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백신 확보 급하지 않아..더 좋은 백신 구매하는 게 중요"

이혜영 기자 2020. 11. 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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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2단계 격상 가능성..연말 최대 고비, 소모임 줄여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 ⓒ 시사저널 이종현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이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임상시험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확보에 방역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백신 가격과 유통 문제, 부작용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항이 많은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한 방역 수칙을 이행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모란 국림암센터 교수는 20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3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이 10개 정도 된다"며 "굉장히 많은 약들, 백신들이 계속해서 효과를 발표할 텐데 더 좋은 게 계속 나오면 (그때 돼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선구매한 것을) 물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추진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구매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 환자 발생 수준을 봤을 때 그렇게 급하지 않고, 화이자는 미국에만 6억 회 분, EU나 일본에 각각 1억2000회 분을 납품하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 납품하기로 한 것만 벌써 9억 회 분"이라며 "우리가 구매한다고 해도 내년 안에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이자 백신을 (구매)하게 되면 1년 동안 영하 70도씨 콜드체인을 만드는 데 돈을 쓰고 준비를 해야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화이자 백신이) 영하 70도씨에서는 6개월 정도 가는데, 일단 예방접종을 하려면 꺼내서 녹여야 하고 그 냉장 상태에서 5일 밖에 안 가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화이자 백신을 구매하면 까다로운 보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일선 병·의원에 전달되기 전까지 초저온 냉동창고를 갖춘 보관 '허브'가 필요한데,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현재 (한국 의료체계가) 갖고 있는 2도~8도 정도의 냉장 콜드체인이 필요한 다른 백신들도 굉장히 많다"며 "그런 백신을 쓰게 되면 새로운 냉장 시스템, 냉동 시스템 갖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일일 신규확진자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치솟아 관리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 부작용과 효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화이자와 모더나처럼 초기 백신 가격이 상당한 고가에 형성돼 있다면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선 다량의 백신이 필요한 만큼 가격도 중요한 요소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장 (가격이) 비싼 축에 들어간다"며 "우리나라에서 위탁생산 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는 4달러 정도밖에 안 나는데, 화이자·모더나는 훨씬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굳이 그럴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기 교수는 백신 안정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로 국가 예방접종률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떨어졌다며, 600만 명분 가량의 독감 백신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독감백신 다량 폐기)이 의미하는 것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샀는데, 어디선가 부작용에 대한 불안과 부작용이 폭증된다라고 한다면 써보지도 못하고 아예 그거 쓰면 안된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며 선구매가 예산 낭비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기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정에 대해선 "생활방역위원회는 다양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단계를 빨리 올리는 거에 대한 우려가 많고, 임상에 있는 분들은 '의료 부담이 너무 크다. 빨리 올려야 된다'는 말을 많이 해서 방역당국이 참 고민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개인별 소모임에 참석하는 횟수가 늘면 감염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위기의식 속에 가급적 모임을 줄이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 교수는 "지금 추세를 보면 다음 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갈 수도 있는데, (개인별로) 자꾸 자리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모임을 가지면 의미가 없다"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이번 겨울이 최대고비인 만큼 연말연시 모임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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