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민도 아닌가" 발칵 뒤집힌 영흥도
[경향신문]
“화전 석탄재로 그동안 고통
매립장 서면 천혜의 섬 망쳐
인천시민 위해 희생양 삼아”
18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 외리. 바닷가 안쪽 공유수면을 매립한 둑방 안에는 새우양식장으로 사용하던 시설이 남아 있다. 산 너머 화력발전소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인천시는 지난 12일 영흥면 외리 89만4925㎡를 자체 매립지(가칭 에코랜드) 후보지로 발표했다. 시는 1992년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나온 쓰레기를 매립해온 서구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사용 종료되는 만큼, 이곳을 자체 매립지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자체 매립지가 들어설 영흥도는 인천시내에서 50㎞ 이상 떨어져 있다. 영흥도로 향하는 유일한 육로인 경기 시흥의 시화방조제와 왕복 2차선의 안산 대부도를 통과해야 갈 수 있다. 평일엔 승용차로 왕복 4시간 걸리지만, 주말엔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땅 거래 뚝·펜션 예약 줄취소
섬 입구엔 ‘결사반대’ 현수막
내일부터 시청 앞 시위 계획
이날 영흥대교를 넘자 ‘영흥도 쓰레기 매립장 결사반대’ 현수막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매립지 후보지인 외리는 영흥도 서북측 끝단으로 300여가구 500여명이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인천시의 매립지 선정에 “우리는 시민도 아닌가”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성모 외1리 이장(67)은 “외리에는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가 2004년부터 가동돼 안 그래도 주민들이 석탄재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쓰레기 매립지까지 들어온다니 말도 안 된다”며 “소각재만 묻고 돔형(조감도)으로 친환경으로 건설할 거면 지금처럼 쓰레기 수송도로에 넓은 땅이 있는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하면 100년 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흥도 토박이 A씨(63)는 “한 해 관광객 300만명이 찾는 천혜의 섬에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며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B씨(66)는 “인천시가 서구 56만명 등 300만명의 인천시민을 살리기 위해 6300명의 섬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쓰레기 매립지 발표 이후 토지 거래가 뚝 끊겼고, 펜션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영흥도에 있는 14개의 공인중개사는 폐업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영흥도 주민들은 ‘쓰레기 매립지 조성반대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박남춘 인천시장은 ‘표’가 적은 영흥도를 버리고, 서구 살리기를 선택했다”며 매립지 조성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20일부터 인천시청 앞에서 시위도 벌일 예정이다.
장정민 옹진군수는 쓰레기 매립지 조성 계획을 이달 말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옹진군의회도 쓰레기 매립지 조성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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