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인기 좋은 공공 재개발 대해부

정다운 입력 2020. 11. 16. 10:36 수정 2020. 11. 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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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내세운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흥행에 성공했다.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 공모에는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량 많은 60개 사업지가 신청했고, 이 중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뉴타운 지역도 13곳이나 신청하는 등 사업이 무산됐던 지역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최종 시범사업지 선정을 둘러싼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취재 결과 지난 11월 5일 마감한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 공모에는 약 60여곳의 사업지가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행정 처리 과정에서 신청 사업지 숫자가 소폭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도시재생이 진행 중인 창신동 등 공모 대상이 아닌 지역도 신청 사업지에 포함돼 있어 이들 지역을 빼고 나면 기준에 부합하는 구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초 신청 마감한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 공모에는 뉴타운·재개발 해제구역 13곳을 포함해 60여곳이 몰리면서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장위8·9구역 모습. <윤관식 기자>

▶서울시 60여곳 신청

▷정비구역 해제 13곳도 대거 참여

공모와 관련해 서울시는 구체적인 신청 사업지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체의 절반은 정비사업이 진행된 적 없는 미지정 구역으로 확인됐다. 은평구 불광동, 서대문구 홍제동, 양천구 신월동 등 주변에서 개발사업이 활발한 탓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에서 대거 참여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사업소가 신청한 지역은 노후 주택이 밀집한 은평구다. 은평구는 ▲녹번2-1구역 ▲갈현2구역 ▲수색동 289 ▲수색동 309-8 ▲증산동 205-33 ▲불광동 329-13 ▲불광동 346 ▲갈현동 12의 248 등 8곳에서 공공 재개발 참여의사를 밝혔다. 성북구와 영등포구에서도 각각 7곳에서 공공 재개발 의사를 밝혔다. 성북구는 ▲장위8구역 ▲장위9구역 ▲장위11구역 ▲장위12구역 ▲성북1구역 ▲성북5구역 ▲삼선3구역, 영등포구는 ▲양평14구역 ▲당산동6가 ▲양평13구역 ▲신길1구역 ▲대림3동 ▲신길16구역 ▲밤동산 등이다.

용산구에서는 ▲한남1구역 ▲원효로1가 ▲청파동1가 ▲서계동 4곳이 신청했다. 동대문구에서는 ▲신설1동 ▲답십리17구역 ▲전농9구역 ▲용두3구역 4곳이, 서대문구에서는 ▲충정로1가 ▲연희동 721-6번지 ▲홍제동 360번지 ▲홍제동 321-3번지 4곳이, 종로구에서도 ▲신문로2-12번지 ▲숭인1구역 ▲숭인동 1169 ▲창신2동 4곳이 각각 신청했다.

재개발 구역이 거의 없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신청 사업장이 있다. ‘강남 4구’로 통하는 강동구에서도 공공 재개발을 하고 싶다는 사업장이 4곳 나왔다. 고덕지구 내 고덕2-1구역, 고덕2-2구역을 비롯해 고덕1구역, 천호A1-1구역이 손을 들었다. 송파구에서는 거여·마천뉴타운 내 거여 새마을구역이 신청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은 12월부터 시범사업지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공공 재개발에 신청한 60여곳 중 구역 지정 요건, 주거정비지수 등 각 구청의 검토를 통과한 곳만이 서울시에 추천된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개략 계획과 사업지 분석이 이뤄지며 관계부서 협의를 거쳐 선정위원회에 상정된다. 기존 정비구역이었던 곳은 올해 안으로, 해제구역이었거나 정비구역이 아니었던 곳은 내년 3월께 최종 대상지 여부가 정해진다. 이를 통해 정부는 공공 재개발을 통해 2023년까지 주택 2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 개 구역을 선정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주민 동의율과 입지,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재개발 인기, 왜?

▷용적률 1.2배 인센티브…사업성↑

공공 재개발은 LH, SH공사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공공 재개발 대상지가 되면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돼 용적률을 법정 상한치의 1.2배(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360%)까지 올려주고 분양가상한제에서도 제외되는 등의 혜택을 받는다.

