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봉쇄' 보고서에..中 "냉전 활화석들이 조작한 거짓말"
"中공산당이 세계질서 뒤집으려 해"
中전문가 "1940년대 소련 봉쇄 전략의 현대판"
두 달 후면 임기가 끝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작성한 ‘중국 봉쇄’ 보고서에 중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소련과 서방의 평화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본 1940년대 미국 냉전 정책의 현대판이라고 지적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보고서는 미 국무부 내 일부 냉전 활화석들이 조작해낸 반중 거짓말 시리즈”라며 “이 보고서는 결국 역사의 쓰레기더미에 버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 활화석’이라는 표현은 반중 노선을 주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 대변인은 또 “해당 보고서는 일부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냉전 사고방식과 이데올로기적 편견, 중국이 강대해지는 데 대한 공포 등 불건전한 심리 상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냉전을 재개하려는 사악한 의도를 갖고 있다”며 “이런 의도는 중국 인민과 전 세계 평화 애호가들의 경멸을 받게 될 것이며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관변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논평에서 “이 보고서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반중 정치인의 악플을 모은 것 같다”며 “미국의 극단적인 반중 노선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이 권위주의적 강대국으로 부상한 데 대응해 미국이 취해야 할 조치를 담은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의 보고서 사본을 입수해 공개했다. ‘중국의 도전 요소’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중국이 가하는 위협의 원동력은 극단적 국수주의가 결합된 공산주의 이념”이라며 “궁극적 목표는 자국 내 권력을 유지하고 독재주의 통치 하에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대를 유지하고, 개방과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강화하며, 미국 국민들에게 중국의 도전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를 1946년 당시 소련에 대한 강경한 봉쇄 정책을 담은 ‘롱 텔레그램(Long Telegram)’의 현대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외교관 조지 캐넌이 작성한 롱 텔레그램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소련과 서방의 평화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조지 캐넌은 이번 중국 봉쇄 보고서를 작성한 국무부 정책기획실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웨이종요우 중국 푸단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 국무부가 중국 보고서를 지금 공개한 것은 소련 봉쇄에 대한 캐넌의 생각을 모방해 중국 견제 정책을 마련하고 새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미·중 관계 완화 여지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 소장도 “이 보고서에 반영된 대중 강경 입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며 “워싱턴에서는 중국 문제에 관해 초당적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 미·중관계 연구원은 이 보고서가 가져올 파장은 거의 없다고 봤다. 류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거의 끝나가고 그의 행동은 대중 정책과 관련해 확고한 모델을 만들려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에는 중국을 비판하는 정치인들이 종종 있고 더 극단적인 주장도 있기 때문에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막바지 중국 압박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9일 홍콩 내 인권 탄압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과 홍콩 관리 4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회사의 투자 및 주식 소유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법무부는 최근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인 ‘차이나 이니셔티브’ 가동 2주년을 맞아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국방·정보기관 같은 전통적인 타깃을 넘어 대학과 연구소로 뻗어가고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9월 중국군과 유착 의혹이 있는 중국인 연구원과 대학원생 1000여명의 비자를 취소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최근 “중국 공산당이 민감한 정보와 기술을 훔친 것은 루머나 근거없는 비난이 아니다”며 “중국 정부가 조정하는 매우 현실적인 캠페인”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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