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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차인' 윤희숙, 약자 편드는 척 이제 그만하라

안호덕 입력 2020. 11. 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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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덕의 암중모색] "주52시간 유예가 전태일 정신" 발언, 왜 위험한가

[안호덕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10.14
ⓒ 공동취재사진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건 전태일 정신이 아니라 이념적 허세라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주장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친재벌 반노동 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자기 고백에 가깝다. 경제학 박사라는 지식인의 허세이고, 수많은 비판에도 되돌아볼 줄 모르는 의원 권력의 아집이다.
수출과 경제 발전을 위해 소위 '공돌이, 공순이'에게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강요했던 게 50년 전 유신 정권의 경제정책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기업과 일자리 유지를 위해 주 52시간 도입을 미뤄야 한다고, 전태일도 동의할 거라는(?) 억측과 아전인수식 해석. 윤희숙 의원은 크게 될 인물이 아니라 큰일 낼 사람이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전쟁통에 만들어졌습니다. 주변 선진국의 법을 갖다 놓고 베껴 '1일 8시간 근로'를 채택했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극빈국에서, 조금의 일거리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절박했던 시절에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을 만듦으로써 아예 실효성이 배제된 것이지요. (중략) 선량하고 반듯한 젊은이 전태일로서는 근로기준법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법을 지키지 않는 비참한 근로조건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저는 그 죽음의 책임이 대부분 당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시행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윤희숙 의원 페이스북 글 일부
 
궤변

논리의 비약이고 궤변이다. 전쟁통인 1953년에 현실과 괴리된 1일 8시간 근로를 강제하는 근로기준법은 문제가 있고, 이게 분신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 전제 조건 모두를 부정하는 데서 발생한 논리적 오류다. 전태일 열사가 내 죽음을 헛되지 말라고 몸에 불을 붙인 건, 1953년에 현실과 괴리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루 8시간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때문이었다.

죽음의 원인을 교묘히 비틀어 왜 전쟁통에 지켜지지도 않는 하루 8시간 근로기준법을 만들어 선량하고 반듯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느냐고 말하는 건, 박수받을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손가락질받을 역사의 왜곡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화려한 데뷔 무대가 되었던 '저는 임차인입니다' 국회 연설도 되짚어 보면 주 52시간제 도입 연기와 다를 바 없는 그릇된 논리 구조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개혁 법안이 집주인의 불안감을 키워 결국은 세입자의 손해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 그래서 규제보다는 규제 완화를 해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 임차인 보호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집 가진 자 편들기일 뿐이다.

지금도 부동산 문제가 점점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드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을 포기하고 이명박·박근혜식 집값 띄우기, 빚내서 집 사기 정책으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힘든 중소기업과 일자리를 위해서 주 52시간제 도입을 미루라는 것이나 집 가진 사람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언뜻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강자의 논리다. 어려운 시기 일자리 잃지 않으려면 52시간 이상의 노동도 감내하고, 임대인 자극해 봐야 결국은 임차인 손해로 갈 것이니 부동산 개혁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금까지 보인 빈약한 정치철학이다. 약자 보호로 치장된 강자의 논리들. 따지고 보면 과거 보수 정당이 버리지 못한 악습의 반복인 셈이다.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법에 정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2012년 감시·단속적 노동자 최저임금 100% 지급을 3년 뒤인 2015년으로 일방적으로 유예한 게 이명박 정부 때 새누리당이다. 최저임금 100% 지급을 강제하면 대량해고로 이어져 오히려 노년층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또다시 3년 유예를 밀어붙였던 새누리당. 그건 악어의 눈물과 같은 야비함이었다.

불과 두 달도 남겨놓지 않는 주 52시간제, 이제 와서 중소기업 피해와 일자리 축소가 걱정된다며 전태일 정신까지 끄집어내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이 또한 과거 새누리당이 보여준 악어의 눈물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아르바이트생보다 편의점 점주가 더 가난해진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갔던 게 자유한국당이었다. 이런 후과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좌초되었고, 2020년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 폭인 2.87%로 인상이 결정되었다.

이런데도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아무리 작은 폭탄도 결국 폭탄이라며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자신들의 요구대로 귀결되자 과다 출점을 제한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며 갑질을 근절하는 등의 민생 법안을 각종 정치 현안과 결부해 차일피일 논의를 미룬 게 자유한국당이었다.

어깃장이다. 경비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자는 법을 '해고 대란' 운운하면서 유예했던 과거 새누리당.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자영업자 다 망한다며 을들의 싸움 부추겼던 자유한국당. 부동산 개혁 입법을 막아서는 것이나,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제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결국은 약자를 방패막이 삼아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악의적 정치 행위다.

악어의 눈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희숙 의원을 두고 기회를 잘 포착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낡은 사고방식에 서민 옷 입고 나타난 약자 코스프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약자와 함께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야심 차게 국민에게 내보인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궁금한 게 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막겠다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택배법) 제정에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10명 의원 대부분이 법안 발의를 외면하고 찬반 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유가 무언가? 안타까운 죽음에 대안을 내겠다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낱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가 말이다.

택배 노동자의 잇단 죽음에 고개 숙이고도 정작 법안 발의에는 소극적인 국민의힘. 과거처럼 택배법이 제정되면 택배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고 택배 산업에 악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궤변으로 또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이 원하는 건 권리이지 구걸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약자와 동행을 하겠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를 기반으로 하는 과거 정책을 반성하고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올 수 있게 법제화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을'들을 편 갈라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할 텐가? 언제까지 약자들의 살길은 강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거라고 강변할 거냐 말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보여준 '전태일 정신' 논란. 국민의힘이 새누리당, 자유한국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기에 충분했다. 전태일 분신 50주년. 그 긴 세월을 지나도록 수많은 전태일에게 무슨 짓을 해 왔는지 되짚어 본다면 윤희숙 의원의 열사 정신 운운은 반성이나 계승의 다짐이 아니라 조롱에 가깝다. 주 52시간제가 소득 줄이고 결국 투잡으로 내몰 것이라는 주장. 그렇다면 약자들은 주 52시간을 노동해서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서 안 된다는 말인가? 대답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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