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스쿨존 비극 또 人災.. 아이들의 안전 눈감은 市·경찰

장선욱 2020. 11. 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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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부부조차 막지 못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명사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신호등과 주·정차 위반 단속카메라 설치 요구를 외면한 공공기관의 태만과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라는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경찰과 광주시는 상습 사고지역인 이곳 인근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로 횡단보도만 달랑 설치하는 데 그쳐 사고 예방에 손을 놓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신호동과 단속 카메라 설치를 관계당국에 계속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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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사고 지역에 횡단보도만.. 신호등·단속캠 설치 요구 묵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아파트 1단지 정문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 4명이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현장에 남겨진 피해자의 피 묻은(모자이크 부분) 털신발. 연합뉴스


초등학교 교사 부부조차 막지 못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명사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신호등과 주·정차 위반 단속카메라 설치 요구를 외면한 공공기관의 태만과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라는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경찰과 광주시는 상습 사고지역인 이곳 인근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로 횡단보도만 달랑 설치하는 데 그쳐 사고 예방에 손을 놓고 있었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아파트 1단지 정문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엄마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이 대형트럭에 치여 2살 된 둘째 딸이 숨지고 엄마와 큰 딸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엄마와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두 딸에 이어 지난 5월 득남해 세 자녀를 뒀고 엄마는 올해 들어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 중이었다.

만 4살 된 첫째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파트 단지 정문 앞 4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갑자기 덤벼든 대형트럭을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학교에서 제자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을 강조하던 엄마는 막상 대형트럭에 치인 자녀 3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불행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자책감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으로 경찰에서 피해자 진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고 지점은 9개 동 843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1단지 정문과 6개 동 615세대가 입주한 2단지 후문을 잇는 곳으로, 인근 학교와 학원,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이들의 통행이 빈번했다. 평소에도 인근 광암고가로 진입하려는 각종 차량과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 등이 얽혀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잦았다.

좌우 측 70~100m 떨어진 거리에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신호등 설치 요청은 번번이 묵살됐다.

불과 6개월 전에도 유사한 사고로 7살 된 어린이가 중상을 입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신호동과 단속 카메라 설치를 관계당국에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경찰과 광주시는 인근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로 거듭된 사고에도 횡단보도만 달랑 설치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인근 초등학교 어머니교통봉사대는 18일부터 횡단보도 등에서 노란조끼를 입고 깃발을 들어 학교를 오가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횡단보도는 물론 스쿨존에서조차 어린이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들의 ‘한국형’ 부주의 습관도 이번 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횡단보도 밖 정차지점을 지키지 않은 채 앞차량만 따라 출발하다 미쳐 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가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운전자의 변명 때문이다.

사고 운전자 A씨는 병목구간에서 차량이 막히자, 비상등을 켠 채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정차하다 트럭 바로 앞에 서 있던 일가족을 발견하지 못하고 급출발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서 “차체가 높아 운전석에서 일가족이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상해(일명 ‘민식이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뒤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린이보호구역에서조차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부끄럽고 슬픈 현실에 너무나 죄송하고 큰 책임을 느낀다”는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근본적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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