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州는 마스크 안써"..트럼프도 놀랄 사우스다코타 '눈의 여왕'
'전국민 마스크쓰자'는 바이든에 나홀로 맞서는 형국
낙태제한, 총기소유완화 등 트럼프 노선 고수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스다코타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주들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거나 강력하게 권고하는 지침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이 곳만큼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침을 내건 크리스티 노엠(49)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여성 정치인으로 부각시키고 있을 정도다. 노엠 주지사는 1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개인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고,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에 대한 마스크 착용·사회적 거리두기 독려는 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코로나 확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라고 했다.
노엠 주지사는 지난달에는 “주민들은 마스크가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고 결정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않는 사람이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창피받으면 안된다” 는 내용의 언론 기고문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통해 마스크 의무착용 방침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우스다코타의 코로나 확산 속도가 미국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마스크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노엠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관철했다.
미국에선 최근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방역 비상이 걸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앞장서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호소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상대적으로 부정적 입장이었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도 속속 입장을 바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강력히 권고하는 쪽으로 방역 규정을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엠 지사가 이끄는 사우스다코타주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홀로 맞선 모양새가 됐다.
1971년 사우스다코타 해믈린 카운티의 목장주 딸로 태어난 노엠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지역 홍보 사절인 ‘사우스다코타 눈의여왕(South Dakota Snow Queen)’에 선발되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노던 스테이트 대학교에 입학했고 스무살에 결혼했다.
노엠은 스물 두 살에 학업을 중단했다. 아버지가 농기계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서다. 노엠은 사냥용 롯지와 식당등 시설을 갖추며 사업을 확대했다. 주 하원의원(2007년~2010년)과 연방 하원의원(2011년~2018년)을 하며 정치 경력을 쌓은 그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주지사 후보로 출마해 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로 당선됐다.
취임 뒤 그는 총기 휴대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과, 낙태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에 잇따라 서명하는 등 보수적 정책을 주도하면서 트럼프 지지층에서 차세대 정치인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농업·축산업이 주요 산업인 사우스다코타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텃밭이기도 하다.
사우스다코타는 암벽을 깎아 역대 미국 대통령 4명(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얼굴을 새겨놓은 깎아놓은 세계적 관광 명소 러시모어산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지난 8월 뉴욕 타임스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자신의 얼굴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노엠 주지사와 상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가짜 뉴스”라고 펄쩍 뛰었지만, 상당수 언론은 실제 그런 말이 오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앞서 노엠은 주지사에 도전하던 2018년 지역 언론 ‘아거스 리더’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모어 산에 자기 얼굴을 새겨넣는게 꿈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의료전문가들은 마스크 의무화를 거부하는 노엠 주지사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 보건분석평가연구소의 알리 모크다드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은 넌센스”라며 “(내전으로 황폐화돼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소말리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예멘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나라들에 비견된다는게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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