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야구선수 폭행에 IQ55가 된 남편" 靑 청원 14만 돌파

청원인 남편, 폭행으로 뇌수술·지적장애 판정
"1심 징역 1년.. 가해자 엄벌에 처하도록 도와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5일 올라온 폭행 가해자 처벌 호소 청원이 19일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가해자가 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1년 후에 출소를 하게 된다면 저희 가족에게 보복을 할까 두렵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5일 가해자를 엄벌해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19일 오후 7시 기준 14만4,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시작 2주 만이다. 어떤 청원이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걸까.

사연은 201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원인 A씨에 따르면 A씨의 남편은 야구선수 출신인 가해자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가 사소한 실랑이가 생겼다. 그러다 폭행으로 이어졌다.

A씨는 "가해자가 제 남편의 얼굴을 가격했는데, 남편은 시멘트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쳐서 정신을 바로 잃었다"며 "상황을 목격한 식당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는데, 가해자는 경찰에게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고 말했고, 제 남편이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며 경찰을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편이 술에 취해 잠이 든 줄로만 알고 깨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어나기는커녕 사고 장소에서 자택까지 오는 5분동안 눈물과 코피를 흘리고 구토를 하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이상하게 여긴 A씨가 119에 신고했고, 응급실에서 검사한 결과 술에 취해 잠든 것이 아닌 뇌경막하 출혈(외상성 뇌출혈의 일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관련 폭행 장면. 한 남성이 청원인의 남편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가해자는 병원에 같이 가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제 남편을 봤음에도 폭행 사실은 전혀 알리지 않았고, 술에 취해서 혼자 어디에 부딪친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며 "가해자는 그날 이후 병원에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고, 2년 반이 지나도록 연락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여주기 식의 사과 문자가 전부였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은 (두개골) 인공뼈 이식을 받았고 그 여파로 기억력 감퇴, 어눌해지는 말투, 신경질적인 성격 등의 변화를 겪었다. 게다가 아이큐는 55정도로 떨어졌고, 지적장애 판정까지 받았다.

폭행 가해자는 올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억울하다며 항소해 2심 재판이 예정된 상태다.

A씨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 있는데도 탄원서를 제출하고 공탁금 1,000만원을 걸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며 "정작 저희는 진정한 사과와 병원비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병원비도 저희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남편은) 직장까지 잃게 됐고, 평범한 행복으로 살아가던 저희 가정은 지금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며 "아이들도 그날을 기억해 너무나 괴로워하고 있고, 저희 가족은 그날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때릴 수는 있지만, 쓰러진 남편이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다고 경찰을 돌려보내는 것은 폭행치상이 아니라 중상해, 살인미수라고 볼 수 있지 않겠냐"며 "가해자를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