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AR탐사' ⓹] 청년들의 '강화적 삶'을 실험중인 '청풍협동조합'

박호재 2020. 11.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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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순문 민박' 건물 1층에 있는 펍 레스토랑 '스트롱 파이어' 앞 발코니에서 <더팩트 취재팀>과 강화에서 겪은 지난 삶을 얘기하고있는 청풍협동조합 유명상 대표./강화=허지현 기자

창의적인 지역기반 브랜드가 지속가능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는 시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7인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발자취와 꿈을 찾아가는 탐사취재 기획특집을 시리즈로 싣는다. 특히 이번 특집은 PC화면이나 오프라인에 노출된 이미지를 스마트폰 스캔을 통해 AR실감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융합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것으로 기대된다. 뉴스를 보다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는 The fact Ar 앱은 더팩트와 (주)스페이스포가 공동개발한 앱으로써 기사에 노출된 사진을 사용자가 앱을 실행한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인식시키면 관련 동영상 등 실감콘텐츠를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thefactar'을 검색해 설치하면 된다. 총 7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번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편집자 주>

'밴댕이 피자 화덕식당'에서 '게스트하우스' '펍 레스토랑'까지 일궈낸 4명의 청년들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 허지현 기자]

청년들이 지방에 터를 잡고 살기 위해서는 우선은 생활을 꾸려갈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심리적 태도도 중요하다. 생활의 부침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지방에서의 존재 방식에 대한 스스로의 신뢰가 없다면 삶은 그때마다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고향도 아닌 낯선 강화에 들어와 7년째 살아가고 있는 청풍협동조합 유명상 대표는 "정착지에서 스스로의 삶을 가꾸고 일궈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거처를 선택하고나면 결국은 자신의 문제라는 얘기다.

유 대표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유 마담으로 통한다. 인천 신포동에서 청년들을 위한 문화 거점인 ‘신포싸롱’을 운영하면서 얻은 호칭이 닉네임처럼 자리잡았다. 그렇게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로 살아가던 유 대표는 우연찮은 기회로 강화를 여행 왔다가 강화에서의 삶을 결심했다.

청풍협동조합이 운영중인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 건물 1층은 펍 레스토랑 '스트롱 하우스'가 영업중이다./강화=허지현 기자

이곳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속가능한 청년의 삶을 실험해보고 싶었다는 게 유 대표의 강화 정착의 동기였다. 정착하기에 무난한 도시도 아니었다. 청년이 깃들만한 기반도 취약했다.

유 대표는 인천에서의 삶에서, 문화기획자가 만들어내는 거점이나 이벤트들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문화를 매개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거점들이 공동체의 사회적 인프라로 작동될 수는 있지만 청년의 삶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생활의 터전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유대표의 이러한 각성은 강화적 삶의 첫 출발을 규정했다. 청년 조합원 세명이 의기투합해 2013년 겨울 강화풍물시장에 첫 가게를 열었다. 강화에서 오래도록 살려면 실질적인 생존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청풍상회 화덕식당’은 그렇게 탄생했다. 강화풍물시장 육성사업단의 창업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메뉴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였다. 재래시장에서 다른 것도 아닌 피자를 구워서 팔겠다고 하자 시장 상인들은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실험적으로 구워낸 피자를 시식용으로 상인들에게 돌렸지만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강화 여행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만나는 매개적 공간 역할을 하고있는 펍 레스토랑 '스트롱 파이어' 내부 전경./ 강화=허지현 기자

판매도 수월치가 않았다. 하루에 한판도 팔지 못한 날의 절망은 지금 돌이켜봐도 끔찍한 기억이다. 그래도 굶어 죽지 않고 살게 된 것은 시장 어머니들이 챙겨준 밥 때문이었다. 어쩌다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 몰래 다른 식당에 갔다가 들켜 미운 털이 박한 적이 있을 정도로 거의 삼시 세끼를 시장 어머니들이 챙겨준 밥에 기대 살았다.

피자 도우 위에 강화 특산 수산물인 밴댕이 토핑을 얹은 ‘밴댕이 피자’를 개발한 후에야 상인들의 입맛까지 만족시키면서 청풍 화덕식당은 자리를 잡아갔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상인들도 비로소 청풍조합의 백면서생들을 장사꾼으로 인정했다.

아들 딸 같은 청년들에게 밥은 차려 줬지만 그동안 풍물시장 상인들은 정말 장사꾼이 돼가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게를 운영중에 지역 청년들과의 문화 이벤트가 있어 상인들을 초대라도 하면 장사하는 놈들이 어디 가게문을 닫고 뻘짓 하냐는 식으로 호통을 치던 상인들도 이제는 스스로 가게 문을 닫고 행사에 참여할 정도다. 한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는 동료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 민박’ 2층 객실 풍경. /강화=허지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청풍화덕식당은 현재 휴업중이다. 대신에 청풍조합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강화읍 강화대로) 건물 1층에 차린 펍 레스토랑 ‘스트롱 파이어’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6인실과 2인실을 갖춘 순무민박은 강화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의 플랫폼 혹은 베이스 캠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1층의 펍은 이들 여행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매개적 공간이다. 손님은 주민과 여행자들이 늘 섞여 있다.

청풍조합이 꾸리는 또 하나의 사업은 강화 특산품과 강화 자원을 소재로 한 굿즈를 판매하는 ‘진달래 섬’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강화 화문석 전시회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진달래 섬' 매장에 진열된 강화도 특산 면직물 ‘소창’과 ‘순무 말랭이’ 패키지 상품./강화=허지현 기자

청풍조합은 외지의 청년들에게 강화에서의 삶을 알리는 일에도 열중하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강화 여행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행코스는 100년 역사를 지닌 강화 성당, 장화리 낙조, 강화 고인돌, 마니산, 강화팔경, 풍물시장 5일장 등이다.

강화 장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강화 특산 직물인 소창을 소재로 한 사진집 ‘무녕’이 첫 발간물이다. 서은미 사진작가가 강화 특산 면직물인 소청을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생산하는 노 부부의 삶을 1년 동안 기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풍조합은 앞으로도 이러한 발간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청풍 협동조합은 중소벤처기업부의 1기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강화도 여행자를 위한 무인여행 키트 개발이 과업이다. 여행 키트가 활성화되면 강화 여행이 지역경제의 순환구조에 일익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강화에서 7년을 살아낸 유 대표의 실험은 끝났을까? 지난 소회를 묻자 유 대표는 평화로워진 마음을 얘기했다.

"대도시와는 달리 삶의 속도가 늦춰지며 자신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장사가 시원치않거나 가게를 하루만 닫아도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강화 특산품과 강화 장원을 소재로 한 굿즈 등을 판매하는 '진달래 섬' 매장 안 풍경./강화=허지현 기자

물론 청년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불안이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생활의 불안은 늘 유 대표의 그림자를 밟고 있다. 유 대표는 청풍조합을 함께 하는 4명의 동료가 있어서 그 불안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사람들간의 유대가 청년들의 지역 정착에 가장 큰 힘이라는 얘기다. 서로에게 신뢰를 안겨주는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며 강화에 그런 사람이 많았다는 게 7년의 실험이 정착으로 이어진 가장 큰 동력이 된 셈이며, 로컬크리에이터 또한 이러한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구조 속에서 발현되는 것임을 청풍협동조합은 증거하고 있다.

forthetrue@tf.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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