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300명씩 나오는데 다닥다닥 붙어 강의"..'1m 거리' 변리사 교육 논란

김방현 입력 2020. 11. 20. 11:01 수정 2020. 11.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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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제지식재산연수원서 16~27일 진행
연수원 측 "발열체크 등 방역 수칙 지킨다"


변호사들, 특허청의 ‘변리사 실무교육’ 불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300명 이상 나오는 데 다닥다닥 붙어서 강의를 들어야 하나요.”

최근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 교육을 받고 있는 A변호사의 말이다.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변호사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A변호사]


A변호사는 지난 16일부터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변리사 실무수습 교육을 받고 있다. 특허청이 오는 27일까지 진행하는 교육에는 전국에서 모인 변호사 106명이 참가했다. 강의는 오전 9시10분부터 오후 6시까지(월~금) 실내에서만 진행된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 출원과 분쟁 심판·대리 업무 등을 맡는 전문직이다.

원래 변호사는 별도의 교육 없이 등록만 하면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변리사시험 합격자와 동일하게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250시간의 집합 교육을 받고, 현장 연수 6개월을 이수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변리사법이 바뀌었다. 집합 교육에서는 주로 특허 서류나 명세서 등 작성법을 가르친다.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하려다 현장실습 병행 전환”
이번 교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강의로만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대한변리사회가 “집합 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날 수 있고, 대규모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실무수습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일정을 연기하더라도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 프리랜서 김성태

이에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은 현장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변호사들은 “온라인 교육만 하면 변리사 교육을 신청하는 변호사가 늘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이라며 "현장교육 때문에 생업 중단 등 피해가 크다"고 했다.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 따르면 당초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 교육에 236명이 지원했다. 예년(30~50명대) 수준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현장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국제지식재산연수원 측은 “변리사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에서 규정한 집합 교육 취지를 살려 오프라인 교육으로 내실 있게 하는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생 안전을 고려해 온라인 교육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 구내식당에서 변호사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A변호사]


하지만 교육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국제지식재산연수원 1·2·3층에 있는 강의실 3곳에 분산돼 강의를 받고 있다. 교실 크기의 강의실에는 약 30~40명이 밀집돼 있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우려에도 다닥다닥 붙어 수업”
A변호사는 “칸막이는 있지만, 수강생 사이 거리가 1m 정도밖에 안 되고 마스크 착용도 철저히 지켜지는 것 같지 않다.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밀집해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라며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모였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전국으로 퍼지기 딱 좋은 교육 상황”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교육 방식도 지적하고 있다. 강의는 강의실 3곳 가운데 1곳에서 직접 강의하는 내용을 나머지 2곳으로 생중계하는 시스템이다. 나머지 2곳은 사실상 온라인 수업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A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수업할 거면 굳이 집합 교육을 할 필요가 없는 거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제지식재산연수원 관계자는 “강의실 입구에 손 세정제와 발열 체크기를 비치하고 강의실과 구내식당 등에는 칸막이를 설치했다”며 “구내식당에도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덜어 먹도록 하는 등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의가 중계되는 나머지 강의실에는 보조 강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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