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의원직 박탈당한 궉카키 "한국인들은 군인 총탄과 싸워 민주주의 쟁취..홍콩인들도 해낼 수 있어" [인터뷰]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2020. 11. 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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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1일 홍콩 정부에 의해 입법회 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궉카키 전 의원.


홍콩 정부에 의해 입법회(의회) 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궉카키 전 의원(郭家麒·59)은 “한국 시민들은 군인들의 총탄에도 맞섰다. 홍콩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지만 결국 민주화를 이뤄냈다. 홍콩 시민들이라고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궉 전 의원은 지난 17일 경향신문과 전화인터뷰에서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제도)와 삼권분립은 완전히 끝났으며, 홍콩은 모든 사람들이 감시 하에 놓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상황은 매일 더 나빠지고 있지만 아직도 최악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 가늠조차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인터뷰 중 ‘어느 멋진 날’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홍콩은 반드시 민주주의를 이룩할 것이고, 그 날이야말로 어느 멋진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재정권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한국과 대만이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홍콩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비뇨기과 의사로 일하던 궉 전 의원은 1994년 구의회 의원 당선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2004년부터 입법회 의원으로 일했다. 그는 민주진영인 공민당(公民黨) 소속으로, 지난해 범죄인 송환 조례(송환법)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을 방문해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 목소리를 끌어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지난 11일 궉 전 의원을 포함해 앨빈 융, 데니스 궉, 케네스 렁 4명의 의원 자격을 박탈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거나 외국과 연계해 홍콩 업무에 관여한 입법회 의원의 의원 자격을 즉시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홍콩 정부에 부여했는데, 궉 전 의원이 ‘악법’의 첫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인터뷰는 전화를 통해 영어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1일 홍콩 정부로부터 입법회 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민주파 입법회 의원 4명. 사진 왼쪽 두번째가 궉카키 전 의원.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중국 전인대가 홍콩에 대한 직접적 결정을 하고, 홍콩 정부가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말 그대로 일국양제의 종말이다. 일국양제는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간이었다. 홍콩의 또 다른 발전 축이었던 홍콩 의회의 독립, 삼권분립도 완전히 끝났다. 앞으로 홍콩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시스템은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발전한다.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깨졌고, 정부가 절대적 힘을 갖게 됐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머지않아 그렇게 될 수 있다.”

-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현재 홍콩의 상황은?

“기본법에서 보장된 인권 보호, 언론의 자유, 교육의 자유도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이 감시 하에 놓였다. 지난해 송환법 사태 이후 1년간 1만명 넘게 체포됐다. 초등학교 교사가 홍콩의 독립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가르치다가 교사 지위가 박탈됐고, 입법회 의원들에 대한 압력도 거세졌다. 상황은 매일 더 나빠지고 있지만 아직 최악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 가늠조차 어렵다.”

- 의회 밖에서 어떻게 투쟁할 계획인가?

“지난 1년간 더 이상 입법회에서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거리 투쟁, 국제적 연대, 민중의 힘 같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주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압력도 계속 거세지고 있고, 나도 지난해 11월 법정에 기소됐다. 현재 17명의 입법회 의원들이 다양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홍콩보안법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쓸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많다. 물론 나 또한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홍콩 정부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이 불행한 상황을 좌시할 수만은 없다.”

- 의원직 박탈 후 ‘역사가 핵심 가치를 지키고 있다면 새 희망이 나타날 것’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새 희망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한국과 대만에서 희망을 본다. 독재자, 독재정권은 영원할 수 없다는 희망을 준다. 어떤 명확한 근거가 있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수정구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에도 결국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수백년은 아닐 거라 믿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희망을 가져야 한다. 희망이 없다면 살 수 없다.”

- 홍콩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한국 광주의 역사적 발전에 대해 알고 있다. 한국 민중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한 승리 스토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과 홍콩은 지역도, 시대도 다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한국인들은 군인들의 총탄에도 맞섰다. 홍콩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한국인들은 총칼에 대항할 힘이 있었고, 군사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홍콩이라고 못할 게 뭐있겠나. 현재 홍콩은 어두운 터널 안에 있지만 언젠가 한국 같이 민주화를 이룰 날이 오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 한국인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가

“국제 사회의 연대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국제 사회가 홍콩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계속 지지해주길 바란다. 작은 지지라도 홍콩에는 매우 큰 힘이 되고,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이제 홍콩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법정으로, 감옥으로 갈 수 있다. 홍콩 상황을 지켜봐주고 목소리를 내달라.”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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