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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성추행 덮기用 전락한 '가덕도 공항'

기자 입력 2020.11.19. 11:41 수정 2020.11.19. 11:44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거치면서 13년 만인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밀양과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주장한 경남북 지역 간 극심한 갈등 속에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의 ADPi에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4년 전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김해신공항을 결정한 것은 절묘한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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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거치면서 13년 만인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밀양과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주장한 경남북 지역 간 극심한 갈등 속에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의 ADPi에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국내 업체의 능력이 없었던 건 아니나, 세계 2위의 공항설계 업체인 ADPi를 선택한 것은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함이었다. 1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ADPi는 밀양·가덕도·김해공항의 3곳 중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해 사용하는 것이 모든 기준에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남 주민들도 차선의 대안으로 이를 받아들였고, 이로써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4년 전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김해신공항을 결정한 것은 절묘한 신의 한 수였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공항건축설계 전문 업체를 선정해 과학적 지식과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갈등을 사전에 잠재웠고, 결국 이 업체가 객관적 기준을 통해 제시한 결론에 이해관계자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신공항을 둘러싸고 10년 이상 계속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지역 갈등은 잦아들었고, 공항 이용객 입장에서도 밀양이나 가덕도보다 김해가 접근성 측면에서도 훨씬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결정된 김해신공항 사업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한마디에 백지화됐다. 지난 2월, 총리실에 설치된 신공항검증위원회는 9개월의 검토 끝에 신공항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재검토라지만 사실상 신공항을 가덕도에 건설하려는 의도적 백지화였다. 그런데 그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검증위는 4년 전 ADPi사가 분석한 김해공항의 입지 적정성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때와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백지화를 결론으로 제시한 것이다. 검증위가 제시한 이유는, 만일 김해신공항 인근의 경운산을 그대로 두려면 주변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의 또 다른 이유는, 2056년까지는 항공 수요를 예측했고 김해신공항이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지만, 그 후의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해신공항 사업 백지화는 정치적 이유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주변 지자체와의 협의 미흡을 이유로, 전 정권에서 이미 확정되고 모두 승복했던 국책사업을 백지화한다는 것은 답을 정해 놓은 대통령의 비상식적이고 초법적인 권력 행사다. 이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발생한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이기려는 집권 여당의 치졸한 꼼수에 불과하다. 더 기막힌 일은 야당인 국민의힘도 보궐선거를 생각해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 정부의 정책을 합리적 이유 없이 뒤집은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가 4년 전에 합의로 결정한 국책사업을 뒤집은 것이다. 영남지역의 갈등은 극심해질 것이고, 막대한 추가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갈등 봉합 비용은 또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밀양에도 신공항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정부의 어떤 정책이나 국책사업도 언제 뒤집힐지 알 수 없게 됐다는 불행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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