이었다. 인기 작가 조석의 웹툰 <마음의 소리>에 자주 등장하는 담당자도 네이버 소속이었고, 최근 티브이(TV) 예능에 출연하는 <복학왕>의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가 네이버에서 숙식하며 웹툰을 연재하던 모습이 눈길을 끈 적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웹툰 에이전시가 중간 과정에 끼어들기 시작했고, 최근 5~6년 사이에 에이전시가 플랫폼과 간접 계약을 유도하는 구조가 정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 에이전시의 매출액은 2017년 1377억원에서 2018년 2048억원으로 1년 새 1.5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중간에 에이전시가 끼어드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작가들이 불공정한 계약에 문제 제기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웹툰 플랫폼은 불공정 계약의 책임을 에이전시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한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가들이라고 해도 작가들이 계약한 곳은 서로 다른 에이전시인 경우가 많아 조직적으로 불공정한 상황에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점점 연대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웹툰 작가 김선후(가명·29)의 말이다.

둘째, 한발 더 나아가 거대 웹툰 플랫폼들이 에이전시를 직접 만들거나 지분을 투자해 소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연담’이라는 회사 내 에이전시를 만들어 웹소설과 웹툰 기획을 맡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달 5일 웹툰 기획과 제작을 맡는 에이전시인 ‘투유드림’에 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하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웹툰 에이전시 ‘와이랩’의 지분 12.6%를 53억원에 인수했다. 거대 플랫폼들뿐만 아니다. 몇몇 중소 규모 플랫폼들도 거대 플랫폼을 벤치마킹해 자회사로 에이전시를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몫에서 일정 부분을 에이전시 수수료로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 플랫폼은 설립 초기 작가들과 직접 계약을 하다가 2년쯤 지나면서부터 에이전시를 자회사로 만들더니 작가들에게 플랫폼에 연재하려면 이 에이전시와 계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플랫폼이 작가와 직접 계약할 때는 플랫폼 쪽에서 작가 관리와 편집, 기획 등을 직접 했어요. 과거부터 그걸 본 작가들 입장에서는 그 업무만 에이전시에서 따로 할 뿐인데 수수료를 한번 더 떼어가는 일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거죠.” 오현영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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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시장 이중 구조는 “대기업 ‘통행세’와 같은 원리”

이런 구조는 대기업이 계열사 간 내부 거래 과정에서 아무런 기여 없이 중간 수수료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에게 법률 조언을 해온 임애리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플랫폼이 직접 할 수 있는 계약도 에이전시를 통하며 작가에게 열악한 구조를 안기는 식으로 업계가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입장에서는 플랫폼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플랫폼과 에이전시 사이의 계약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에이전시를 소유한 플랫폼이 작가들에게 해당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하도록 유도하는 건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로 보인다. 작가가 계약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예술인복지법상 불공정 행위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인복지법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중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웹툰 작가들 사이에는 ‘공장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작품에 여러 작가를 투입해 어떤 작가는 콘티만, 어떤 작가는 채색만, 어떤 작가는 펜 터치만 하는 식으로 분업해 작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웹툰의 주간 단위 연재 결과물에 점점 더 많은 컷 수와 높은 그림 퀄리티가 요구되면서 작가 혼자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작가들의 수익이 줄면서 개인적으로 어시스턴트를 고용해 작업하기 힘들어진 탓도 있다. 최근 생겨나는 ‘웹툰 스튜디오’가 주로 이런 ‘웹툰 공장’들이다. 이렇게 되면서 신인 작가들이 자기 작품과 브랜드를 가지고 데뷔할 수 있는 길은 더 험난해졌다. 스튜디오나 공장에서 나온 집단 창작물이 지금보다 더 일반화되면 신인 작가가 혼자 또는 어시스턴트 1~2명과 작업해 경쟁에 뛰어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대본소를 중심으로 유명 만화가 이름으로 여러 팀이 작업하는 공장식 만화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때도 신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탄생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었어요. 지금도 그런 일이 반복될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출판 만화와 웹툰 세계를 모두 경험한 작가 김성호(가명·42)의 말이다.

플랫폼이 이런 흐름을 놓칠 리 없다. 플랫폼이 직접 ‘웹툰 공장’의 주인이 되려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자회사 ‘리코’(LICO)가 공장식으로 제작한 작품을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기획과 제작, 유통까지 한꺼번에 하려는 ‘수직 계열화’ 시도인 셈이다. “플랫폼에서 기획하거나 생산한 작품들이 ‘한 무리’를 형성하게 되죠. 그들 작품 위주로 ‘밀어주기’가 이어지면 웹툰업계 수익은 플랫폼 쪽으로 쏠리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겁니다.” 만화업계에서 20년 동안 기획 업무를 맡아온 ㅇ씨의 말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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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작품으로 아마추어 작가들과 경쟁?

거대 웹툰 플랫폼들은 이런 우려를 인정하지 않는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작가들이 온전하게 작품 창작에 몰입할 수 있도록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목표를 한결같이 지켜왔다”며 “작품 연재와 프로모션 결정은 개인이냐 에이전시냐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웹툰과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도 “자사 스튜디오(에이전시)라고 해서 특혜를 줄 경우 다른 에이전시와 상생 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특혜를 주는) 그런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플랫폼의) 에이전시 지분 보유는 창작자들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드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네이버의 웹툰 자회사 ‘리코’가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을 낳는 등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리코’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공개 투고 공간인 ‘도전만화’, ‘베스트도전’에 직접 제작한 작품을 올려 반응을 본 뒤 네이버에 정식 연재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리코’ 명의가 아니라 개인 작가 명의로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네이버가 투자한 시스템으로 제작한 작품을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과 동일선상에 올려두고 네이버 정식 연재를 위한 경쟁을 시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민 웹툰 평론가는 “다른 작가들은, 특히 아마추어 작가들은 네이버가 자신의 자회사가 만든 작품을 평가할 때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리코 작품을 개인 작가 명의로 게재하는 것도 독자와 아마추어 작가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웹툰 쪽은 이 또한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리코 설립 초기작들은 검증을 위해 ‘베스트도전’을 거쳤으나 현재는 기성 작가 작품처럼 편집회의에서 작품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작품을 필요로 하는 네이버 웹툰 입장에서 리코는 작은 제작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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