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으로 만들면 적이 되겠다"..중국대사관 '압박'에 호주 반발
[경향신문]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다.”
주호주 중국대사관이 호주 언론에 전달한 문건을 놓고 호주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중국대사관이 중국과 호주 양국 간 14건의 분쟁에 대한 입장을 담은 문서를 현지 언론에 전달했는 데 일종의 ‘협박성’ 메시지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대만·신장 문제 등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악화된 책임을 호주 쪽에 돌렸다. 양국 관계가 갈 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호주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17일 일부 현지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중국과 호주 양국간 분쟁에 관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내놨다. 이 문서에는 양국 관계가 악화된 원인으로 지목된 14개 사건이 열거돼 있었다. 호주 정부가 빅토리아 주정부의 중국 ‘일대일로’에 참여를 막았고,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조사를 요구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호주 5G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만·홍콩·신장 문제에 관한 다자간 포럼을 이끌고 있는 점 등도 언급됐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중국 대사관 측이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이 같은 문서를 전달하면서 “중국은 화가 나 있다.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대사관 측은 또 “호주가 이 리스트에 있는 정책들로부터 후퇴한다면 보다 나은 분위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대사관이 호주 언론에 전한 문서에서 언급된 내용은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같은 날 양국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말한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이다. 자오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호주는 중국과 관련한 잘못된 조치들을 했고, 그것이 양국 관계가 악화된 근본 원인”이라며 “호주는 책임을 회피하고 비껴가기보다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호주를 향해 중국이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 문서는 호주가 외교적 냉각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어떻게 외국인투자법을 정하고 5G 네트워크를 구축할지, 우리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지 등의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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