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좀 깎아주세요" 경찰 지휘관이 식당에 읍소하는 이유

황지윤 기자 2020. 11. 19.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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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6000원 묶인 한끼 식사.. 기동대장 되면 식당 돌며 읍소

“아유, 경찰들이 돈도 없어? 요즘 누가 6000원짜리 밥을 먹어?”

서울경찰 산하 기동대장 가운데 한 명인 A 경정은 지난 4월 근무지 인근 식당에서 ‘우리 대원들에게 김치찌개를 6000원에 팔아달라'고 부탁했다가 식당 주인으로부터 이런 핀잔을 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A 경정은 회상했다. 이 식당 김치찌개는 원래 8000원이다. 하지만 A 경정은 “돈이 없다. 반찬 덜 주셔도 되니까 좀 부탁드린다”고 우는소리를 한 끝에 결국 반찬 3개를 덜 주는 조건으로 6000원에 협상을 성공시켰다. ‘6000원’은 국가가 의경이나 경비 경찰에게 지급하는 식대다. 2012년 5000원에서 한 차례 인상된 뒤, 8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경비 임무를 맡은 경찰 지휘관들에게 근무지 인근 식당가를 돌면서 주인에게 읍소해 반찬 몇 개를 뺀 다음 가격을 6000원에 맞추는 일은 일종의 ‘전통’이 됐다. 서울 광화문, 경복궁, 종로 일대 백반집 가운데 ‘기동대 6000원’ ‘의경 할인’ 등의 안내문을 붙여놓은 곳은 모두 A 경정 같은 기동대장들이 일일이 협상을 마친 집들이다. 교섭 성공 확률이 높을수록 부하 직원들이 기동대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 단체 메신저 창에 ‘○○식당은 B 대장님이 뚫은 곳’이라고 올리며 상관의 성가를 드높이기도 한다.

경찰들 사이에선 불만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온다. 지난 6월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중식당 자장면도 6000원인데 우리는 뭘 골라 먹을까요”라고 쓴 글이 올라와 조회 수 3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2월에는 국민 신문고에도 부산청 소속 한 경찰관이 쓴 식대 인상 요구 글이 올라왔다.

경찰청이 지난해 경비 경찰을 동원한 행사장 일대 평균 밥값을 조사해 본 결과, 대부분 6000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7~8월 광주세계수영대회 행사장 인근 식당 평균 단가는 1인당 7900원이었고, 지난해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장 인근 식당 평균 단가는 7500~8070원 선이었다.

경찰청은 “내년에는 식대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소방관 등과 동일한 8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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