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님이 싫다면 어쩔수 없죠" 유흥업소 마스크 단속 가보니

천경환 2020. 11. 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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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종사자 '노마스크'..단속반 지적에 "바뀐 규정 몰랐다" 발뺌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졌어요. 아무리 강조해도 그때뿐이니 힘 빠질 때가 많아요."

단속 공무원이 나눠주는 마스크 [촬영 천경환 기자]

18일 유흥업소 마스크 현장 단속에 나선 청주 흥덕구청 위생지도팀 주무관 A씨는 동행한 연합뉴스 취재진에서 현장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가 근무하는 흥덕구에는 중점관리시설인 유흥업소가 120여곳이나 밀집해 있다.

관리대상이 많다 보니 4명의 직원이 2인1조로 일주일에 3~4번 방역 안내문과 출입자 명부, 일회용 마스크 등을 담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유흥시설을 찾아다닌다.

바뀐 방역수칙을 설명하고 철저한 이행을 당부하는 자리인데, 지난 7일 마스크 의무 착용이 시행된 이후는 단속도 병행한다.

그러나 이날 단속반이 찾아간 가경동 일대 유흥가는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인데도 일부 업소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고, 술병이 수북하게 드나들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시행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많지 않았다.

업소 종사자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가 단속반 지적을 받고 나서 부랴부랴 챙겨 쓰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아직은 계도 차원에서 마스크 의무착용 안내를 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아직 그런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반이 10여곳의 유흥·단란주점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였다.

"혼자 있는 홀에서도 마스크를 쓰느냐"고 반문하거나 출입자명부에 적힌 '개인정보 동의'가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 업주도 있었다.

전자출입명부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수기방식의 출입자명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4주가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는 단속반 설명에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머리만 끄덕거렸다.

얼핏 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모습일 뿐, 이용객 안전을 위해 방역지침을 귀담아들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현장 단속 나선 공무원 [촬영 천경환 기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애먼 화풀이도 이어졌다.

한 업주는 쓰고 있던 안경을 집어 던지며 "손님이 다 떨어져 죽을 맛인데 뭘 더 지키라는 거냐"며 "싫다는 손님에게 어떻게 억지로 마스크를 씌우냐"고 목청을 높였다.

A씨는 자주 접하는 상황인 듯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집합제한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서로 힘들어지니 꼭 준수해달라"고 흥분한 업주를 달랬다.

업소를 빠져나오면서 A씨는 취재진에게 이 정도는 약과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는 "가끔 달려들거나 구청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다"며 "열심히 설명해줘도 불친절하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올해 3번이나 문 닫은 업주들의 딱한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하려면 경각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정된 인원으로 수천 곳의 업소를 관리하는 것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게 단속반의 지적이다.

흥덕구청이 점검할 곳은 유흥업소를 비롯해 식당, 이·미용업소 같은 다중이용업소를 합쳐 1천800곳이 넘는다.

자칫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강화되기라도 하면 관리대상은 4천500곳으로 늘어나 1인당 1천곳씩을 떠맡아야 한다.

민원처리 등 다른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꼼꼼한 현장관리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날 A씨 일행은 약 3시간 동안 유흥업소 10여곳을 찾아다니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방역수칙을 설명했다.

A씨는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방문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시민들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스스로 독려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고 말했다.

그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힘닿는 데까지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도록 언론에서도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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