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리던 일을 10개월만에...백신 개발의 ‘상식’ 뒤집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0. 11. 2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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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차 대유행] ‘유전자 명령’을 몸속에 주입해 바이러스 없애는 세계 첫 백신
코로나 백신 이미지./AFP 연합뉴스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 지난 1월 중순에 바이러스 유전체 실체가 공개된 지 딱 10개월 만에 ’95% 예방 효과’를 갖는 백신이 완성 단계로 접어든 것은 막대한 투자와 첨단 유전자 의학의 힘으로 평가된다. 수십 년간 수억 명의 감염자를 양산한 에이즈(AIDS)나 C형 간염 백신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코로나 백신 개발은 빛의 속도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지금껏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는 10년 이상 걸려왔다.

특히, 가장 속도가 빠르고 95% 예방 효과를 나타낸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텍과 협력)와 미국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mRNA 백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발 속도, 예방 효과 모두 기존 백신 개발 방식을 뛰어넘었다.

통상 백신은 바이러스 독성을 약하게 해 사람 몸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해당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발병하지 않는 수준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게 만든다. 이 상태에서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 체계가 작동해 감염을 막는다. 홍역, 풍진, 수두 등의 백신이 이런 식이다.

지난 4월 영국에서 한 여성이 가능한 코로나 백신 테스트를 위해 주사 받고있는 모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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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 백신은 약화된 바이러스를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독성을 내는 타깃(스파이크 단백질)과 똑같은 형태의 단백질을 몸속에서 스스로 만들도록 유전자 명령(mRNA)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mRNA는 생물학적으로 불안정하기에 배달용 차량 격인 작은 지방 입자로 감싸 주사기에 넣어서 인체에 주입한다. 그러면 mR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핵심,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든다.

인간 세포가 외부 유전자 명령을 받아 스스로 표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맞닥뜨린 것처럼 우리 몸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 코로나와 맞서 싸울 무기(항체)를 만들고, 군대(T면역세포)를 양성하게 된다. 가짜 적군을 스스로 만들어서 싸우는 훈련과 대비 체계를 갖춘 것과 같다. 실제 적군이 왔을 때 그 무기와 군대를 내세우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원리다.

다만 백신 효과 95%는 항체 생성률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 백신을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95% 정도의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의미다. 독감 백신의 항체 생성률은 70% 정도다.

향후 코로나 백신은 면역 지속 시간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새로운 변종에도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고령자나 아이들에게도 작동하는지, 무증상 감염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우열 여부가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긴 터널을 지나 희망의 빛이 보이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부작용, 기존 면역 체계에 대한 영향 등 아직 검증해야 할 이슈가 많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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