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임신, 한국선 불법.. "아이 낳을 권리 허하라" 논란 불지펴

김은경 기자 입력 2020. 11. 17. 15:01 수정 2020. 11.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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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시험관 불법" 비혼여성 출산 권리 화두 던져
"나와 아들 위해 솔직하게 얘기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인기를 얻은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자발적 비혼모(母)가 된 사실을 털어놨다. 미혼인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 4일 아들을 출산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출산만을 위해 급하게 결혼할 사람을 찾거나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 결혼하기도 싫었기 때문에 고심 끝에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임신과 출산을 한 이유는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방송인 사유리가 16일 KBS 인터뷰에서 공개한 사진. 이달 초 출산한 아들을 품에 안고 있다. /KBS 방송화면

사유리의 비혼모 출산 소식은 낙태 논란으로 뜨거운 한국사회에 ‘비혼 여성의 출산 권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원내대태책회의에서 사유리의 출산을 축하하며 “아이가 자라게 될 대한민국이 더 열린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국회가 그렇게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사유리와 친분이 있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유리씨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다워요”라고 축하했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한국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임지원이나 정자기증을 받는게 안되는 나라”라며 “만약, 사유리가 한국여성이었다면? 과연, 정치권에서 축하의 말을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사유리는 17일 공개된 KBS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비혼모를 선택한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유리는 일본에서 출산한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다”며 “일본에서는 싱글(미혼)이어도 시험관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절대 금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할 수 있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라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에도 정자은행이 없어 외국 정자은행을 통해 기증받았다고 덧붙였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유리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출산을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는 “난소 나이를 검사했는데 48살이라고 하더라”며 “(의사가) 자연임신은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을 하더라도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며, 지금 시기를 놓치면 평생 애기를 못 가진다고 했다”며 임신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서 급하게 시험관을 하고 아이를 가지거나, 아니면 혼자서 아이를 기르거나, 선택지가 두 가지밖에 없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건 어려웠다”고 했다. 사유리는 또 “입양도 생각해봤지만 한국도 일본도 미혼모는 입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거짓말하면 이상한 지라시 돌아…솔직한 게 좋다”

그녀가 비혼 출산을 언론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제가 임신한 것 자체를 사람들이 모르니까 괜찮았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만삭인 상태니까 배가 많이 나오잖아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처음 만난 사람이 항상 ‘아빠는 한국사람이 맞죠?’ 꼭 물어봐요. 결혼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렇게 물어볼 때마다 ‘아...네. 남편은 한국사람이에요’라고 말했거든요. 부끄러워서 숨기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민망해하고 미안하게 느낄까 봐 그랬어요. ‘싱글 마마에요’라고 하면 ‘어 죄송해요’ 이렇게 되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하니까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상황이) 평생 갈 것 같다고 느꼈어요. 솔직하게 말을 하면 누구도 물어보지 않잖아요. 그래서 거짓말 없이 솔직하게 말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사유리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다. 거짓말을 하면 이상한 지라시가 돈다. 이상한 지라시가 돌면 싫잖아요”라며 “솔직하게 거짓말 없이 하는 게 나랑 아들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이 ‘기증받았다고 말하지마. 너무 특별하니까 사람들이 차별할 거야. 이렇게까지 사생활 보여주지마’ 라고 말해줬다”면서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거짓말 없이 살고 싶어요. 아들을 위해서라도요. 아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싶은데 내가 거짓말 하고 있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했다.

◇ “아빠 없어 걱정도…태권도도 배우고 운전면허도 딸 것”

사유리는 KBS 인터뷰에서 아이에게 정자 기증자를 ‘아빠’라는 말 대신 ‘기프트(선물)씨’라고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물 같은 아이를 준 사람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사람이라고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유리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아빠 역할(할 사람)이 없는 것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사유리는 “친구들은 아빠와 같이 농구를 하거나 야구, 태권도 하거나 (할 텐데) 이런 걸 못하는 게 미안하다”며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처음부터 아빠 역할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미안해서 제가 태권도도 배우고 운동도 같이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같이 하려고 한다. 아이 아플 때 병원 데려가기 위해 운전면허도 따려고 한다”고 했다.

◇ “한국선 싱글맘에 부정적… 앞으로 시선 많이 변했으면”

미혼 가정을 향한 사회적 시선도 걱정거리다. 사유리는 “한국에서는 싱글맘(미혼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욕 먹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 괜찮은데, 애기를 이상한 눈으로 볼 수도 있다”며 “제 욕심 때문에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사유리는 “솔직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에게도) 아빠가 있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며 “산부인과에 갈 때도 남편과 같이 오는 사람이나 아빠가 애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계속 폭행하고 술 마시는 아빠가 있는 것보다는 엄마가 혼자여도 열심히 살면 아이가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빠가 있는 게 최고겠지만 앞으로 (미혼가정에 대한) 시선이 많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송인 사유리. /스포츠조선

◇ “낙태뿐 아니라 아이 낳는 것도 인정해달라”

사유리는 “'낙태를 인정하라'고 하지 않느냐”며 “거꾸로 ‘아이를 낳는 것을 인정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낙태뿐 아니라 아이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다”며 “저는 결혼하고 아이 아빠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비혼 출산)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한국도 아이를 안 낳는데,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를 갖기 어려운 사람은 회사를 쉬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그런 경우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면 법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정자) 기증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한국 여성들에게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기보다, 본인이 정말 아이를 가지고 싶으면 저처럼 아빠가 없어도 아이를 가지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유리는 “하루 만에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통해 하루하루 엄마가 되어가게 될 것 같다”며 “그게 너무 감사하다, (아들이) 태어난 것 자체가 효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는 못 해도 괜찮다. 저도 못 했다”며 “비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짓말 안 하고 잔머리 많은 아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 입장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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