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로 나는 항모 드론·천체관측기술 들어간 급조폭발물 탐지기 우리 손으로 만든다

김민수 기자 입력 2020. 11.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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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첨단기술 첨병 나선 과학..과기연구회·출연연, 방위산업전에 기술 대거 공개
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 전시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해 군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KIST 제공.

재난재해 감시와 군 정찰용으로 쓰이는 드론의 취약점은 짧은 비행시간이다. 드론의 크기가 작을수록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대형 드론이 탐지하기 어려운 조밀한 공간도 탐지할 수 있다. 문제는 작은 드론에 장착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다. 카메라나 센서를 달면 더 무거워져 오랜 시간 비행하기 어렵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비행시간이 5~7분에 그친다.

이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드론에 항공모함의 개념을 적용했다. 큰 드론에 작은 드론 여러 기를 실어 임무 지역 공중에서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책임연구원팀은 ‘모자(母子) 분리형 캐리어 드론’으로 이름붙인 이 기술을 18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코리아)’에서 공개했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올해 방위산업전에서 최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군 통신이나 정찰, 무기체계, 군수품 관리.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중인 기술들을 군에 적용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출연연구기관의 상급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도 이번 방위산업전에 첨단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섰다. ‘레이저 기반 무인 탄약 정비 기술’을 선보인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장비연구실장은 “첨단 과학기술이 국방력의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다”며 “군에서도 출연연이 보유한 특정 연구와 기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발상을 전환한 정찰 신기술

KIST가 개발하는 모자 분리형 캐리어 드론은 전투기를 다수 싣고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항공모함처럼 큰 부모 드론에 작은 자식 드론을 실어 작전 지역으로 투입하는 개념이다. 드론의 구조적 안전성과 비행시간을 극대화하는 배터리 기술이 핵심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자식 드론을 많이 실으려면 부모 드론이 커져야 하는데 드론이 커지면 구조적으로 진동과 뒤틀림이 생긴다”며 “진동이 심하면 자 드론이 풀파워 상태에서 이륙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자성이 있는 스위치를 통해 자 드론을 고정시킨 뒤 자 드론이 이륙할 때의 힘을 센싱해 안정적인 출력이 나오면 자동으로 자성 스위치를 작동시켜 자 드론을 이륙시키는 기술을 고안했다.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KIST의 다른 연구진과 수소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연료전지에 넣어 전기동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 2~3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연구팀은 현재 육군 드론봇 전투단과도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KIST 연구진이 전시한 '모자 분리형 캐리어 드론' 시스템. KIST 제공.

천체를 관측하거나 우주 성간먼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광을 군의 정찰 작전에 활용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는 빛에서 전기장 진동 방향이 일정한 편광 현상으로 은폐·엄폐된 무기나 급조폭발물(IED) 같은 소형 자폭장치 등을 볼 수 있는 기술을 이번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서 선보였다. 

한정열 천문연 천문우주기술센터장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사람처럼 열이 있는 물체를 식별하는 기술이 통상 활용돼왔다”며 “편광 현상을 이용하면 은폐된 무기나 폭발물 등 작전지역에서 위협이 되는 것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수품 정비·무기체계 개선 ‘조력자’로 떠올라

해군에서 주로 활용되는 탄약이나 폭뢰, 군수품, 레이더, 발사장치 등은 보통 5~7년 사용하면 재정비가 필요하다. 각 장비의 표면에 생긴 녹이나 오염물을 제거하고 도색을 변경하는 재정비를 거쳐 관리를 위한 일련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샌드 블라스트’로 불리는 작은 금속 구슬을 장비 표면에 때려 녹이나 오염물을 제거하는 기술이 활용됐지만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다 보니 변형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사용된 샌드 블라스트는 폐기물도 발생한다.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장비연구실장 연구팀은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표면 오염을 제거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장비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는 비접촉식이다. 레이저의 에너지로 오염물질을 작은 입자로 만들어 제거할 수 있다. 샌드 블라스트처럼 폐기물이 생기지 않는 친환경 작업도 가능하다.

최지연 실장은 “레이저는 군수 장비의 기계적 변형 없이 정비 작업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올해 기술 적용성을 검토하는 학술 연구가 진행중이며 해군 군수사령부 등에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군통신 보안을 위한 양자정보통신 기술과 유도무기 체계용 실리콘 반도체 소자 기술 등을 대거 공개했다. 이 중 유도무기 체계용 실리콘 반도체 소자 기술은 미사일 기폭장치에 사용되는 고전압 전력 반도체 소자 기술이다. 박건식 ETRI 국방전력·센서모듈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미사일 기폭장치에는 스파크를 일으키는 방식이 쓰였는데 이 기술은 반도체 스위치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빠르고 큰 전류를 흘려 화약을 터뜨리는 반도체 소자”라며 “향후 몇 년간 기술을 테스트해 적용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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