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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에 "ㅋㅋ, ㅎㅎ, .."로 대답 한다면 그건..

오대성 입력 2020. 1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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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18일은 서울특별시의회의 서울특별시에 대한 시정질문 이틀 차이자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질의자는 정의당의 권수정 시의원이었습니다. 권 의원은 "저는 오늘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말씀을 드리고자 하다"라며 운을 뗐습니다.

권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대구 달서구의원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라며 낸 논평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방향과 과제를 잘 제시해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권 의원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전 국민이 실망과 무력감을 겪는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서울시도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피해자의 고통과 관련하여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너무도 조용했습니다. 다른 곳의 성범죄를 대하는 태도와는 다른 이중적 모습을 보여 온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치열하게 대면하고 대책을 말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책임정치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의회의 의원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101명, 국민의힘 6명, 민생당 1명, 정의당 1명입니다. 민주당이 압도적입니다. 서울시의회는 고 박원순 전 시장과 관련해 애도의 입장을 낸 적은 있지만, 사건이나 피해자와 관련해 입장을 낸 적은 없습니다. 시의회는 시장과 시정을 견제하고 감독하라고 시민 세금을 받는 곳입니다.

■ 시장단 인력구성, 고위직은 남성 하위직은 여성 고착화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을 답변석으로 부른 권 의원은 서울시 시장단의 인력 구성과 관련해 질의를 시작했습니다. 권 의원은 시장실 인력 구성이 최근 3년간 4급 이상 고위별정직 전원은 남성, 행정직 8급 이하 전원은 여성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무부시장실의 경우 7~9급 전원이 여성, 고위직은 남성이었고 행정 1·2부시장실 역시 상급직은 전원이 남성이고 하위직 전원은 여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권 의원은 "너무도 명확한 성별 분리와 위계가 서울시의 가장 핵심인 시장단 인력운영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유리천장이 아니라 단단한 성곽을 마주하고 있다."라며 "시장님의 사람들로 꽉 찬 곳, 고위직급의 남성연대가 공고하게 들어찬 공간에서 하위직급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용기를 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이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서 대행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사무실보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라고 짧게 답했고, 권 의원은 "조금 어려운 게 아니라 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세탁물 맡기기, 시장 보기, 혈압체크…"사적 수발이 상식으로 포장되면 안 돼"

이어서 권 의원은 언론을 통해서도 지적됐던 비서실의 채용 기준 및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점, 업무 매뉴얼의 부재 등을 지적했습니다.

권 의원은 피해자 비서가 담당했던 속옷을 포함한 세탁물 맡기기, 명절음식 시장보기, 취향에 맞는 아침 식사, 식후 차 챙기기, 본인 또는 의료진이 해야 할 혈압 체크까지 여성 직원에게 요구한 부분을 들며 "명백히 사적 노무 요구를 금지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서 대행 역시 "공적 업무와 사적 업무는 구분되어야 하고, 특히 부적절한 사적 업무 지시는 없어야 하는 것으로 (국정감사 때) 답변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권 의원은 "다른 이의 상황에 무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이의 상식은 절대 상식이 아니다. 사적 수발이 상식으로 포장되는 곳에서 성차별적 업무환경은 더욱 공고해진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저 정도 일, 뭐 할 수도 있지….'라는 잘못된 '상식'은 행동강령에도, 성 평등 업무 환경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은 것입니다.

■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90년대 여성 자살률 급증

권 의원은 "서울시가 다른 데보다도 훨씬 더 월등한 제도와 젠더자문관 등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선도적으로 주도해 왔습니다만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질의를 마쳤습니다.

권 의원은 질의석에서 내려오기 전, '젠더미디어 슬랩'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영상을 인용하며 90년대 여성의 자살률이 심각하다고 언급했습니다. 1951년생이 20대였을 때의 자살률보다, 현재 20대인 1996년생의 자살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남성은 약 4배, 여성은 약 7배입니다.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권 의원은 연구 내용을 토대로 "엄마들보다 딸들이 20대에 자살을 선택할 삶의 조건이 증가했고, 평생 이어진다는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서울시의 20대 자살자는 지난해보다 2배 늘었고,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는 자살시도자 수가 다른 세대에 비해 4배에서 5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코로나19로 올해 3월 20대 여성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서울시 여성폭력 상담 건수는 10만 건에 육박해 2017년 대비 28% 증가했으며, 스토킹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하루 평균 12.9건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적 괴롭힘은 대체로 20대에서 30대 비정규직 여성에게서 피해 경험이 높고, 피해자 중 72%가 성희롱의 2차 피해를 경험합니다. 2차 가해 행위자는 동료인 경우가 절반 이상입니다. 그렇다 해도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82%는 그냥 참고 넘어갑니다.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권 의원은 전했습니다.

■ 성희롱에 "ㅋㅋ, ㅎㅎ, ..."는…"생존하기 위한 비명"

권 의원은 여성의 삶에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조용한 학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위기 때마다 먼저 밀려나는 여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정치, 새롭게 나타나는 교제 살인이나 스토킹 범죄 등의 여성폭력에 대해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서울,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인식이 충분하지 않고 조직에 대한 낮은 신뢰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개인이 참고 넘어가야만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민낯"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맥락을 이해한 뒤에야 기사의 제목에 대한 답변이 나옵니다.

"오늘도 죽음을 택한 많은 이들은 전해지지 못한 고통을 겪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ㅋㅋ, ㅎㅎ, 말줄임표 등은 친근감의 표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약자들의 비명입니다. 이들을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일이자 서울시와 우리 의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당신들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지금 여기서 당신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시정질문을 마치겠습니다."


32분간의 질의는 이렇게 끝났고, 시의회 장내는 조용했고, 몇 없던 시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릴 뿐이었습니다.

오대성 기자 (oh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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