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반 말고 7세반에 가는 건 어떨까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 어린이사전' 발표

류인하 기자 2020. 11.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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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린이날인 지난 5월5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시민의 제안에 따라 성평등하게 바꾼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을 20일 발표했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이야기들이 알고 보면 성차별적 언어라는 점을 자각하고, 개선해나가기 위한 취지다.

“여자는 얌전해야 해!” “남자니까 씩씩하게 뚝!” “남자는 키가 커야지” “아빠다리 하고 앉아볼까” 등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했던 말들이 실제로는 성차별적 언어·행동이라는 얘기다.

나비다리 일러스트. 여성가족재단 제공


“아빠다리 하고 앉아야지”=시민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바닥에 앉아 놀이하거나 수업을 할 때 주로 하는 ‘아빠다리’도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닌 다리모양에 따라 ‘나비다리’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나비의 날개 모양을 본뜬 말로 바꾸자는 것이다.

“형님반 대신 7세반”=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진급할 때 ‘형님반에 간다’는 언어를 ‘6세반, 7세반으로 간다’ 등 나이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바꾸거나 성별구분이 없는 언어로 부르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제 한살 더 먹어서 몸도 많이 자라고 생각들도 자라서 형님반에 간다네.”(‘형님반에 간다네’ 노래 중)가 아니라 “이제 한살 더 먹어서 몸도 많이 자라고 생각들도 자라서 ‘나무반’에 간다네”처럼 바꿔보자는 것이다.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역할 역시 여전히 ‘성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예회에서 ‘여아는 발레, 남아는 태권도’를 하는 것이나 역할극에서 ‘여아는 토끼, 남아는 사자’역할을 맡는 것, 이름표나 실내화 등 준비물과 학용품에 ‘여아용은 핑크, 남아용은 파랑’으로 고정된 것을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또 어린이집, 유치원 졸업식 안내문에 ‘여아는 드레스, 남아는 턱시도를 입고 올 것’으로 지정하거나, ‘여아는 공주 옷, 남아는 왕자 옷’을 입고 오도록 명시하는 것 등도 각자가 좋아하는 옷을 자유롭게 입고 오는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의견도 담았다. 머리 길이를 성별과 구분짓거나 성별에 따라 고정된 스타일은 제시하는 것도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졸업앨범촬영 안내문. 여성가족재단 제공


이번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 설문조사에는 11월 4~9일까지 1053명의 시민이 참여해 1406건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백미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어린이들이 가정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에서 아직도 성차별 개선의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번 시민제안을 통해서 아동기부터 성평등한 돌봄과 교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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