공공 재개발사업이 처음 소개됐을 당시에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관심이 저조했지만 정부가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는 사업성을 개선하자 당초 예상보다 인기를 끌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기부채납 비율이 줄어든 데다 용적률이 완화된 덕분에 임대주택을 짓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개발 이익이 예상된다”며 “특히 그간 사업성이 부족해 정비사업 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의 경우 이번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을 기회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 신청 과정에서는 뉴타운·재개발에서 구역 해제된 지역의 참여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원래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제된 지역은 신청서를 접수한 사업장 중 13곳. 전체 신청 사업장의 5분의 1 이상이다. 장위8·9·11·12구역을 포함해 성북5구역과 삼선3구역 등 성북구에서만 해제지역 6곳이 공모에 신청했다. 용산구 한남1구역도 지난 2017년 한남뉴타운 5개 사업지 중 유일하게 구역 해제됐던 곳이다. 신청 사업장 전체의 절반가량은 정비사업이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던 미지정 구역으로 확인됐다. 은평구 불광동, 서대문구 홍제동, 양천구 신월동 등 주변 개발이 활발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에서 대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공공 재개발이 민간이 직접 진행하는 재개발보다 나을까. 아직 실제로 진행된 사례는 없지만 공공 재개발과 민간 재개발사업 과정을 비교해보면 각종 인센티브나 진행 속도부터 제법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인·허가 과정이 간소화되는 등 각종 지원을 받다 보니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통상 재개발사업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고는 한다. 조합설립 시점부터 재개발사업의 8부 능선인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까지 건축심의, 경관심의, 교육환경평가, 도시계획심의,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그 외에 심의권자인 지자체가 부의한 내용 등 각종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반면 공공 재개발의 이런 항목들을 한꺼번에 심의받도록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조합설립 시점부터 사업시행인가를 얻어내는 데까지 통상 40개월가량 걸리던 것이 공공 재개발을 통하면 18개월 만에 끝날 수도 있다. 공공 재개발이 민간 재개발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공공 재개발 사업 기간이 5년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공공 재개발을 하면 중도금을 분담금의 60%가 아니라 40%만 내도록 하는 등의 혜택도 받는다. 사업비가 부족해 분담금이 발생할 경우 민간에서는 조합원이 직접 내야 하지만 공공 재개발은 공공이 부족분을 대납해준다. 총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낮은 금리로 주택도시기금에서 빌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민간 재개발 구역은 사업비를 금융권에서 직접 조달한다.

공공 재개발 구역은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지만 이 역시 나쁘지 않다. 예컨대 전체 가구(100%) 중 조합원 물량 비중이 50%라면 공공임대 20%, 공공지원임대 5%, 일반분양 25% 방식으로 나누는 식인데, 상당한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꼴이지만 기부채납 비율이 50~70%에 달하는 민간 재개발보다는 여전히 유리하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된다는 점만으로도 최소한의 사업성은 보장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셈이다.

▶관심 모으는 후보지는?

▷동의율 높은 한남·장위·성북 관심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올 12월~내년 3월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지로 어느 지역이 선정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범사업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공공 재개발을 위한 소유주 동의율이 높았던 지역들이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고,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본다. 업계에 따르면 ▲한남1구역 ▲고덕1구역 ▲고덕2구역 ▲고덕2-2구역 ▲전농9구역 ▲아현1구역 ▲노량진본동 ▲흑석2구역 ▲성북1구역 ▲금호23구역 ▲거여 새마을 ▲원효로1가 ▲숭인1구역 등이 공공 재개발사업 동의율이 높은 편이고 사업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이 가운데 ▲성북1구역 ▲장위9구역 ▲한남1구역 ▲장위12구역 ▲원효로1가 ▲숭인1동 ▲연희2동 등은 동의율이 50%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공공 재개발 심사는 구청에서 소유주 동의율과 주거정비지수 적합성을 따져 대상지를 걸러내는데, 동의율이 높고 시세가 저평가된 지역일수록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수익도 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일대에 위치한 한남1구역은 총 5개 구역으로 나뉜 한남뉴타운 내에서 재개발사업이 무산된 유일한 구역으로 꼽힌다. 건축물 높이의 최고 한도가 규제되는 최고고도지구가 전체 사업지의 20%에 달하다 보니 한남뉴타운 내 다른 구역에 비해 사업이 지연됐고, 장사가 잘되던 이태원 상권을 끼고 있어 이태원 대로변 상가 소유주를 중심으로 재개발 반대 여론이 컸던 곳이다. 2011년 재개발 추진위 승인을 받은 이후 좀처럼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던 한남1구역은 결국 2017년 4월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마침 정부가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지 대상 선정에 정비구역 해제지역도 포함키로 입장을 바꾸면서 한남1구역은 발 빠르게 공모 신청 동의서를 모아 제출할 수 있었다. 한남1구역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 재개발 공모를 시작한 첫날 1호로 신청서를 냈다.

낡은 빌라와 쪽방이 밀집한 성북구 성북1구역(가칭)은 2001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반대하는 주민이 많고 사업성도 떨어져 아직 구역 지정도 되지 않을 만큼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사업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민 동의율도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성북1구역 최대 장점은 대지 규모가 넓고 주로 낡은 저층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약 12만㎡ 넓이 사업 대상지가 1·2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현재 용적률도 145~170%에 불과하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도 가깝다. 성북1구역 추진위는 당초 기존 주택을 헐고 아파트 1890가구 규모 재개발을 추진 중이었다. 공공 재개발을 통한 용적률 혜택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성북구에서 동북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장위9구역, 장위12구역에서도 공공 재개발 기대감이 크다.

장위동 239-83번지 일대 8만5878㎡ 규모인 장위9구역은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재개발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재개발사업 의지가 컸던 만큼 추진위원회는 시범사업지 공모 하루 만에 주민 동의서를 10% 이상 확보해 사전의향서 제출했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역세권이고 1·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도 멀지 않다. 장위12구역은 그보다 앞서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는데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왕십리에서 상계역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사업, 복합환승센터사업이 추진되면서 호재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 동대문구 전농9구역(가칭)의 경우 2004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16년째 구역지정을 받지 못했다. 2016년에는 직권해제 위기까지 몰렸다가 주민투표로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주민입안제안을 통해 구역지정을 요청했지만 동의율 재검증 등으로 절차가 미뤄지자 아예 공공 재개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4호 (2020.11.18~11.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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