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 고공행진..버블붕괴 임박" 日전문가

김혜경 2020. 11.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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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지수, 지난 17일 29년 만에 2만6000선 회복
"주가와 실물 경제 괴리 심해"
"코로나 백신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했지만, 백신 효과 등 회의적"
[도쿄=AP/뉴시스]17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2020.11.17.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미국을 필두로 한국, 일본 등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 증권가에서 '버블(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본 증시는 11월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10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특히,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는 지난 17일 버블 경제 붕괴 직전인 1991년 이후 29년 만에 2만6000선을 회복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도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학자인 모리나가 다쿠로(森永卓郎) 독쿄(獨協)대학 경제학부교수는 일본 주식시장에 대해 "버블붕괴가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모리나가 교수는 18일 마이니치신문 '주가버블 붕괴 임박'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최근의 주가 상승세에 대해 "주가가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를 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경기 전체를 나타낸다는 일본의 '경기동행지수'는 최근 몇 개월간 완만하게 개선됐지만, 일본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일치 지수가 9월 80.8로 1년 전의 99.7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그는 조 바이든이 미 대선에서 당선된 것이 뉴욕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이 2020회계연도에서 막대한 재정적자를 냈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모리나가 교수는 "긴축 재정은 확실히 경기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적어도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는 침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문제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일 최다 신규 감염자가 보고되는 등 재확산 양상이 뚜렷한 상황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도 일본 정부는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고 투(GoTo)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어, 이 정책이 향후 일본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양상에도 이달 들어 닛케이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는 데 대해 "주식시장이 완전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경제 동향이나 기업 실적을 무시하고 있지만, 주가가 기업 실적과 괴리되어 계속 오를 수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세계에서는 70번이 넘는 큰 거품이 발생했으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거품은 붕괴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의 주가 상승은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예방률이 90% 이상이라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내년 봄 백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일본 경제가 V자 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며, 백신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우선 화이자 백신이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유효성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백신의 지속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코로나19가 변이를 반복하고 있어 백신이 변종에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더해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에서만 운반·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 보급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경제의 V자 회복은 커녕 거품붕괴에 의해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버블붕괴는 목전에 왔다"고 했다.

모리나가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고안한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버블 붕괴의 근거로 들었다. PER 지표가 높을수록 주가는 고평가 된 것으로 평가되는데, PER 지표가 일정기간 25배를 상회하면 그 후에는 주가 폭락이 온다고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친 IT 버블 당시에는 79개월 동안, 리먼 사태 때는 52개월 동안 지표가 25배를 상회했으며, 그 후에 버블이 붕괴했다. 그는 뉴욕 증시는 이달 말로 78개월 연속 PER 지표가 25배를 넘었다고 덧붙였다.

모리나가 교수는 만일 코로나19 사태 중 거품이 붕괴된다면 일본 경제는 심각한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경제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신문도 같은 전망을 내놨다. 이 신문은 지난 14일 기사에서 이달 들어 주가의 대폭적인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 대선이 끝나면서 주식시장의 불투명 요인이 없어졌으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경제지표가 회복 기조에 있고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정책 유지 입장인 것 등 4가지를 주식시장의 호재로 들었다.

그러나 신문은 이같은 호재로 주가가 올랐지만 호재 이후에 올 악재가 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코로나 백신을 악재로 꼽았다. 그 이유는 모리나가 교수의 분석과 유사하다. 신문은 "백신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로 백신이 이용 가능하게 될 때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실망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악재로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속보에 주가가 고공행진 했던 것을 이유로 들었다. 신문은 당시 트럼프 진영이 이기든 바이든 진영이 이기든 어떤 뉴스가 나와도 뉴욕 증시는 올랐다며, 그것은 "거품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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