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또 뒤집힌 영남 신공항..국책사업이 선거용 카드

안채원 입력 2020. 11. 17. 16:06 수정 2020. 11. 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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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盧정부 추진 중 중단..17대 대선 선거공약
2009년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 최종 후보지로 선정
MB, 경제적 타당성 등 이유로 신공항 건설 백지화
18대 대선 다시 공약..박근혜 '김해공항 확장' 결론
2018년 부산시장 선거 "가덕도 재추진"..또 불붙어
여야, 내년 보궐선거에 사활..앞다퉈 "가덕도 지지"
정치 역학에 좌우 반복.."미리 예산 반영" 무리수도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020.11.17.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추진에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선거 논리가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지지하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정치권의 표 계산에 조 단위의 국가 정책이 4년 만에 다시 뒤집혔다는 지적이다.

영남권 신공항 사업은 15년 간 각종 선거를 거치며 무산과 부활을 반복했다.

시작은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였다. 이후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고, 2009년 12월 당시 국토연구원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2011년 3월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영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했다.

무산됐던 영남권 신공항 계획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재등장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모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고,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발표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020.11.17.photo@newsis.com

2016년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밀양과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대신 김해공항 확장이란 결론을 내렸고, 정부는 기존 김해공항에 신설 활주로 1본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김해신공항 계획을 발표했다.

확정되는 듯했던 사업은 2018년 4월 부산시장 선거에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선거 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발표해 당선됐다. 2004년, 2006년, 2014년 등 내리 지방선거에서 떨어진 오 시장이 당선된 것은 '가덕도 공항 건설 공약으로 PK 민심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나아가 PK 지역 시·도지사가 오 시장 외에도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로 바뀌면서 부산과 울산, 경남도가 한목소리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은 TK와 가덕도를 원하는 PK간 논란이 가열되자,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로 출범한 검증위가 검증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역시 부산시장 선거 때문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가 지난 2016년6월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통교토부 브리핑룸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용역결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히며 김해공안 지도를 가르키고 있다. 2016.06.21 ppkjm@newsis.com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비위 문제로 물러나면서 부산 지역은 서울과 함께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논란 속에 당헌까지 개정하며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도록 한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가속화와 함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차기 대선 가도에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김해신공항 건설 대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PK)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울·경의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시가 지난 2017년 4월 10일 김해신공항이 국토교통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됐다며 공개한 청사진. 2017.04.10. (사진 = 부산시 제공)photo@newsis.com

차기 대권 출마가 유력한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지난 10월16일 부마항쟁기념식에서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 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1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또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빼앗겼던 부산시장 자리를 되찾아 PK지역 민심을 잡을 결정적 기회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5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가덕신공항으로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도와서 조기에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부산 북항개발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조만간에 공항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면, 부산 신공항에 대해 우리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부산시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가덕도 신공항 지지 목소리를 내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도 정치권이 PK 표심 잡기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은 2013년 9월 23일 촬영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 2020.11.17. yulnetphoto@newsis.com

이를 두고 대형 국책 사업이 정치 역학에 너무 자주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에만 수조원이 투입되는 신공항 건설 문제에 여야의 선거 논리가 개입하면서 정부 공식 입장의 번복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증위 과정 후에도 국토부의 최종 결과 발표와 이후 새 부지 선정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 착수를 위한 타당성 검토 예산을 미리 반영하자고 요구한 정치권의 무리수도 그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여야는 지난 6일 국토부 소관 예산 심사를 위해 열린 국토부 전체회의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비 2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바로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들어간다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기존 정책 연구개발(R&D) 사업비에 20억원을 증액한 뒤 검증위 결과가 나오면 이를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받아들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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